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때 앓았던 무혈괴사증이라는 병으로 6개월 정도를 누워서만 생활했었고 그 후로도 병이 재발할까 걱정돼 신체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11세에 홍콩 액션영화를 비디오로 처음 접했고 그때 브루스 리(이소룡)를 알게 됐죠. 아무래도 신체활동이 제한되니 더 갈망하게 됐고 브루스 리는 제 우상이 되었어요.”
영화배우 황인무 씨는 영화 ‘연평해전’에 조연으로 출연했으며 영화 ‘몬스터’와 ‘스파이’에서는 무술지도를 하는 등 액션배우이자 무술감독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어온 영화인이다. 황 씨가 액션과 무술을 통해 영화인으로 활동하게 된 배경에는 결련택견협회 공연팀 팀장이라는 그의 또다른 타이틀이 있다. 그는 해외 세미나와 유튜브를 통해 한국의 전통무술 택견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어린 시절 앓은 병… “신체활동 제한 속에 브루스리는 제 우상이 됐죠”
추위가 한풀 꺾여 눈이 녹던 날,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배우 황인무 씨(42)를 만났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며 눈을 반짝였다.
황 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택견을 시작했으며 액션영화를 자주 보며 자란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배우에 대한 꿈이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의 꿈을 구체화하고 실천에 옮긴 것은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였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처음 연기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처음 운동을 한 것은 택견이 아니라 복싱이었어요. 복싱을 중학교 2학년 말부터 시작했고 대회에 나가서 우승까지 했죠. 손은 이 정도 됐으니 발차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주변에 합기도, 태권도 체육관밖에 없었는데 텔레비전을 통해 우연히 택견 시범을 보게 됐어요. 그때 너무 신기해서 택견을 하고 싶었단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저는 고등학교 2학년부터 택견을 하게 됐어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고 액션을 특히나 좋아하는 이유는 8살 때 앓았던 무혈괴사증 때문인 것 같아요. 무혈괴사증이란 뼈가 썩어 들어가서 괴사가 되는 병이에요. 그로 인해 오른쪽, 왼쪽 다리 굵기가 6, 7센티미터 정도 차이가 났고 양쪽 다리에 통깁스를 하고 6개월 정도를 누워서만 생활했는데 그로 인해 더 신체활동을 갈망하게 됐죠. 지금은 완치가 됐고 스트레칭 할 때 고관절의 가동범위가 다르지만 반복훈련으로 어느 정도 극복해서 운동이나 연기할 때 크게 제약을 받진 않아요.”
그는 이소룡의 영화를 보고 난 후 바로 그의 팬이 됐고 자신도 이소룡 같은 액션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됐다. 그 꿈이 구체화된 것은 군대를 제대한 이후 연기를 배우기 위해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리면서부터였다.
“군대에 있는 동안 제대 후에 액션배우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래서 2002년에 제대한 후 서울로 올라와서 어떻게 하면 배우가 될 수 있을지 방법을 찾다가 MBC 아카데미 연극음악원의 광고를 보게 됐어요. 바로 등록해서 그때부터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배우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인상적이었던 경험이 있었는지 묻자 그는 모든 작품이 소중해서 다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제가 잘 알려진 배우가 아니고 많은 작품을 해왔던 것이 아니라서 작은 역할이라도 매 작품을 하는 순간순간이 소중했어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나 드라마에 캐스팅이 돼서 연기를 하는 게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고 자주 말하곤 해요. 그런데 그 중에서 조금 특별하게 남았던 영화는 ‘연평해전’이었어요. 2013년에 1차로 촬영을 80% 정도 했는데 중간에 계획이 틀어져서 2014년에 다시 찍었던 작품이죠. 같은 역할을 두 번 연기했던 작품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아요.”
연기에 자신이 붙으면서 활동 범주를 넓혀가던 무렵 황 씨에게는 시련이 닥쳐왔다. 그는 자신이 가장 힘들었던 때를 2016년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운동을 하다가 대퇴골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해 좋은 기회를 놓치게 돼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2016년에 택견도 그렇고 연기활동도 그렇고 흐름이 굉장히 좋았어요. 오디션도 많이 보고 결과를 앞두고 있었죠. 그런데 운동을 하다가 대퇴골이 삼등분으로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거예요. 그래서 입원하고 수술하면서 1년 반 정도 쉬게 됐죠. 그런데 수술한 다음날 제가 간절히 원했던 두 작품의 오디션에 다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두 작품 다 제가 너무 원했던 작품이고 또 잘된 작품이라 아쉬움이 크게 남았죠.”
