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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감시기관이 권력과 결탁해 국가를 망친 사례를 역사를 통해 종종 보곤 한다. 그만큼 권력 감시기관의 ‘정치적 독립’은 국가의 존망이 달린 중요한 가치다.
한 나라의 몰락은 권력 감시기관의 ‘선택적 정의’가 횡행할 때 발생한다. 그들이 쥔 ‘정의의 칼날’을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선택적으로 휘두를 때 사회질서는 붕괴되고 나라는 무너진다.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병사는 적군이 아니라, 제멋대로 칼을 휘두르는 아군’이라는 말이 있다.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책무를 무시하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칼을 휘두른다면, 그는 적군보다 더 무서운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이다. 지금 검찰의 행태가 그렇다.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대해 검사들이 집단 분노를 표출하고 나서면서 검란(檢亂)이 벌어지고 있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그들의 반란은 특정 정치세력을 향한 ‘선택적 칼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얼마 전 내란 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와 검찰의 이례적 즉시 항고 포기 당시,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던 검사들의 민낯은 지금 ‘불타는 정의감’이란 가면을 쓴 채 국민이 선택한 정권을 겁박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항소 포기’를 통해 보수·극우 정치인들에게 ‘특혜’를 베풀어 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 무효형인 벌금 100만 원 구형에도 불구 무죄를 선고받았을 때,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조수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 구형에도 그에 못 미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때,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구형보다 가벼운 선고를 받았을 때, 어김없이 항소를 포기했다. 그럼에도 검찰 내 비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명정권을 향해선 달랐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검사들은 벌떼처럼 일어섰다. 현직 검사장 18명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연명으로 “성남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의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며 항소 포기 결정에 집단 반발했다.
지청장 8명도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과거 특정 인물과 세력 앞에서 침묵해 온 그들의 행적에 비춰보면, 이 같은 반발은 그들이 얼마나 철저히 정치화된 이익집단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수호해야 할 가치, 존재 이유가 1년 사이에 바뀐 것인가”라며 “작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를 돌아보라. 여사님 분부에 따라 경호처 직원들한테 휴대폰까지 반납하고 출장 조사까지 나갔는데, 무혐의 결론 났을 땐 왜 조용했나”라고 일갈했다.
또한 “지귀연 재판부가 윤석열 구속기간을 말도 안 되는 계산법으로 구속 취소 결정했을 때, 검찰 여러분 왜 침묵했나. 검찰총장이 항고를 포기했을 때, 그때는 왜 조용했나”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이 같은 정치적 집단반발 배경에는 항소포기가 ‘이재명 정부의 압력 때문’이라는 식의 여론 호도를 통해 검찰개혁을 저지하고 ‘보완수사권’을 챙기려는 속셈이 자리잡고 있다. 점차 드러나고 있는 자신들의 ‘조작수사’ 비판 여론도 잠재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보수에겐 순한 양, 개혁에는 극렬하게 저항하는 검찰”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검찰은 항소를 한다 하더라도 2심과 3심에서 패소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대법에서 패소가 확정되면 자신들이 이재명 죽이기 위해 온갖 사건과 증거를 조작한 것이 명백히 밝혀지고, 그로 인해 검찰개혁의 명분을 더욱 주는 것이기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의의 칼날’이라는 외피를 쓰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자. 그래서 검찰개혁을 막기 위한 명분을 얻자. 이것이 이번 집단 반발의 목적이다.
또한 집단 반발 배경엔 행정부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처벌받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자리잡고 있다. 일반 공무원은 ‘공무원 징계령’에 따라 최고 ‘파면’ 징계를 받을 수 있지만, 검사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처분을 받는데, 최고 수위가 파면이 아닌 해임이다. 다른 공무원에 비해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특히 검사징계법은 ‘제 식구 감싸기’로 악용되고, 비위 검사들의 방탄막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은 “지금의 검사징계법은 중대 비위나 항명을 저지르고도 ‘파면’조차 당하지 않고 연금마저 챙겨가는 ‘검사 방탄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 14일 헌법재판소 탄핵 절차 없이 검사도 일반 공무원처럼 파면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검사징계법 폐지안을 발의했다. 검찰이 검사징계법 뒤에 숨어 일반 공무원보다 더 약한 기준으로 징계를 피해 온 현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단죄다. 검사징계법 폐지만으론 부족하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검찰의 항명이 도를 넘고 있다. 사실상 쿠데타요, 반란”이라며 “법 위에 자신을 둔 자들의 광기가 주권자인 국민께서 지켜낸 헌법과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선택적 칼날’을 휘둘러 온 정치검찰의 불법행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또한 불법행위에 따른 사법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의가 잠들면 폭정이 깨어난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협은 ‘선택적 정의’가 국정 운영에 끼어들어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3년간 드러난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침묵이 바로 그 증거다.
과거 윤 전 대통령은 “검사가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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