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스테이블 코인을 공식적으로 법제화하면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자금 유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지니어스 법’에 서명했다. 지니어스법에 따르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코인 가치와 동일한 가치의 준비금을 보유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 화폐를 실제 통화와 연동해 기존 가상 화폐보다 안정적이라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가상 화폐 특유의 가치 변동성을 해결하는 신개념 가상 화폐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에 넣으면서 화폐로써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
스테이블 코인은 이전에도 해외 송금이나 결제 시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아 수수료가 적고 시간도 적게 걸린다는 점에서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각광받아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월마트와 아마존 등 미국의 다국적 유통 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 시도는 달러 패권 강화 수단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발행되는 스테이블 코인의 90% 가량이 달러 또는 미국 국채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미국 국채 수요가 수조 달러 단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니어스 법은 달러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 코인의 엄청난 가능성을 확고히 하고 실현할 명확하고 단순한 규제 틀을 만든다”며 “어쩌면 이건 인터넷의 탄생 이후 금융 기술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혁명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 패권 강화의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한국의 통화 주권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편리하게 사용 가능한 화폐가 달러를 기반으로 하게 되면 원화의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을 막기보다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지털 자산 발행 허용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 자산 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여기에 국내 금융 기업 다수가 스테이블 코인 시대에 대비해 상표를 출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총 12건의 상표권을 출원한 바 있다.
그러나 기축통화인 달러와 다르게 원화의 해외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이에 더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달러 스테이블 코인으로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오히려 국내 자금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초 유럽중앙은행 포럼 정책 토론에서 “규제되지 않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허용하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의 환전이 가속화돼 자본 유출입 관리 규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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