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8·4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주도’라는 반시장 정책 기조를 유지하다 보니 시장의 호응도가 미비할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공이 주도하는 재건축의 경우 용적률 상향 혜택이 있긴 하지만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 참여 단지는 극소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개입을 최소화 한 시장 주도의 공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넘치는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첫 단추부터 어긋난 부동산대책…집값급등·국민피해 확산에 부랴부랴 프레임 전환 시도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집값 급등의 원인을 시장 내 만연한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지속적인 규제를 가해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동안 수급 동향에 따른 부동산 시장에 관한 분석이 나올 때마다 줄곧 비이성적 투기에 따른 이상과열 현상으로 집값이 오를 뿐 공급은 충분하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정부의 입장은 서울과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버린 6·17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서민 피해가 확산된 후에야 바뀌었다. 공급은 충분하다며 수도권 신도시와 유휴부지를 통해서만 공급을 충당하고자 했던 정부는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모이지 않는 등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그린벨트를 해제 하지 않은 선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기존의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 공급은 연 4만호로 과거 대비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3년간의 공급도 이보다 높은 4.6만호로 전망된다고 주장했다. 공급 대책은 2023년 이후의 안정적인 주택공급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대책의 주요내용은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13만2000호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세부적으로 △서울 도심 군부지·유휴부지에 3.3만호 공급 △3기신도시 용적률 상향을 통한 2.4만호 공급 △공공재건축·재개발을 통해 7만호 공급 △도심 내 규제완화를 통해 5000호 공급 △기존 공공분양 물량 확대를 통해 6만호 공급 등의 내용이다.
“개발은 되고 이익은 안 돼” 여전한 반시장 기조에 강남 재건축 단지들 “그럼 안 해”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에서 가장 많은 공급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공공 재건축·재개발이다. 각각 5만 가구, 3만 가구 등으로 전체 공급량의 53%를 차지한다. 정부는 기존 정비사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혜택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부여하는 혜택은 △자금조달 및 설계 지원 △용적률 300~500% 수준으로 완화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한 최대 층수 50층까지 허용 △정비구역 해제 혹은 미지정 사업장 개발 참여 등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각종 혜택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비사업장들이 정부 주도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참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부채납 비율이 높은데다 개발이익과 직결되는 규제완화 내용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용적률 상향의 조건으로 기대수익의 90% 이상을 기부채납할 것을 내건 상태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강남 지역 내 재건축 단지 들은 대부분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강남구 은마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내용이 하나도 없어 반응이 좋지 않다”며 “분양가상한제 등 개발이익과 관련된 언급이 일절 없는데 어떤 사업장이 사업을 추진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조합 설립도 되지 않은 데다 일대일 재건축으로 기울고 있어 공공 주도 사업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개포6·7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성을 보장해주는 내용도 일절 없고 기부채납 등의 내용만 담고 있는데 어떤 사업장이 참여하겠나”고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사업이 무산돼 공공참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사업장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일몰제로 추진위원회가 해산된 증산4구역의 경우 공공재개발 추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증산4구역 전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일몰제로 추진위가 해제된 이후 역세권 공공임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잡음이 적지 않다”며 “지금도 임대주택비율이 너무 높아 사업 추진을 일절 접고 민영으로 가야한다는 반응이 많은데 공공재개발이 가당키나 하겠나”고 반문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뒤늦게 공급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정부 개입’이라는 반시장 기조와 개발이익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 어떤 공급 대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의 공급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 개선이 빠져 있는 것이다”며 “집을 짓고 나서 집값이 많이 올라가는 지역의 경우 개발 이익의 50~90%를 뺏어가고 남은 10%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평당 3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단지는 거의 없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건축초과이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를 건드릴 수 없다면 최소한 기부채납에 대한 내용은 완화해줘야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기부채납은 법적인 규제 근거가 없는 만큼 검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공공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절반 이상의 추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재개발은 어느 정도 참여 가능성이 있으나 재건축은 사실상 전무할 것으로 점쳐진다”며 “13만 공급 계획 중 상당수가 재건축에 편중돼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정부의 공급 대책은 집값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태용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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