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저물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올 한 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코로나를 꼽을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슈다 보니 다른 이슈에 비해 관심의 정도가 남달랐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이 코로나에 집중된 탓에 생명만큼 중요한 가치를 내포한 여러 가지 이슈가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 결과 국민적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지금도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에서 기인한 부동산 사태가 대표적이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반시장 부동산 규제에 월세살이 신세 전락한 서민들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올 한 해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쏟아 냈다. 정부 대책은 특히 6~8월에 집중됐다.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취지로 짧은 기간 내에 집중적으로 대책을 퍼부었다.
우선 6·17대책을 통해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등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법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세금을 강화했고 전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구입자 중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는 가격과 관계 없이 6개월 내 전입 의무도 부과했다.
정책 후폭풍은 상당했다.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을 시도하던 서민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심지어 집단반발 움직임까지 등장했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이 결성됐고 이곳 회원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이 생겨났다.
짧은 시간차를 두고 7·10대책도 나왔다. 대책에는 2021년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인상,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6%로 인상, 다주택자 취득세율 인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7·10 대책 발표 이후 앞서 6·17 대책 때와 마찬가지로 ‘7·10 취득세 소급적용 피해자모임’이 만들어졌다.
정부는 비슷한 간격으로 지난 8월 4일 또 다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대책에는 △수도권 신규택지 13.2만호의 발굴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및 기존사업 고밀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 △규제완화 등을 통한 도심공급 확대 △기존 공공물량 분양 사전청약 확대 등이 담겼다.
정부가 굵직한 대책을 쏟아내는 사이 국회에선 주택 임대차 3법(임대차 거래신고 의무제, 임대차 갱신권한 부여, 임대료 인상률 상한 규제)이 개정(7월 31일)됐다. 총선 압승으로 탄생한 거대 여당은 순식간에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989년에 주택임대차 보장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이후 약 31년여 만에 1회 이내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주택 임대차 보장기간이 최대 4년으로 확대됐다. 계약갱신청구에 따른 차임 등은 이전 계약보다 증액할 경우 최대 5% 이상 인상이 금지됐다. 월세이율 상한도 4%에서 2.5%로 하향조정됐다.
임대차3법 국회 통과 직후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시장왜곡 현상으로 전세난 가능성이 대두됐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다수의 국민이 월세살이 신세가 됐다. 운이 좋아 갱신한다고 해도 2년 뒤 시세가 급등할 것으로 점쳐져 불안에 떨어야 했다.
임대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임차인 위주의 법 개정에 반발한 임대인들은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를 조직해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모태로 현재는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탄생했다.
“방역 앞세워 억지로 잠재운 국민 분노, 언젠간 크게 터진다”
약 20일 간격으로 무려 3차례에 걸쳐 발표된 굵직한 대책들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사실상 전 국민이 이해관계에 얽혀있다 보니 반발의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반발은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8·4 대책 발표 이후 서울 노원구 주민들은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훼손 반대집회를 갖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했다.
같은 달 12일 상암동 MBC 앞에선 정부의 막무가내 주택공급 대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당시 상암동 집회 현장에 나온 윤모 씨는 “상암동 주민으로서 정부의 주택공급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상암동은 8000여 가구가 되는데 6200가구가 또 공급된다는 것은 신도시 하나가 들어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도 교통이 혼잡한데다가 초·중·고등학교를 포함해 교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교육 기반시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주택공급은 상암동 주민들에게 살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우리도 세금을 내는 국민이다. 상암동이 정부에게 무엇을 잘 못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정부 과천청사 일대’ 공급을 두고 과천에서도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게 일었다.
8월 8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부동산 악법저지 국민행동’(구 617)이 부동산 대책 규탄 집회를 열고 “지금까지 부동산 관련 졸속 입법을 모두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이 전월세신고제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을 처리한 것을 두고 “임대인은 세금을 내며 집을 못 팔고, 임대사업자는 주택임대를 포기해서, 전세매물이 부족한 임차인은 월세를 살게 되고 결국 세금을 많이 걷게 되는 정부만 좋게 된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항의의 의미로 여의도공원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사까지 행진했다. 당시 주최 측 관계자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주말마다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했다. 광복절 대규모 촛불집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 규탄 움직임은 확산세에 불이 붙어 전국 각지로 확산됐으나 8월 15일을 기점으로 사그라들었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코로나 확산을 막는다는 취지로 대규모 집회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부동산 정책에 반발하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려던 시민들이 법원에 집회 허가를 요청했지만 단 2건을 제외하곤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에 반발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들은 광복절 집회를 공식적으론 진행하지 않았다. 집회를 진행할 경우 이슈화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관련 단체 입장에선 사기가 꺾인 순간으로 평가됐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구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회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광복절 이후 집회라는 창구가 닫혀버렸다”며 “점점 커져갔던 부동산 문제에 대한 많은 이들의 주장과 의견도 한 꺼번에 묻혀버렸다”고 꼬집었다.
부동산 관련 이슈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로 잠시 이슈가 덮이긴 했지만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3법,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등은 시장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시행된 정책으로 졸속행정이라고 본다”며 “다수의 정책을 원점에서 재점검하지 않으면 더욱 큰 반발이 생겨날 것이다”고 말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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