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지고 있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있어요. 연극과 놀이를 통해서요. 연극을 이용하면 자신이 후회되던 순간, 슬펐던 순간, 화났던 순간 등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상처를 받았던 그 감정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자신이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을 연극을 통해 표출하는 거죠.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어 효과적이에요.”
시끌벅적했던 시내는 적막감 마저 감돈다. 코로나 여파에 시민들은 거리에 나서기를 꺼린다. 북한산이 멀지 않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은 한산했다. 나우예술심리연구소는 조용한 거리 한가운데 위치한다. 평소라면 치료와 각종 위탁계약 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야 했을 연구소였다. 코로나는 서두르는 시간을 잡았고 공간은 여유가 생겼다. 마음을 치유해주는 자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로써 맺어진 만남은 휴식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방문하시는 분들은 모두 저마다의 상처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상처를 안긴 대상도 가족, 친구, 동료 등 다양했죠. 사례가 다양했던 만큼 수많은 연극이 펼쳐졌어요. 이 과정을 통해 많은 분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가셨고요. ‘선생님 덕분에 살았어요’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준 것 같아 뿌듯해요.”
연극으로 아픈 마음 치유…“어그러진 순간 재현해 바로잡죠”
나우예술심리연구소는 문화·예술을 통해 내담자의 심리치료를 도와주는 곳이다. 2012년 개소됐다. 내담자란 상담자의 도움을 받아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사람을 말한다. 심리치료엔 연극, 그림, 사진, 상담 등이 활용된다. 다친 마음을 예술로 표현해 치유로 다가가는 것이다.
연극치료를 진행하는 데 기본적인 조건은 ‘라포’(rapport)의 형성이다. 라포란 마음이 통하고 공감이 있어 감정교류가 잘 되는 인간관계다. 라포 형성을 위해선 상대방의 감정과 사고, 경험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연극을 통해 치료가 진행되는 이유다.
“마음의 상처는 타인으로부터 입는 경우가 많죠. 가령 가족 단위 내담자가 있다고 해보죠. 일단 연극으로 문제가 됐던 순간을 재현해요. 여기서 역할을 바꾸는 거에요. 자녀는 부모님이 되고 부모님은 자녀가 돼보는 거죠. 서로의 입장에서 말과 행동을 느껴보기 위함이에요.”
“이 상황에서 라포는 보다 쉽게 형성되고 왜 그 순간이 문제가 됐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죠. 재현된 순간 속에서 잘못된 말과 행동을 바로잡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막는 게 연극의 목적이에요.”
연극치료라는 다소 생소한 심리치료 기법은 곽경숙 나우예술심리연구소 소장(39)의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다. 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과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그의 이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곽 소장은 동 대학 대학원에서 연극치료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내담자들이 필요로 하는 치료가 진행되는 이유다.
물론 어려움은 있었다. 지금이야 전문가로 활약 중인 곽 소장이지만 생소한 분야에서 학문을 닦고 학위를 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심리치료와 연극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념도 초기 활동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연극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사람들의 사람들을 치유하고자 학위를 취득했어요. 공부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죠. 관련 자료가 많지 않았거든요. 공부에 꽤나 애먹었던 기억이 나요.”
“많은 사람들이 심리치료라는 것에 거부감을 갖곤 하죠. 심리치료를 받으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확률이 높으니 이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현대인에게 심리적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해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건 심리치료고요. 외국에서는 정신과 방문이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죠. 치료를 받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요. 우리나라도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관대해져야 해요.”
소외계층 문화·예술 활동 돕기도…“문화·예술 보다 쉽고 친숙하게 생각하기를”
나우예술심리연구소는 아트컴퍼니나우로도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연구소는 사람들의 심리치료에 초점을 맞춰 운영된다. 치료를 위한 상담비도 필요하다. 반면 컴퍼니는 문화·예술 소외계층의 문화·예술 활동을 돕는 게 주요 목적이다. 문화·예술 소외계층은 저소득 가정 아동, 군인, 노인, 장애인 등이다. 컴퍼니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공익을 추구하는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다.
사실 먼저 탄생한 건 아트컴퍼니나우다. 군부대를 돌며 문화·예술과 격리된 군인들을 상대로 연극, 음악, 미술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전재호 나우예술심리연구소 팀장(30)도 처음엔 군인 신분으로 이곳을 접할 수 있었다. 군 복무 당시 아트컴퍼니나우가 전 팀장이 몸담고 있던 부대에 방문한 것이다. 전 팀장은 당시 교육을 받으며 아트컴퍼니나우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곳에 합류하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남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회복지사가 꿈이기도 했죠. 아트컴퍼니나우를 처음 만나게 된 건 2010년 정도로 기억해요. 군 복무를 하고 있었는데 컴퍼니 선생님들이 우리 부대를 방문했죠. 연극 등 문화·예술을 제대로 접해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교육을 받으며 컴퍼니의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소장님이 같이 일하자는 제의를 하셔서 합류하게 됐죠.”
아트컴퍼니나우는 문화·예술 소외계층에게 연극 등 문화활동을 통해 ‘잠시 쉴 시간’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예술 교육을 통해 즐거움을 선물하고 연습한 연극은 공연이라는 결실로 마무리된다. 결실은 추억으로 남는다. 연극이라고 해서 어렵고 엄격하게 진행되는 건 아니다. 컴퍼니는 연극과 공연 교육을 참가하는 사람들의 자율에 맡긴다. 즐거움과 휴식을 선물하겠다는 본연의 목적을 위해서다. 이런 자율적 방식은 참가자의 심리 안정에도 효과적이다.
“연극과 공연은 최대한 참가자들의 자율에 맡겨요. 하고 싶은 대로 본인을 표현하고 말하고 싶은 걸 마음껏 외칠 수 있도록 만들죠. 저희는 옆에서 조력자 역할 정도만 수행하고요. 연극이란 걸 너무 어렵지 않게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죠. 어쨌든 삶의 매 순간은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때론 가면을 쓰고 생활할 때가 있잖아요. 가면을 벗고 진심을 전달하는 것도 연극의 일종이고요.”
“결국 연극은 삶의 일부분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죠. 비단 연극뿐 아니라 문화·예술 자체에 대한 인식이 보다 쉽고 편안하게 바뀌길 바라고 있어요. 아트컴퍼니나우가 활동하는 이유 중 하나죠. 소외계층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며 문화·예술이 어렵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죠.”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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