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전기차)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전기차 보험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값비싼 전기차가 일반 자동차보다 보험료를 더 할인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손해율이 자꾸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차 보험의 손실이 전체 자동차 보험료에 전가돼 일반자동차 운전자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터리, 전기차 가격 절반 차지… 금융당국, ‘무상교체’ 특약 도입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등록대수는 2015년 말 5712대에서 지난해 말 13만4962대로 크게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 453%로 매년 4~5배씩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2030년 자동차 온실가스 24% 감축을 목표로 2025년까지 친환경차(전기차·수소차) 283만대, 2030년까지 785만대를 보급할 계획이어서 앞으로는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급격한 확장세에도 아직 전기차 가격과 이를 수리·교체하는 비용은 비싼 실정이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는 일반 자동차에 비해 수리비가 평균 31%, 부품비가 52% 각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차량 가격의 절반에 가깝다. 한 국산 전기차의 2021년형 모델의 경우 배터리 신품 가액은 2000만원 수준이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손상되면 부분적인 수리가 불가능해 새 배터리로 교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자동차보험 개별 약관에선 엔진 등 중요 부품의 교체 시 실손보상 원칙에 따라 교환된 기존 부품의 감가상각 해당 금액을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어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일부 보험사에서만 보험료를 추가 부담할 경우 배터리 교체비용을 전액 보상하는 특약을 판매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모든 자동차보험에 전기차 자차 사고 시 배터리 교체비용을 전액 보상하는 특약을 만들도록 했다. 또 약관상 중요 부분품으로 명확히 규정하지 않던 전기차 배터리를 자동차의 중요한 부분품으로 반영했다. 해당 특약은 전기차로서 ‘자기차량손해담보’에 가입해야만 특약 선택이 가능하며 내달 초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전기차 보험료보다 더 많은 돈 지급해 속타는 보험사
전기차 보험이 전기차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점은 배터리만이 아니다. 찻값이 비싸면 보험료가 비싸다는 인식과 달리 전기차 보험료는 10% 안팎의 할인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차보다 저렴하다. 2016년 국내 최초로 전기차 보험을 출시한 현대해상은 일반차 대비 업무용 12.5%, 개인용 0.7% 할인해주고 KB손해보험은 업무용만 평균 12.2% 할인해준다.
이렇게 전기차 보험료가 일반차보다 저렴한 원인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보험연구원이 산업통상부에 제출한 ‘전기차 전용 보험상품 개발 및 시장 활성화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전기차와 비전기차간 사고 위험도 및 차량가액별 위험도 수준을 반영해 검토한 결과 전기차의 위험도 수준이 비전기차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며 “(전기차) 자차보험료 인하요인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전기차) 자차보험료는 현행보다 7~15% 인하요인이 존재하며 약 10% 수준의 인하요인을 보험료에 반영하는 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현실은 보고서의 예측과 달랐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손해보험사의 전기차 보험 손해율은 95~113%로 나타났다. 손해율은 자동차보험 계약자가 낸 보험료에서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손해율 100%이면 받은 보험료와 준 보험금이 같다는 얘기인데 보험사들은 전기차 보험 가입자들에게 받은 보험료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한 셈이다. 휘발유·경유차의 경우 보험 손해율은 77~78% 수준이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2017년경 전기차 주행거리는 가득 충전해도 100~200km에 불과했고 충전 인프라도 부족해 운행거리가 짧다고 봤다”며 “찻값이 오르면 보험료도 오르는 게 보통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사고·고장 확율이 낮다고 판단해 보험요율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 손해율도 올랐고 (전기차 사고 관련) 데이터도 상당히 쌓여있으니 전기차 보험료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험, 리스크 평가 변화 필요해”
최근 보험연구원도 전기차 보험의 리스크 평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유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전기차의 리스크 특성에 대한 식별 및 관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보험사는 기존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전기차만의 시스템 복잡성과 제조업체의 공급망 확대 등에 따른 추가적인 리스크 평가와 리스크 변화에 대비해 클레임(배상 청구) 처리 능력과 프로세스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휘발유·경유차 보험료에서 수익을 얻어 전기차 보험금으로 발생한 손실을 메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월 열린 한 세미나에서 황현아 보험연구원 모빌리티보험 연구센터장은 “전기차 사고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면 그에 맞춘 적정 보험료를 전기차 운전자에게 부과하는 게 맞다”며 “그렇지 않으면 전기차 보험의 손실이 일반차 운전자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관리하는 것인데 누가 누구에게 전가한다는 표현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일부 그런 측면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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