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에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는 벌써 양사 간 파트너십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양사 간 협력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득보다 실이 큰 협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현대차의 향후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증권시황에 따르면 정오 기준 현대차의 주가는 8일 대비 2만9500원(11.99%) 오른 27만5500원을 기록했다. 앞서 현대차 주가는 8일에도 7일에 비해 19.42% 급등한 바 있다. 이에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60조원에 육박하며 장중 시총 순위가 4위로 올라섰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도 연신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8일 대비 6.4% 오른 38만3500원에 거래 중이다. 기아차 7.91%, 현대위아 4.54%, 현대글로비스 1.99% 등 대다수 계열사들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향후 현대차그룹이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강력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최근 애플과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전기차인 이른바 ‘애플카’ 개발을 놓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만약 양사 간 협력이 현실화한다면 현대차는 물론 현대모비스와 같은 부품업체에도 큰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애플은 자율주행 기반 전기차 시장에 빠르면 2024년, 늦어도 5년 후엔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자율주행 시스템과 같은 차량 관련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차량 플랫폼을 공급받아 애플카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일환으로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에 탑재될 인공지능(AI)은 물론 차량용 운영체제(OS)와 반도체, 배터리 등 다양한 미래차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애플에 있어 매력적인 협력 카드로 꼽힌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아이오닉5 등 신형 전기차에도 적용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출시할 예정이다. E-GMP는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차량 제조 기술 등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애플 입장에선 현대차의 E-GMP가 애플카를 위한 차량 플랫폼에 적합할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다른 업체와 E-GMP를 공유할 것인지 묻는 말에 “이미 몇몇 업체에서 협력에 대한 문의가 들어 왔다”며 “시장이 E-GMP의 잠재력을 확인하면 더 많은 요청이 올 것이다”고 답한 바 있다.
또 현대차는 전 세계 4~5위권 완성차 업체로 발돋움해 인지도도 높은데다 차량 생산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 사업,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및 로봇틱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중이다. 자동차 시장을 넘어 모빌리티 산업 전반으로 진출하길 꿈꾸는 애플에게 현대차의 사업 범위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전망이다.
또 고급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현대차가 대중화를 지향한다는 점도 애플이 협력 관계를 원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협력 성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동 개발이 아닌 일부 부품을 납품하거나 제조 관련 기술 협력을 하는 방식도 큰 성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차에 애플과의 협력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애플의 글로벌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자칫 현대차가 애플의 하청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차량보다 애플카에 회사의 역량이 지나치게 집중될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에 탑재될 다양한 미래차 기술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과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애플이 현대차그룹의 양산 노하우를 발판 삼아 단숨에 완성차 브랜드 상위권으로 올라서면 현대차그룹은 경쟁자를 키워준 셈만 된다.
또 주행 데이터는 두 기업 간 협상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차량에서 수집하는 각종 주행 데이터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쓰이는 필수 재료다. 일례로 테슬라는 자사 차량에서 조작 정보는 물론 센서에 인식된 주변 환경 정보까지 수집하며 자율주행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애플은 독일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와도 협력을 했지만 데이터와 디자인에 대한 권한을 두고 이견을 보이다 끝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업 분야는 공식적으로 알 수 없지만 애플과 현대차그룹 간 협업 논의 자체는 사실인 만큼 협력 시 서로 간 경쟁 우위 영역, 시너지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현대차가 애플과 협력하는 게 사실이라면 어떤 조건으로 딜을 맺느냐에 따라 득보다 실이 큰 협력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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