현재 두 개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2022년부터 지속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3년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간의 전쟁, 이 두 전쟁에는 하나의 근본적 공통점이 있다. 전쟁을 하는 당사자들 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모두 그 ‘민족적 뿌리’를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민족’이란 단어는 20세기 초 일본이 만들어 낸 ‘신조어’이다. 당초 혈통·언어·종교 등이 같다는 서구식 의미의 ‘문화적·종족적 요인’(cultural & ethnic factor)을 일본식 한자로 만든 것이다.
반면 ‘국가’는 시민적·국가적 차원의 자격·권리·의무 개념을 포함하는 ‘시민적·정치적 요인’(civic & political factor), 즉 가치·제도·정책 등에 대한 신뢰를 공유하는 일체감으로 대변된다. 즉 전통적·문화적 요소는 물론 국가정체성에 대한 일체감도 없이 오직 유전적 동질성만으로는 국가 성립의 절대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발간된 ‘한국인의 기원’이란 학술서에서는 ‘단일민족이란 관념조차 환상’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실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키이우(키예프) 대공국(키이우 루스)’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과거 몽골이 침공하였을 때 우크라이나인들 온 힘으로 항쟁하다가 패배하여 ‘킵차크 칸국’의 강압적 지배를 받은 후 또다시 폴란드의 지배를 받은 것과 달리 러시아의 전신인 모스크바 공국은 몽골에 충성함으로써 패망하지 않았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인들의 생각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키이우 루스의 적통인 ‘우크라이나 루스’라고 인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6세기에 민족적 영웅 보흐단 흐멜니츠키(1596~1657)가 독립운동을 시작한 이래 20세기 초 겨우 독립했다가 1922년 ‘러시아 소비에트’에 의해 소비에트 연방에 강제 병합되었으며 소비에트 연방이 몰락한 1991년에 와서야 완전한 독립국가가 되었다.
정작 뿌리가 같다고 주장하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는 오히려 스탈린의 집단농장 같은 수탈을 목적으로 한 강제 정책으로 무려 10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은 ‘대기근 사건’(1932~1933)이 발생하였으며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1986.4.26.)의 경우에도 모든 것이 소비에트 연방정부의 실수에서 비롯되었음에도 허위 상황 전파와 언론 통제로 엄청난 피해를 받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인에게 있어 러시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대상이다.
더욱이 2014년 러시아가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1994.12.5.)를 어기고 크림(크름) 반도를 강제 점령·귀속시켰으며 2022년 2월 또다시 침공해 아직까지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크라이나인들은 500년간 명(明)과 청(淸)의 속국이었던 조선과 36년간의 한일병합 시기를 거친 후에야 독립국가로 재탄생한 한국인들보다 더 기구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우는 어떠한가. 종교·역사적으로 아브라함에게는 두 명의 아들(창16:1-16; 21:1-34)이 있었는데 여종 하갈이 나은 첫째 아들 이스마엘과 본처 사라가 나은 둘째 아들 이삭이 그들이다. 그러나 모든 재산과 권리를 장남에게 상속하는 전통상 여종 출신 하갈과 이스마엘은 집을 나와 사막을 유랑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이삭은 기독교의 기원이 되고, 이스마엘은 이슬람교의 기원이 되었다. 결국 유대인과 아랍인, 유대교·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그 뿌리는 동일하지만 역사상 대부분의 전쟁이 이들 간의 갈등으로 발생했다.
지금 우리는 같은 키이우 루스의 후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 것을, 같은 아브라함의 후손이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정말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닌가. 이는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유사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를 창건한 주몽의 본처 예씨(禮氏)와 후처 소서노(召西奴)의 아들들 역시 후계자 논란이 일자 개국 공신과도 같았던 ‘소서노’는 두 아들(비류·온조)을 데리고 남하하여 백제를 건국한다. 고구려와 백제 역시 그 뿌리는 같으나 세대가 바뀌고 지역적·문화적 특성이 확연히 갈리면서 서로 전쟁도 했다.
시간이 흘러 1950년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을 겪은 우리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는 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우리 민족끼리’를 주장하지만 그들이 저지른 그간의 수많은 악행과 도발을 아무런 말도 없이 포용해 주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지 않은가.
더욱이 이미 북한이 우리를 ‘제1 적대국’(2024.4.8.)이라고 선포한 마당에 ‘같은 민족’이란 단어는 더 이상 의미도 없는 말이다. 이는 곧 통일의 전제 조건도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간의 행태로 볼 때 북한 정권은 공존의 대상도 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행동하는 것 같은 좌파 정치인들의 선전선동에 휩쓸리지 말고 인류 역사의 큰 틀에서 생각을 펼쳐야 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은 동족이 아닌 ‘치명적 위협 세력’임을 인지하고 합당한 대응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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