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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산차의 생산, 수출, 내수가 동시에 하강하고 있다. 시중에서는 얼마 전부터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10년 후에도 과연 한국에서 살아 있을까 하는 푸념 섞인 말들이 회자된다.
현대차는 지난 1967년 조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 50여 년 간 한국인들의 애증(愛憎)이 교차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일개 국가가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 값싸게 국민에게 공급한다는 목적의 ‘국민차’개념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해왔다.
상당수 국민들이 현대차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지난 19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온통 국산차만 도로에 굴러다니는 것을 목격하고는 놀랍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지금은 국내에도 수입차의 시장 점유 비중이 15% 내외에 이르러 그나마 이런 핀잔을 면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여하튼 글로벌 5위(기아차 포함)의 자동차업체로 우뚝 서있을 정도로 한국 제조업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배후에는 한국 국민들의 피와 땀, 그리고 희생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의 앞날에 잔뜩 먹구름이 끼고 있다. 내우외환이 겹치면서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노조와의 치킨 게임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차 혹은 기아차 뿐만 아니고 GM이나 르노삼성 등 외국계 완성차업체까지 노조 리스크에 직면함으로써 마침내 연간 400만대 생산량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은 후퇴하고 임금만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생태계가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을 감소하고 궁극적으로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국가별 생산대수를 보더라도 오랜 기간 유지해 왔던 5위 자리도 멕시코에 내주었고, 가까운 장래에 인도에게도 밀려 7위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해외에서의 성적표마저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는 판이다. 중국에서는 토종들에게 밀려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공장 가동 중단과 임대 등으로 극악의 처방전을 내놓았다. 미국 시장에서도 리콜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7년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4.2%로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있고, 6년 연속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대차 국내 공장은 44년 만에 적자를 냈다.
더 큰 문제는 미래에 있다. 나아지기보다는 나빠질 이유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일본차는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차는 거대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이제는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미국과 독일은 스마트 팩토리 개념에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5G,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까지 접목하여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비롯하여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각국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백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글로벌 현상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너무 우물 안 개구리다. 갖은 분탕질로 지리멸렬, 자중지란 그 자체다. 경쟁국과 달리 우리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도 잘 모를 지경이다.
강성 노조의 기세는 꺾일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으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정치·경제 부문의 어디에도 끼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시장의 변화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측과 끊임없는 치킨 게임에 혈안이다. 미래보다 눈앞의 이익 챙기기에 골몰하면서 결국 다 망하는 공멸의 길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제조업의 상징 현대차, 살아남을 수 있는 골든타임 길지 않아
이런 한국 자동차산업 앞에 가로 놓여 있는 것은 오직 절벽뿐이다. ‘생산절벽’, ‘판매절벽’등이다. 채산이 나오지 않으면 결국 생산을 줄이거나 궁극에는 문을 닫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5년 후가 될지, 아니면 10년 후가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여기서 치킨게임을 멈추지 않으면 결국 죽는 일만 남아 있다는 냉엄한 현실이다. 국산 브랜드 차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시대가 곧 닥칠 수도 있다.
더 안타까운 점은 완성차 업체만 죽는 것이 아니고 우리 제조업의 젖줄과도 같은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동반 고사되고 있는 점이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본격 도래하면 부품의 수요도 1/3 수준(3만 개에서 1만 개 정도)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어 이래저래 위기가 겹치고 있다.
이들의 운명이 완성차 업체와 같은 레일 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너무 크고 절망적이다. 경쟁자들은 살아남으려고, 그리고 더 강해지기 위해 노사는 물론이고 정부까지 합세하여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너무 안일하고 무모하다. 정부·기업·노조 삼자의 서로에 대한 경계와 불신의 벽이 극에 달하고 있다. 아직은 그 어디에도 위기에 대한 인식이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매를 더 맞아봐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그 때가 되면 버스는 이미 떠나 있을 것이다. 제조업이 무너진 지역의 눈물겨운 해외의 사례들이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80년 동안 가동되던 미국 최초 GM 공장이 있던 인구 6만 명의 위스콘신 주의 ‘제인스빌’이라는 도시에 2008년 말 충격적인 공장 폐쇄 소식이 전해졌다. 졸지에 9000명의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고 엄청난 시련에 직면했다.
회생을 위한 이들의 처절한 노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2017년 말 호주에서는 남부의 엘리자베스 지역 GM 홀덴 공장이 철수함으로써 70년 만에 호주의 자동차 생산이 제로가 됐다. 강성노조가 끝없이 투쟁을 하면서 결국은 모두 실업자로 전락하고 지역 경제는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다.
한국에 조선 산업의 주도권을 내주면서 패배 의식에 사로잡혔던 스웨덴의 말뫼 시가 바이오·IT·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중심의 유럽 최고 친환경 도시로 재생하기까지는 주민들의 창의와 노력, 희생이 수반됐다.
이제 우리에게도 ‘지방 소멸’이라는 용어가 전혀 생소하지 않다.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 어리석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전히 미궁 속이다. 군산-울산-창원-거제-포항 등으로 이어지는 제조업 붕괴 도미노 충격파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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