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윤승준·홍승의 기자]국내 공공기관의 80%는 별도의 설립법이나 법률 조항에 근거해 설립된 ‘법정 공공기관’이다. 정부가 사업 재조정이나 통폐합을 추진하려 해도 법 개정 관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번 설립되면 통폐합이나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간이 흘러 산업구조 등 환경이 변화해 역할 자체가 희미해졌거나 당초 설립 목적 자체가 사라졌더라도 명맥을 유지하는 공공기관이 종종 발생한다. 이럴 경우 해당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비용 대부분이 국민의 혈세라는 점에서 혈세낭비 우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세계 유일 개별승강기 인증제도… 전 세계 유례없는 관(官) 독점 사업에 혈세낭비 우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한국승강기안전센터와 한국승강기관리원이 통합된 기관으로 2016년에 설립됐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전신인 한국승강기안전센터와 한국승강기관원은 각각 1986년, 1992년 설립됐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승강기시설안전관리법에 따라 승강기 안전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 독점 권한을 가지고 있다.
승강기를 제외한 나머지 시설물의 안전관리는 주로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관리한다. 시설안전공단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및 성수대교 붕괴 사고 등으로 발족된 정부기관으로 1995년에 설립됐다. 한 건물 내에서 승강기만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나머지 시설은 한국시설안전공단이 각각 관리하는 구조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권한은 막강하다. 2019년 3월에 도입된 승강기안전인증제도를 독점 수행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만 존재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엔 약 21만원이었던 승강기 설치와 관련된 심사·검사 비용은 현재 약 494만원이다. 이 때문에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독점하고 있는 승강기안전인증제도의 필요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안전관리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국민 부담만 가중시키는 인증제도가 지금처럼 공단만을 위해 운영이 된다면 승강기 산업은 절대 성장할 수 없다”며 “현실을 반영해 지금의 인증제도를 폐지하거나 외국처럼 정부가 기준만 제시하고 다원화된 민간기관을 통해 임의 인증제도를 이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강기 업계 등에 따르면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관(官) 주도형의 강제 독점 형태가 아니라 인증이나 검사기관이 다원화된 민간 자율 체제로 이뤄지고 있다. 또 안전확보와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작업 내용과 환경에 따라 작업 인원 등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
성평등만 알고 성역할은 모르는 여가부, 수조원 예산 쓰면서 툭 하면 ‘탁상행정’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최초 등장 시점부터 필요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정부 부처 중 한 곳이다. 남성과 여성의 성평등 및 가정의 평안을 추구한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성차별을 조장하며 국민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여가부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7월 여성가족부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에 1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청원에는 여가부는 성평등 및 가족·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남성혐오적이고 역차별적인 제도만을 만들어 예산을 낭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여가부는 지난해 방송 출연자의 획일화된 외모를 지적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배포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안내서에는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획일성은 심각하다.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가부가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으로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여가부는 안내서를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도 여가부를 둘러싼 탁상행정 논란은 계속됐다. 여가부는 이달 2일 소방청에 소방관 공채 중 여성 선발 비율이 적으니 성별 균형을 고려해 뽑을 수 있도록 체력 기준 등 채용 방법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소방관은 현재 남녀 인원을 미리 정해 뽑고 있다. 소방청은 여성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소방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공개채용 과정 중 체력 시험의 기준이 남성과 여성이 달라 남녀 구분을 하지 않고 뽑으면 여성이 상대적으로 점수에서 이득을 보는 구조다”며 조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청소년육성 전담 공무원제’ 실효성 논란 △초등생 대상 성교육 책 ‘나다움 어린이책’ 조기 성애화 논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이정옥 여가부 장관 발언 등 연이은 논란에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여가부의 예산은 매년 꾸준히 상승 중이다. 올해 9월 여가부는 지난해 대비 5.4% 증액된 1조1789억 규모의 내년 예산 정부안을 발표했다. 여가부 예산은 2019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고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정부 정책수행 평가 순위에서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세계김치연구소, 167억 혈세 받고 수입은 고작 17억… 임원 연봉 1.7억, 직원 평균 7천만
2010년 김치산업 진흥법에 근거해 세계김치연구소가 설립됐다. 김치와 관련된 분야의 연구개발 및 시험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해 전통식품인 김치를 세계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김치연구의 필요성이 미미하고 연구 성과 또한 부족해 존폐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2016년 제3대 소장으로 취임한 하재호 전 소장은 퇴임 직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통폐합 이슈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세계김치연구소를 ‘발효연구소’ 또는 ‘한국식품연구원’ 등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하 소장이 지난해 11월 임기가 만료된 뒤 기관장 자리는 현재까지 공석인 상태다.
현재 기관장도 없고 이렇다 할 연구 성과도 없는 이름뿐인 세계김치연구소는 광주시의 반발로 통폐합이 무산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통폐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없는 연구소를 유치할 판에 있는 연구소를 없애는 것은 안 될 일이고 수개월간 소장을 임명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세계김치연구소의 통폐합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역할에 비해 투입되는 혈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세계김치연구소의 수입 현황을 보면 정부 출연금 및 정부 사업수입으로 정부 지원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매년 약 163억원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그 밖에 세계김치연구소에서 내는 수입은 약 17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은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지출 대부분은 인건비와 사업비다. 2019년 기준 임원 평균 연봉은 1억7814만원이고 일반 정규직 평균 보수액은 7500만원을 기록했다. 평균 보수액은 성과상여금 690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이라 할지라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관이 있을 수 있어 국가지원금 지급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며 “국가는 예산을 정할 때 실적 및 효과 등을 따져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된 기업이 매년 회계감사를 받고 상장 폐지도 될 수 있는 것처럼 공공기관도 이러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승의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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