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윤승준·홍승의 기자]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적지 않은 공공기관들이 천문학적 손실을 내거나 기관운영자금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행태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러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실행주체가 바로 공공기관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정권 입맛 맞추기에만 급급해 결국 방만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운영목적이나 효과성, 효율성 등을 고려하는 대신 정부의 정책방향에만 집중하다 보니 대규모 적자를 내고 빚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발전에 집중하며 조단위 손실을 낸 한국전력공사(한전), ‘문재인 케어’ 도입으로 적립금 고갈이 가까워진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 부동산 정책에 발맞추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빚을 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스스로 제 목 조르는 한전의 탈원전 행보, 수조원대 적자는 결국 국민 몫
공공기관 정보공개 시스템 알리오 등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6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반면 1조원을 넘는 영업손실과 2조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에도 2000억원대 영업손실, 1조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복된 적자로 한전의 재무상태는 크게 악화됐다. 2016년 143.44%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86.83%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로 기업의 재무구조를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설 경우 재무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전의 재무상황에도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으로 꼽히는 한전은 문재인정부 출범 전까지만 해도 10조원대 흑자를 기록했던 알짜 기업이었다. 2015~2016년중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후인 2017년 영업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의 실적부진 원인으로는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이용률 감소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이 지목된다. 발전효율이 높은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힘을 쏟으며 비용부담을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기준 원전의 생산단가는 ㎾h(킬로와트시)당 58.31원이다. 신재생에너지(㎾h당 99.98원)의 절반 수준이다.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할수록 비용측면에서 효율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전에 따르면 원자력에너지 전력발전량은 2015년 16만4762GWh(기가와트시)에서 지난해 14만5910GWh로 줄었다. 반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력량은 2015년 1만7318GWh에서 지난해 3만526GWh로 늘었다.
한전 역시 탈원전이 수익성 저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모습이다. 원자력발전량과 실적이 양(+)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지난해 2분기 실적 보도자료를 통해 “영업이익이 개선된 주요 원인은 원전이용률 대폭 상승 등으로 발전 자회사 연료비와 민간구입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확대는 ‘정권 눈치보기’ 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정부는 대선 당시부터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집권 이후 갖은 방법을 동원해 공약을 이행 중이다. 한전도 원전발전 비중을 낮추는 등 정부 요구에 부응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한전이 발전효율이 낮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 적자가 쌓일 경우 종국엔 전기료 인상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 부담을 키우는 꼴이라 결국 정치공약이 국민 부담을 확대시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전은 ‘전기요금 체계개편’을 공식화했고 연내 개편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앞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전기요금에 태양광·풍력 확대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며 전기료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文정부 공약에 발맞추다 빚더미 오른 LH·건보… “대통령 인기몰이에 축나는 국민 혈세”
건보도 이른바 문재인 케어 정책에 호응하다 재무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문재인 케어는 MRI 등 비급여의 급여화를 필두로 국민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골자로 한 정책이다.
알리오에 따르면 건보는 2018년과 지난해 각각 4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2018년 3조8954억원, 2019년 3조6266억원 등을 기록했다. 그 결과 2016년 말 8조원 수준이던 건보의 부채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12조원을 넘어섰다.
건보의 적자 심화는 건강보험료 인상 등 국민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케어’ 도입 후 건강보험료율 인상률은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0% 등으로 2~3%대를 유지했다. 직전 2년간의 건강보험료율 인상률은 2016년 0.90%, 2017년 동결 등이었다.
건보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건보 적립금 고갈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연스레 국민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보 적립금은 지난해 17조원 규모에서 2023년 7000억원 규모로 크게 줄어들어 적립금은 바닥나고 그해에 3조1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이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내고 혜택은 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과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 주거안정을 책임지는 LH도 무리한 정책 이행 때문에 부채 규모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LH의 부채총액은 132조원이다. 부채비율도 251%에 달한다. 사기업이었다면 부실기업 오명을 써도 이상할 게 없는 재무상태로 평가된다.
앞으로 LH는 부채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가 전세대란 대책으로 공공임대주택 11만41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중 LH가 79%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LH의 부채는 8조2000억에서 많게는 1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일종의 ‘정치놀음’ 때문에 공공기업의 부실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에 무리한 요구를 하다 보니 공공기관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태양광 발전, 문재인 케어 등 정책 공약에 공공기관이 희생당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공공기관은 무리한 운영을 할 수밖에 없고 적자와 부채가 쌓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의 부실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감당해야 한다”며 “결국 정부의 무리한 정책이 국민 부담만 늘리는 꼴이다”고 덧붙였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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