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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군사력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세계 3대 국가 수준”으로 규정했다. 정 장관은 “냉정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관계 해법으로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자신이 제안한 ‘평화적 두 국가론’을 둘러싼 논란에는 “공리공담”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 장관은 29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스스로 전략국가라고 말하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7년 전과는 전략적 위치가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거론하며 “당시 북한 외무성에서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했는데, 불행하게도 맞았다”며 “만약 스몰딜이 성사됐다면 핵 문제 전개 과정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메시지의 절반 가까이가 대미·대남 메시지였다”며 “이를 보면 북·미 지도자 모두 서로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북·미 관계를 통해 안보 대 안보를 교환한다면 미국이 지원이나 자금을 낼 생각은 전혀 없다”며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남북 협력밖에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한의 전략적 지위 변화와 관련해 “인민의 허리띠를 더 이상 졸라매지 않겠다는 위치에는 올랐지만, 생활 향상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며 “그런 점에서 대남 수요가 있다고 본다. 그 접점을 만드는 게 평화 공존”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제기한 ‘평화적 두 국가론’이 헌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데팍토(de facto·사실상의 국가)와 데주레(de jure·법적 국가) 문제는 공리공담”이라며 “교류·협력을 재개하는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쪽이 ‘적대적 두 국가, 교전 중인 두 국가’라고 말하는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북한은 주적’이라고 규정한 것과 대비된다”고 했다.
정 장관은 “민주정부는 남북 교류의 공든 탑을 쌓기 위해 애쓰지만 보수정부는 들어서면 허문다”며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는 전임 정부의 동방정책을 비판하면서도 교류 협력 자체는 중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인들은 현재 남북 교류가 완전히 끊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계엄이 성공해 민주주의가 파괴됐다면 남북관계도 절단 났을 것”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또 최근 제기된 ‘평양 무인기 투입 의혹’과 관련해 “드론작전사령부 내부자의 ‘V(대통령) 지시’ 진술이 있다”며 “만약 그때 국지적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면 계엄 명분이 될 뻔했다.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10월 4일까지 독일과 벨기에를 방문한다. 그는 2025 국제한반도포럼(GKF)과 독일 통일기념일 행사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 구상과 남북 교류 방안을 국제사회와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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