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12년 만에 사우디 방문…12조 규모 협력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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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철군 미국 대신해 중동에서의 역할 대두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16 17:31:32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앞줄 왼쪽)이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도착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앞줄 오른쪽)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이 시리아 철군을 선언하면서 러시아가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나섰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왕실 지도부를 만났다.

이날 양국 정상은 시리아 내전, 예멘 사태, 이란과 갈등, 걸프 해역의 안보 등 중동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12년 만에 사우디를 방문하면서 사우디 왕실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찾은 푸틴 대통령을 최고 수준의 의전으로 맞았다.

사우디 외무부는 이날 낸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서 우호를 증진하고 특히 농업, 항공, 보건, 문화 분야에서 20건의 협약과 100억달러(약 12조원) 규모로 합작 법인 30개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직접투자펀드 RDIF와 사우디 농축산물 투자회사 SALIC는 러시아의 농업에 투자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협정을 맺었다.

이뿐만 아니라 사우디 정부는 러시아 기업에 건설, 부동산 개발, 정보기술(IT), 금융 컨설팅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면허 4건을 승인했다.

살만 국왕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중동에서 활발한 역할을 하는 점을 높이 산다”면서 “푸틴 대통령과 테러리즘 대처뿐 아니라 중동의 안보, 평화, 경제 성장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사우디를 좋은 우방이라고 여긴다”며 “사우디가 관여하지 않으면 중동의 현안 어느 것도 진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화답했다.

중동에서 실익이 나지 않자 중동의 무력 분쟁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중동에서 전방위적인 관계 개선을 추진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의 시리아 철수로 득을 보는 미국의 가장 큰 적 4곳’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 이란, 시리아 아사드 정권, 이슬람국가(IS) 등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수 결정으로 인해 최대 수혜를 받는 곳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발적으로 시리아에서 입지를 포기하면서 이를 틈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편들어왔던 러시아가 관여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WP는 러시아가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인 ‘친미 국가’ 사우디, ‘반미 국가’ 이란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아사드 정권과 터키는 물론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과도 공통 기반을 찾아내고 있다면서 서구 동맹을 약화시키려 애써 온 러시아가 수년간 노련한 외교와 정치공작으로 중동에서의 존재감을 키워 왔다고 분석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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