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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다. 친구를 만나고, 공부하고, 놀고, 위로받는 거의 모든 일이 그 안에서 이뤄진다. 손바닥만 한 화면이 세상의 창이자, 동시에 자신을 가두는 벽이 되었다. 거리에서도, 교실에서도, 가족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지는 순간은 거의 없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청소년(만 10~19세)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2.6%에 달했다. 이는 전체 국민 평균(22.9%)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6시간을 넘고 “기기를 끄면 불안하다”고 답한 학생도 절반에 육박했다. 스마트폰은 공부의 도구이자 일상의 도피처가 되었고 ‘중독’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 현상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알림과 SNS 반응이 도파민을 자극해 뇌를 ‘즉각적 보상’에 익숙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조금만 심심해도 손이 화면으로 향하고 잠깐의 침묵조차 견디기 힘들어진다. 디지털이 사람을 연결해주는 대신 생각할 시간을 빼앗고 있다.
SNS는 또 다른 불안을 만든다. 다른 사람의 삶이 매일같이 펼쳐지는 공간에서 비교는 피할 수 없다. 친구의 여행사진, 명품, 다이어트 성공기 같은 게시물은 자신을 작게 만든다. ‘좋아요’가 줄면 존재감도 함께 줄어드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 결과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자존감 저하, 수면장애, 우울감이 급격히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의 40% 이상이 불면이나 우울감을 호소했고 특히 SNS를 통한 왕따나 사이버 폭력 경험이 있는 경우 자살 충동 위험이 크게 높았다. 교실 밖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제는 온라인에서도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학교와 가정은 이 문제를 막기 어렵다. 수업과 과제가 대부분 디지털로 진행되다 보니 기기를 끄는 순간 ‘학습’에서도 소외된다. 부모는 공부하라고 스마트폰을 쥐여주지만 아이들은 공부보다 게임이나 SNS로 향한다. 결국 ‘쓰라’고 하면서도 ‘쓰지 말라’는 모순된 구조 속에서 갈등만 깊어진다. 스마트폰은 가족 간 대화의 주제가 아니라 싸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쉼센터’와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의 디지털 과몰입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전국 단위 센터에서 상담·캠프·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단기 체험 위주의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변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기기를 뺏는 것이 아니라 기기와의 관계를 새로 배우게 하는 교육, 즉 스스로 사용을 조절하는 힘을 길러주는 방향이 필요하다.
결국 디지털 중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학교는 디지털 교육을 권장하고 기업은 더 많은 시간을 붙잡으려 애쓰며 부모는 기기로 아이를 달랜다. 모두가 편리함을 좇는 사이 아이들은 점점 스스로를 제어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중독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청소년의 디지털 불안은 한 세대의 문제를 넘어 미래 세대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흔들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다운 연결은 오히려 희미해지고 있다.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중요한 건 그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청소년이 화면 속 세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 속 관계와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균형 잡힌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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