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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계기로 소원해졌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7년 만에 군사·경제적 협력을 하며 밀착하고 있다.
AP통신은 1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백악관에서 따뜻하고 친근한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등을 토닥이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의 국정 운영 능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계기로 악화됐다. 미국 정보기관은 지난 2018년 10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크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했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초기 공개된 기밀 해제 자료에 따라 빈 살만이 카슈끄지를 사우디 요원들이 살해하는 것을 승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미 정보당국은 결론내렸다. 빈 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암살 이후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완전히 축소됐다.
백악관 회담에서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불쾌감을 표하며 빈 살만 왕세자를 적극적으로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카슈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카슈끄지를 극도로 논란이 많은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관해 물은 ABC방송 기자에게 “손님을 당황하게 하는 질문을 하지 말라”라고 말하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해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정부가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7년 만에 관계 밀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 앞에서 F-35 판매를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사우디와 이스라엘 모두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도 이를 알고 있으며 매우 만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약 300대의 전차도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트럼프는 만찬에서 사우디를 주요 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비 나토 동맹국은 일부 방위·무역·안보 협력 혜택을 제공받는다.
양국은 민간 원자력에너지 협력 협상 완료에 대한 공동 설명도 발표해 사우디와 수십년간 진행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에너지 협력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공동성명은 사우디가 원자력 협력 파트너로서 미국과 미국 기업을 우선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사우디는 트럼프 1기 때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협상했으나 사우디의 핵무기 개발 우려 때문에 무산됐다. 백악관은 모든 원자력 협력이 강력한 핵 비확산 기준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미국과의 협력 성사에 화답하듯 사우디의 대미투자액을 6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다양한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와 제트 엔진 및 기타 장비 구매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금의 기회만이 아니라 장기적 기회도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밀착을 통해 사우디를 아브라함 협정에 포함시키려고 한다. 지난 금요일 트럼프는 “사우디가 곧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임기 내에 사우디의 참여가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의 외교경제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외교적 합의로 트럼프 1기 행정부때 진행된 협정이다.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모로코는 이스라엘과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사우디는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지만 신뢰할 만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경로가 보장된 이후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우리는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고 싶지만 동시에 명확한 두 국가 해결 경로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가능한 한 빨리 준비를 마쳐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회담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안보·경제 분야 싱크탱크 중 하나인 워싱턴 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번 회담에서 사우디는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통해 전략적 안정을 추구하고 미국은 사우디의 투자를 통해 경제·기술적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며 양국 관계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장기적 전략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국제정치·외교 잡지 포린 팔러시는 빈 살만 왕세자의 인권 문제를 무시하고 전략적 계산만으로 밀착하는 것은 도덕적 문제와 전략적 리스크를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급격한 관계 회복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이끄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트럼프 브랜드로 부동산 건설을 계획 중이고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빈 살만 왕세자와 사업 파트너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족의 사우디 관련 사업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나는 가족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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