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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 특고 고용보험 부작용

현실 동떨어진 친노동 정책, 전국민 고용보험의 허실

업종 간 고용특성 무시,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고용감소·노동경직성 악영향

오창영기자(cyoh@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8-12 00: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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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리운전 기사와 카드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적용을 두고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고용감소는 물론 시장의 노동 경직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구직자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리운전 기사와 카드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적용을 두고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고용감소는 물론 시장의 노동 경직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추진…특고 포함 전체 가입자 수 1700만명 확대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중 ‘안전망 강화’ 일환으로 전국민 고용보험 의무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2025년 고용보험제도 완성을 목표로 고용부에선 이미 특고의 당연적용, 특고 종사자와 사업주의 보험료 공동부담, 지급대상 급여 항목 설증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고용보험법 및 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용보험제도가 구축되면 일자리를 잃더라도 누구나 실업급여를 탈 수 있게 된다. 현행 근로자 대상의 고용보험을 특고에게 확대 적용하는 게 골자다. 특고는 회사와 계약을 맺고 월급이 아닌 건당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현행법상 특고는 임금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 신분이라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2025년엔 전국민 중 2100만명이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자는 1400만명 수준이다.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우선적으로 특고 등으로 확대해 2022년엔 전체 가입자 수를 1700만명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 특고가 고용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적용하려면 보험료 산정 기준을 임금이 아닌 소득 중심으로 바꾸는 등 제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법 개정을 올해 안으로 완료할 방침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일하는 분들의 소득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며 “이를 기반으로 연말까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보험료 부담에 특고마저 난색…실업급여 손실·일자리 감소 부작용 수두룩
  
▲ 고용노동부가 전국 단위 대리운전 노조 설립을 허가하면서 대리운전 기사들은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게 됐다. 이에 대리운전 노조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파업을 포함한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 중인 대리운전 노조. ⓒ스카이데일리
 
개인사업자 신분인 특고가 임금 근로자와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되면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대폭 증가해 특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우려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지어 특고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보험료 부담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실정이다.
 
법·제도적 장치로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는 있으나 영세한 특고 역시 보험료 부담이 늘게 돼 실제 손에 쥐게 되는 임금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상당수의 특고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에서 대리운전 기사로 활동하는 최모씨는 “정말 극한 상황에 몰려 하루에 몇 푼씩 벌어 먹고사는 대리기사들은 실질적인 혜택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보험료를 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시장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빠르게 정책이 추진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진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용자성이 강한 특고가 근로자성이 높은 임금 근로자와 똑같이 고용보험을 의무적용받는 건 보험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에 반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현행 임금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보험을 특고에게 확대 적용하면 실업급여의 재정 손실이 가속화되고 사업주 비용 부담도 늘어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실제 실업급여 재정수지는 2018년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실업급여 계정 고용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한차례 인상했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하면서 적자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연은 특고가 이직이 잦고 정확한 소득 파악이 어려운 만큼 입법예고안이 통과될 경우 실업급여기금의 재정 건전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소득 수준이 유리지갑인 임금 근로자에게 보험료 부담을 더욱 전가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행 임금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보험을 특고에게 확대 적용하면 실업급여의 재정 손실이 가속화되고 사업주 비용 부담도 늘어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사진은 구직자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이에 특고의 고용보험료 부담 비율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금 근로자와 달리 사업주와 수평적 위임 관계를 맺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특고의 업무 특성상 실업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특고의 소득 감소로 인한 이직은 실업급여 수급자격 및 사업주 피보험자 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특고는 임금 근로자에 비해 근무 일정이나 시간 등의 변동, 주 거래처 변경 등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어 사업주의 행정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친노동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경직된 국내 노동시장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승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경제학 박사는 “정부가 기업 투자를 늘릴 생각은 하지 않고 기업하기 어려운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간 국내 고용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특고에 종사하게 된 것이 아닌 자발적 비정규직을 원해 특고를 선택한 사람도 있다”며 “다양한 고용 형태가 공존하는 고용 시장이 이상적인 모델인데도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열겠다며 무조건적으로 사업주와 특고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길이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특고의 임금이나 권익보호, 직업 안정성을 위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보다 우선하는 것은 일자리 개수다”며 “제아무리 특고 노조를 설립하고 복지를 늘린다한들 일자리가 줄어들면 특고의 밥솥만 뺏고 그들의 피해만 가중시키는 셈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고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아무리 쉬워도 지금의 ‘나누기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며 “기업 투자를 늘려 기업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만들기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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