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 단체, 기관 등을 말한다. 정부나 지방정부 등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소유권 혹은 통제권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등 시장경제논리로는 이윤이 나기 힘들지만 공공의 이익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영역을 맡고 있다. 복지와는 차이가 있다. 정부자금, 달리 말하면 국민의 세금 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합리적인 운영이 요구된다. 공기업의 경우 공공성을 추구함과 동시에 수익성도 확보하는 식이다. 그런데 다수 공공기관의 행보와 행태를 보면 당초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조원의 적자로 방만경영 논란에 휩싸인 한국전력공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세계적인 탈(脫)석탄 바람에 존재 자체가 혈세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한석탄공사 등 공공기관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습은 과도한 ‘관치’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공공기관의 폐단으로 인한 혈세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민영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관치 한국의 민낯’으로 정하고 주요 공공기관들의 운영행태와 이를 둘러싼 논란 등을 세 편에 나눠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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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윤승준·홍승의 기자]출범 5년 차를 향해 달려가는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급진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부작용 우려에도 공약 이행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체계적인 절차와 형식을 건너뛰고 무리하게 추진하다 국민의 피해를 유발하기도 했다. 절차와 형식을 무시한 채 오로지 목적에만 치중한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탈원전 정책 이행을 위한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공약인 탈원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수천억원의 혈세 낭비 사실을 숨긴 게 해당 이슈의 핵심이다. 문재인정부의 급진적인 국정 운영의 부작용은 또 있다. 바로 정부와 여러 공공기간 간의 불협화음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간 불협화음은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허문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개선이 필요한 사안으로 지목된다.
대통령은 그린뉴딜 위한 탈석탄, 국민연금·산자부·산은은 석탄화력 투자
문재인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으로 디지털뉴딜과 함께 그린뉴딜을 내세우고 있다. ‘그린뉴딜’이란 친환경, 저탄소 등 그린경제로의 전환을 일컫는 단어다. 탄소중립을 지향하고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 친환경 산업의 경쟁력을 전 방위로 강화한다는 게 정책 취지다.
주요 사업 내용으로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이 있다. 정부는 그린뉴딜 사업비로 73조4000억원을 책정했다. 이 중 기후변화 대응 강화 및 친환경 경제 구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24조3000억원 △녹색인프라에 12조1000억원 △녹색산업 육성 등에 6조3000억원 등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그린경제를 표방하며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제시했지만 공공기관의 행보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을 운용하기 위해 정부가 설립한 보건복지부 산하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석탄 관련 산업 투자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3월 기준 국내 석탄 관련 기업에 1조6202억원, 해외 석탄 관련 기업에 2조8598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한전) 자회사 인프라 투자액 4451억원, 한전 자회사 채권 4조5840억원 등을 포함하면 주식, 채권, 인프라 등을 포함한 석탄 투자금액은 약 10조원에 달한다. 올해 7월말 기준 국민연금공단의 전체 기금규모 777조원의 약 1.3% 수준이다.
‘반(反)그린뉴딜’ 행보는 국민연금공단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도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는 산업·기술, 무역·투자·에너지·자원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현재 산자부는 화석연료 시추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유전개발사업출자와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 등으로 구성된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국내 대륙붕 유망구조 탐사 △석유·가스자원의 시추 지원 △해외자원개발기업 융자 지원 등이다.
‘2021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산자부의 에너지분야 예산 중 유전개발출자사업은 올해(135억원)에 비해 무려 3.5배나 높은 466억원이 책정됐다.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사업 예산도 349억원으로 작년(84억원)에 비해 4배 늘어났다.
국책은행들도 석탄화력발전사업에 금융 지원을 하면서 정부와 불협화음를 내고 있다. 이들은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에 약 4000억원의 금융 지원하거나 직접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국내은행 석탄금융 취급액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3771억원과 232억원 등을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에 대출하거나 직접 투자하고 있다.
두 국책은행의 5년간 석탄금융 대출 및 투자금액은 총 1조8220억원에 달했다. 이 중 2861억원(16%)은 산은이 직접 ‘주간사 은행’을 맡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형식의 금융지원이었다. 산업은행이 PF를 지원한 사업은 △새만금 집단에너지사업(175억원) △삼척 석탄화력발전사업(1332억원) △북평 석탄화력발전사업(1000억원) 등이었다. 기업은행도 ‘삼척 석탄화력발전사업’에 300억원을 약정했다.
정부가 ‘그린뉴딜’정책을 발표한 올해 7월 이후에도 변함없었다. 산업은행은 석탄화력발전 PF에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내·외 석탄화력발전 PF 금융제공 현황’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7월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4억달러(4740억원)를 대출 약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장애인·비정규직 등 지지층 위한 文의 보답, 산은·예보·코레일 등은 ‘시큰둥’
문재인정부는 출범 당시 여성 유권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성별 임금격차 해소, 여성임원비율 확대 등 성평등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에 호응하듯 출범 이후엔 국정과제로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 임원 중 여성 비율을 2022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0% 수준으로 높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손발이 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행보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곳이 예금보험공사(예보)다. 예보는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의 지급을 보장함으로써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지난달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2019년 기준 금융위원회 산하기관 9곳’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예보의 남녀 임금 격차는 61.1%였다. 남성이 100만원 받을 때 여성은 61만원을 받은 셈이다. 고위직 여성 또한 거의 없었다. 작년 기준 예보의 3급 이상 고위직 직원 191명 가운데 여성은 고작 6명으로 3.1%에 그쳤다. 예보에서 20년 이상 장기근속을 한 여성 근로자마저도 남성대비 임금 격차가 62%로 나타났다.
금융공공기관 전체를 놓고 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산하 9개 공공기관 내 남성대비 여성의 임금, 고용비율은 각각 71.3%, 39.5%였다. 평균 근속연수는 9.5년으로 14.4년인 남성보다 4.9년이 짧았다.
정부와 공공기관과의 엇박자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며 장애인고용비율 상향을 꾀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 공공기관의 실상은 사뭇 달랐다. 배진교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경우 산업은행의 장애인 공용률은 1.6%로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율(3.4%)을 크게 밑돌았다.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 역시 일선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네트웍스가 대표적이다. 코레일네트웍스는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로 주요 역 매표와 광역철도 역무·철도고객센터 상담 업무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이다. 현재 코레일네트웍스는 전 직원 중 대다수가 무기계약직·비정규직인 기형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과 반대 행보를 걷고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코레일 네트웍스의 전체 직원 중 일반 정규직 직원은 125명, 무기계약직 및 비정규직 직원은 각각 1785명, 308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특히 무기계약직 직원 수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2017년(1493명), 2018년(1758명), 2019년(1785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비정규직도 2017년(371명), 2018년(258명), 2019년(228명)에는 감소하다가 올해(308명) 다시 급증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정부와 일선 공공기관 간에 연이은 엇박자 행보는 자칫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 원인으로는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을 꼽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현실을 보지 않고 정책에 대한 모법답안만 추구하다 보니 공기업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며 “공기업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긴 하나 수익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장된 공기업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해야지 정부의 시녀 역할을 자처해서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실을 너무 이상적으로만 바라보는 정부와 대통령의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로 분석된다”며 “정책이라는 건 현실에서 가능한 것을 고려해야 하는데 정책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 보니 정부와 공공기관이 따로 노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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