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반기업 정책 기조로 한국에선 더 이상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각국 정부가 리쇼어링, 즉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펼치는 것과는 반대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심지어 문재인정부도 글로벌 추세에 발맞춘다며 리쇼어링 정책을 내놓고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연일 반기업 정책을 쏟아내면서 동시에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는 것은 사실상 기업은 물론 해당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들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에선 기업 못 해”…기업 규모 구분 없이 ‘코리아 엑소더스’ 행렬
대우버스의 맥을 이은 자일대우상용차 울산공장이 6월 15일부로 휴업에 들어갔다. 같은 달 22일에는 희망퇴직 시행을 공고했고 30일에는 울산공장 계약직 직원들과 계약을 종료하고 퇴사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1일까지는 추가 휴업에 돌입한 상태다.
자일대우는 현대·기아자동차와 국내 버스 시장을 양분해 온 버스 제조·판매 업체로 2010년부터 울산공장으로 생산 시설을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 베트남, 중국, 파키스탄, 코스타리카, 미얀마, 대만, 카자흐스탄 등 7곳에서 해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자일대우는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버스를 수입해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말까지 울산공장에서 차량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베트남에 있는 공장을 자일대우의 생산 주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계획에 따라 4월부터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 중 국내 판매용 시내버스 2개 모델의 부품을 베트남 공장으로 반출하기 위한 KD(수출을 위한 포장 작업)를 발주하기도 했다.
자일대우의 국내 공장 폐쇄 결정의 배경에는 실적 하락과 강도 높은 반기업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자일대우의 실적은 최근 들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최근 3년간 자일대우의 실적은 △ 2017년 매출액 3677억원, 영업이익 33억원, 당기순이익 86억원 △ 2018년 매출액 3101억원, 영업손실 107억원, 당기순손실 77억원 △ 2019년 매출액 3265억원, 영업이익 13억원, 당기순손실 130억원 등이었다.
2018년부터 적자 전환했지만 법인세는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자일대우가 냈던 법인세는 당기순손실의 절반에 달하는 68억원에 달했다. 판매 실적은 점차 줄어드는데 법인세는 되레 증가하는 통에 자일대우의 순손실은 더욱 늘어나고 말았다. 자일대우는 울산공장을 최대한 운영해 볼 요량이었으나 올해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사실상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결국 자일대우는 부득이하게 울산공장 폐쇄 및 해외 이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여파는 근로자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버스지회(대우버스 노조)는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삭발과 노숙을 하는 등 격렬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우버스 노조는 “대우버스 노동자들에게 울산공장 이전은 살인 포고와도 같다”며 “두 달 휴업으로 인해 계약직 생산 노동자 160여 명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납품업체들의 납품 포기와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어 “울산시민들의 세금으로 많은 혜택을 누린 대우버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겠다고 한다”며 “600여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 수천명이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며 울분을 토했다.
굴지의 대기업 LG전자부터 100년 기업 경방까지…“살려고 한국 떠난다”
해외 이전을 결정한 업체는 자일대우뿐만이 아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LG전자는 5월 20일 구미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LG전자 구미공장의 TV·사이니지 생산라인은 기존 6개에서 4개로 축소될 예정이다.
관련업계에선 LG전자가 생산라인 이전 비용 등 총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결정이 회사에 더 큰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인건비만 해도 인도네시아의 임금은 한국의 15~20%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에 생산라인이 옮겨가는 인도네시아 찌비뚱(Cibitung)공장은 1995년부터 운영되던 LG전자의 아시아시장 TV생산 거점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이전비용을 낮출 수 있는데다 글로벌 TV 수요 정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을 개선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생산 효율 극대화와 원가 절감을 통해 글로벌 가격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기존 근로자들에 대해선 희망퇴직이 아닌 인력 재배치를 결정했다. LG전자는 “생산라인이 축소되더라도 담당 인력들은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전원 재배치할 계획이다”며 “구미공장의 TV 관련 직원 500여명 가운데 대부분이 같은 사업장 내 다른 TV 생산라인과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100년 기업 경방은 이미 한국을 떠났다. 지난해 11월 용인공장을 뜯어낸 자재와 장비를 베트남 공장으로 이전했다. 경방은 1956년 우리나라 증권거래소가 설립될 때 1호로 상장된 기업이다. 국내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경방은 문재인정부의 반기업 정책으로 인해 결국 문을 닫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기존에 근무하던 100여 명의 직원들은 함께 베트남으로 거처를 옮기거나 회사를 떠나야 했다.
관련업계 안팎에선 경방의 베트남 이전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00년 기업인 경방마저 국내를 떠나는 것은 세계시장 개척·사업 확장 등을 위한 진출이 아닌 국내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해 떠나려는 도피 성격이 강하다 시각이 많다. 일각에선 국내 중소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머지않았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가 한국을 버린 게 아니라 우리가 버림받은 것이다”며 “사실상 쫓겨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기업 95.8% “국내서 기업하지 않겠다…고임금·고용환경 악화 탓”
현재 중소기업의 국내 경영환경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해외에 생산 법인을 두고 있는 부산·울산·경남지역 중소기업 120여 곳 중 리쇼어링을 고려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조사 기업 중 82.5%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췄다. 반면 긍정적인 평가를 한 기업은 17.5%에 그쳤다.
국내 유턴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업은 고작 4.2%에 불과했다.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전체의 76.7%였고 오히려 현지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도 7.5%로 나타났다. 제3국에 신규 투자를 고려한다는 기업도 무려 11.7%에 달했다. 결국 95.8%의 기업이 국내에서 기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꺼리는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국내의 고임금 환경과 고용환경 악화에 대한 부담을 꼽고 있다. 저임금 환경(44.2%)과 현지 시장 진출(39.2%)이 해외 진출의 주된 목적이었던 만큼 고용환경 부담이 커지고 있는 국내 경영 환경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동남아시아 각국에선 수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각종 세제 혜택 등 풍부한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노사 관계에 휘둘릴 필요 없이 생산성까지 만족스럽다면 해외 이전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영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승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전 전경련 상근부회장, 경제학 박사)는 “기업은 철새와도 같다”며 “친기업 정책 등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찾아온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업들은 세계 각국의 정책을 비교해 경영 환경의 유·불리를 따진다”며 “현재 외국계 기업들의 한국법인장들은 문재인정부의 기업 정책이 불리한 정책들뿐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고문은 “현재 정부 정책 기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리쇼어링은 고사하고 탈한국을 선택하는 기업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며 “친노동 정책을 지양하고 고임금 환경 해소, 법인세·물류비 절감 등 국내 기업들을 경제를 살리는 주체로 인정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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