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엄도현·김재훈 기자] 최근 애국심에 편승한 유튜브 채널들이 국민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일부 채널의 과도한 행보가 물의를 빚고 있다.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은 좋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해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들 콘텐츠 중에는 한국의 성과가 아닌 정부 성과 알리기에 급급한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어 우려는 더해진다.
한국 영화산업 성공 공식된 애국 코드… 과도한 흥행몰이에 ‘국뽕’ 전락 사례 빈번
국내 영화계 안팎에서는 소위 애국 코드가 이미 하나의 ‘잘 팔리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국 코드를 장르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그 장르가 존재한다. 2000년대 후반을 지나며 한국 영화계에서 애국 코드는 새로운 흥행 공식이 됐다.
주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소재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에 대해 일부 영화팬은 조롱 섞인 의미를 담아 ‘국뽕 영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로지 흥행만을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은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생긴 현상이다. 애국심을 담보로 관객의 눈과 귀를 현혹하고 나아가 건전한 비판까지 막는다는 지적이다.
2007년 심형래 감독의 ‘디 워’는 우리나라에서만 84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다. 반면 미국의 영화 정보 모음 사이트 ‘IMDB’에서는 ‘IMDB Bottom 10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 세계 관객들에게 최악의 영화 100위 안에 꾸준히 들어가는 것이다. ‘디 워’가 혹평을 받는 이유로는 조잡한 연기 연출과 장르에 대한 낮은 이해도, 비전문가 수준의 플롯 등이 꼽힌다. 특히 ‘디 워’의 엔딩 곡으로 나오는 ‘아리랑’은 지나친 애국 마케팅을 노린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심형래 감독은 과거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영화도 헐리웃에 필적하는 수준의 CG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제작했다”고 밝혔다. ‘헐리웃에 뒤처지지 않는 CG 기술’이라는 말은 캐치프레이즈로 사용됐다. 제작의도부터 우리나라의 국위 선양을 위해서 시작된 영화인 것이다. 이를 위해 ‘디 워’에는 총 3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자됐다.
그런데도 당시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는 영화계의 평가와는 크게 엇갈렸다. 일부 영화업계 종사자가 ‘디 워’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자 그들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개인 블로그에 “‘디워’는 영화가 아니라 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미국 토스터기의 모방에 가깝다”며 “영화는 영화이지 애국심의 프로파간다가 아니다”고 썼다가 일부 관객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는 다음날 “영화 자체에 대한 비난이 아닌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이었다”는 글과 함께 앞선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진중권 평론가는 당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심형래에 대해 말하는 것이 모험이다. 황우석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심약한 평론가는 이야기를 못 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애국 코드를 담은 영화가 다수 등장했다. 일례로 ‘국가대표’는 누적 관객수 848만명을 기록하며 당시 흥행 16위에 안착하는 성공을 거뒀다. 한 영화업계 종사자는 이를 두고 “애국 코드와 한국식 신파가 버무려진 한국 상업영화의 공식화가 이뤄진 계기다”고 평하기도 했다.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봉오동 전투’ ‘명량’ ‘동주’ ‘1987’ ‘인천상륙작전’ ‘자전차왕 엄복동’ ‘국제시장’ 등 최근까지도 비슷한 방식으로 흥행을 노린 영화들이 대규모의 자본과 함께 제작됐다. 특히 ‘1987’ 같은 영화는 작품성 면에서도 호평을 받았지만 정치적 성향이 짙게 깔려 있다는 비판을 받으며 일부 관객 사이에서는 ‘애국이 아닌 국뽕이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물론 실패 사례도 존재한다. ‘자전차왕 엄복동’이 대표적이다. ‘자전차왕 엄복동’에 참여한 한 스태프는 “본 촬영 전 사전 제작 단계부터 스태프 사이에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적었다”며 “흥행을 위해 다소 억지스럽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려 한 흔적이 보이는 기대 이하의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려면 고증에 신경을 쓰든가, 새로운 인물을 재창조해야 하는데 이 사이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 제작자는 “한국 상업영화에 애국 코드가 들어가는 것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근·현대 이전이라면 우리나라의 굴곡진 역사상 피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고 당연히 돈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국제시장’이나 ‘명량’ 등의 성공사례를 학습한 투자사들은 ‘애국’과 ‘신파’를 쉽게 놓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윤정한 SMC 대표는 “크게 흥행하는 영화는 자체적인 기획과 홍보의 효과보다는 관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서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입소문을 타기 좋은 영화는 영화에서 주로 담는 정서가 우리에게 가깝게 느껴지는 경우인데 애국과 신파 등의 정서는 우리 사회와 매우 밀접하기 때문에 성공한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자극적인 제목 포장된 근거 없는 내용에도 콘텐츠 가치 1억원 안팎… 위험한 돈벌이 ‘국뽕’
새로운 콘텐츠 시장인 유튜브에서도 애국 코드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유튜브 채널의 흥행을 위해 애국 코드를 담은 콘텐츠를 다루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유튜브 채널의 경우 애국이 아닌 노골적인 국뽕 콘텐츠만을 다루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기 유튜브 채널 ‘OOO튜브’의 최고 인기 동영상인 ‘미국방송에 나간 한국 모습이 전 세계를 부끄럽게 한 이유, 눈물을 흘리는 미국인들 한국이 큰 감동을 주고있다’는 조회 수가 305만에 달한다. 한국의 코로나 대처가 미국 CNN에 보도됐다는 내용이다. 유튜브 분석 사이트 ‘녹스 인플루언서’에 따르면 OOO튜브 구독자의 100%가 이 영상을 재생했으며 이 동영상의 예상 가치는 6500만원에서 1억1800만원이다.
OOO튜브에는 주로 정치·시사 이슈들이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로 포장돼 업로드된다. 때로는 정확한 사실 여부와 거리가 먼 정보들이 전달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업로드된 ‘일본 회사들이 한국에 들어오겠다며 울고 있는 현 상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일본무역 불매운동에 관해 다뤘고 2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지만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이슈를 사실인 것처럼 주장한다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비판이 쏟아지자 OOO튜브는 해당 영상의 댓글을 금지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 반응을 주 콘텐츠로 삼는 유튜브 채널은 외국인 채널에도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쇼미더머니’를 통해 급격하게 성장한 한국 힙합음악에 대해 우리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자 한국 힙합음악을 리뷰하는 해외 유튜버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넌리액트(Nun-react)’는 가수 태양의 뮤직비디오와 ‘쇼미더머니’ 시즌6 리뷰를 시작으로 현재는 구독자 34만명의 대형 채널이다.
한국 문화를 리뷰하는 해외 유튜버 중 규모가 가장 큰 ‘영국남자’는 구독자가 391만명이다. ‘삼겹살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 ‘한국음식을 먹어본 어벤저스 배우들의 반응’ 등 가장 인기 있는 영상들의 조회수는 각각 1929만회, 1776만회 등에 달한다. 유튜브 채널 분석 사이트 ‘녹스 인플루언서’의 분석에 따르면 이 채널로 벌어들이는 월수입은 최대 5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화계 한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는 항상 악당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담당하던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일본이나 중국 등 주변국에 대한 반감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수주의 유튜브 채널들이 일본·중국 등을 비난하는 영상을 통해 성장한 것은 이런 국민들의 정서를 영리하게 이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해외의 반응을 궁금해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만의 고유한 특성은 아니다”며 “이런 성향은 주로 일본 등 동아시아권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외세의 개입이 많았던 역사적 사실과도 연관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칠게 말하자면 낮은 자존감이 표출되는 하나의 형태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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