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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감면 대상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 정책이 신청 중심의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으로 요금 감면이 의무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접근성이 낮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통신비 감면 대상자 1,023만8384명 중 실제 혜택을 받은 사람은 818만9073명(79.9%)에 그쳤다. 전체의 20%를 웃도는 204만9311명은 감면 대상임에도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감면 대상자가 놓친 금액도 상당하다. 1인당 월평균 감면액 1만3000원을 기준으로 산출하면 6개월간 약 1673억 원 규모의 감면 혜택이 지급되지 않았다. 이는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 감면을 보편적 역무로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적용 방식은 신청주의에 머물러 있다. 대상자가 직접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통신사 고객센터·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완료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제도의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지적한다. 황정아 의원은 “정부와 통신사가 감면 제도를 안내하고 있지만 고령층과 중증 장애인의 경우 직접 신청이 어렵고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지원이 절실한 계층일수록 접근 장벽이 높은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정책이 신청 의존 방식에 머무르면서 정보 접근성에 따른 격차도 커지고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 정보 취약계층이 스스로 제도를 찾아 신청하기 어렵다면 정책 대상자 상당수가 지원망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조는 정부 복지정책의 선별적 수혜 문제와도 맞닿아 있으며 지원 대상 발굴과 자동 적용 등 제도 개선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신비 감면 제도가 사회안전망의 일환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장애 수당 등과 마찬가지로 행정정보를 연계해 감면 대상자를 자동으로 등록하거나 신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정부는 “취약계층 대상 안내를 강화하고 제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회 안팎에서는 제도가 이미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미신청자가 200만 명 이상이라는 점에서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접근이 필수 공공재로 자리 잡은 시대에 통신비 감면 정책은 단순한 요금 지원을 넘어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정치권은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복지정책이 종이 위의 권리에 그칠 수 있다며 정부와 사업자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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