황 씨는 2018년까지 다리 재활치료에 전념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까지 겹쳐 연기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그는 최근 ‘아수라도’라는 작품에 캐스팅이 됐다면서 밝게 웃었다.
“이 작품은 저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작품이에요. 계속해서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이 겹치고 코로나19 여파로 작품도 잘 안 되던 상황이었죠. 이때까지 제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호흡이 길고 비중이 큰 역할이라 더 기대가 되는 작품이에요.”
택견의 우스꽝스러운 이미지 안타까워… “무술의 멋 알리고 싶어요”
황 씨는 택견을 널리 알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채널에는 다양한 무술 훈련 모습이 있다. 그리고 그의 손은 훈련 탓에 둥글게 부어있었다. 그는 이런 손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건 아니지만 특별히 눈에 띄지 않고 그저 평범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엄청 잘생기거나 뚜렷한 개성이 있어서 눈에 띄는 사람이 연예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제 외모는 그런 축에 들어가는 편은 아니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손 단련이에요. 제 평범한 얼굴과 굉장히 언밸런스한 단단하고 큰 주먹이 개성이자 매력으로 다가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황 씨는 택견전수관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택견 교습과 배우로서의 활동이 얼핏 전혀 다른 분야 같지만, 택견을 가르치는 일이 그에게는 연기활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저는 택견과 연기, 이 둘을 너무나 좋아해요. 앞으로 평생 계속할 직업이기도 하죠. 이 두 가지 직업은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에 꼭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배우는 보이는 직업이고 계속 몸을 가꿔야 하는 직업이기에 택견 수련이 도움이 되죠. 또 배우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제가 택견전수관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캐릭터의 사람들을 만났죠.”
“제자 중에 한 외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굉장한 근육질에 체구가 우람했죠. 그 친구가 제게 대뜸 마스터는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 거예요. 없다고 말하자 그는 4명을 죽여봤다고 하더군요. 알고 보니 그는 전쟁에 참전한 용병이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시상황에서 느끼는 긴박함과 스트레스 등에 대해 알 수 있었죠. 이런 경험이 제가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된다고 느꼈어요.”
그는 우리나라 전통 무술인 택견이 해외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취지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매체에서 택견의 이미지가 너무 희화화됐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태국 무술 무에타이가 영화 ‘옹박’을 통해 유명해진 것처럼 영화로 택견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세미나를 가지 못했지만 저희 결련택견협회에서는 매년 2, 3번씩 해외세미나를 열어 택견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해요. 사실 그전에는 유튜브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세미나를 갈 때마다 유튜브를 통해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그래서 그때 택견을 세계화하는 데 필요한 플랫폼이 유튜브란 생각이 들어 현재는 활발히 하고 있어요.”
황 씨는 국내에서도 택견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인기 종목이라면서 안타까운 것은 매체에서 소개되는 택견의 모습이 그저 ‘웃기는 무술’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제가 지금까지 지도했던 배우나 작품에서도 택견을 하나의 코믹한 요소로만 쓰고 멋있게 봐주는 경우가 적었어요. 저는 그게 너무 안타까웠죠. 사실 이런 이미지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이 됐어요. 그때 일본 무술이 우리나라에서 주류를 이루게 되면서 우리나라의 무술은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프레임이 씌워진 거예요. 사실 택견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몸에 잘 맞는 무술인데 말이죠.”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면서 황 씨는 또 다른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인과 함께 쓴 시나리오가 충주 무예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입상 했고, 지금도 택견 이야기를 담은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멋진 택견 액션영화가 만들어지고 거기서 전문 배우로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는 꿈을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이 두 가지에서 꾸준히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것보다 이 분야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배우, 택견 전문 배우 황인무로 성장하고 싶어요.”
[홍승의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