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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을 비롯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4·15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야당 지도부가 의혹을 공론화시킨 데 이어 대권주자들은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한 시민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법원(대법)에 의해 진행된 21대 총선 재검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투표용지들이 다량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재검표 결과 야당 후보 득표수가 증가했지만 대법원은 “부정선거는 없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후보의 재검표 요구는 돌연 연기해 사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차기 대선 앞두고 재점화 되는 4·15 부정선거 의혹…재검표 결과 野 후보 득표수 증가
지난 6월 28일 인천지방법원에서는 4·15 총선 재검표가 대법원 특별2부(주심 천대엽)에 의해 실시됐다. 총선 직후인 5월 7일 인천 연수을에 출마해 낙선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상대로 낸 총선 무효소송에 따른 조치였다.
이틀 뒤인 30일 대법원은 “문제가 있는 투표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부정선거는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재검표 결과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다수 포착됐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기존 5만2806표에서 128표가 줄어든 5만2678표, 민 전 의원은 4만9913표에서 151표 늘어난 5만64표를 득표한 것으로 재집계 돼 두 사람 간 표차는 기존 2893표에서 2614표로 279표 줄어들었다.
대법원은 재검표 결과가 총선 직후 발표된 내용과 상이함에도 부정선거가 없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여론 안팎에선 대법원의 판단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재검표에서 이 정도 오차가 발생한 건 헌정사상 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최대 오차는 1992년 14대 총선 서울 노원을 선거에서의 208표로 이로 인해 당선인이 뒤바뀌었다.
원고인 민 전 의원도 대법원을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연수 을에 출마했던 4명의 후보 중 자신의 득표만 증가하고 나머지 3명은 표가 줄어드는 등 부정선거 정황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송도의 한 투표구에서는 선거관리인 도장이 온통 빨간 원으로만 표시된 투표용지 1000여장이 발견됐다. 실제 투표장에서 발견됐다면 주민들 항의로 폐기됐어야 한다”며 “하지만 재판부는 빨간 원 가운데 단 한 글자라도 인식이 가능하면 구제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1000여장 대부분 유효 처리되고 일부만 무효처리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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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민 전 의원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투표용지들이 다량 발견된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줄줄이 사탕이나 로또 복권처럼 서로 붙어있는 수많은 투표용지도 발견됐다”며 “머리가 붙거나 꼬리가 붙고 옆구리가 붙거나 배끼리 붙은 것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 전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흰 색과 연두색이 섞인 배춧잎 투표지 △자투리 날개가 붙은 투표지 △지역구 투표지에 비례대표 투표지 글자가 중복 인쇄된 투표지 △접착제가 묻지 않은 투표지 △접착테이프가 붙은 투표지 △좌우 여백이 맞지 않는 투표지 △신권처럼 접히지 않은 투표지 △인주가 뭉개져 알아볼 수 없는 투표지 등도 다량 발견됐다.
그는 인주가 찍힌 투표지를 특히 문제 삼았다. 민 전 의원은 “정상적인 투표관리인 도장은 투표소 기표인과 같이 인주가 필요 없이 스탬프가 내재된 만년도장이다”며 “이런 만년도장 사용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이 만년도장에 억지로 인주를 묻혀 찍으면 동그란 원 안에 인영(印影) 내부가 뭉그러지고 찍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배춧잎 투표지’ 등과 관련해선 인천지법에 보관된 투표용지가 원본인지 확인하는 감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선거 의혹…사실여부 판단 이전에 철저한 진상규명 이뤄져야”
윤갑근 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청주 상당구 선관위를 상대로 제기한 4·15 총선 무효소송 검증기일을 대법원이 연기한 부분 역시 4·15총선 부정선거 의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여론 안팎에선 사실상 피고 측에 증거 인멸·조작 기회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들끓었다.
윤 전 위원장 측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는 6일 “공직선거법 225조에 따라 선거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해야 하고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며 “21대 총선이 끝난 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대법은 아직 검증기일조차 제대로 열지 않아 공직선거법 규정 취지인 법적 안정성 등이 무색해졌다”고 일갈했다.
지난 총선에서 청주 상당구에 출마한 윤 전 위원장은 4만2682표를 득표해 정정순 민주당 의원(4만5707표)에게 간발의 차로 패했다. 정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회계책임자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20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증기일 연기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대법원은 말을 바꿔 오는 10일 오전 10시 사법연수원에서 검증을 진행키로 했다. 다만 코로나 여파로 검증기일이 미뤄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단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판사 출신이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피해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해 9월 SNS를 통해 “누구보다 더 법을 솔선수범하며 지켜야 할 대법원이 형식적 절차법 규정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며 “(민 전 의원 소송의) 변론기일조차 잡지 않은 건 엄연한 법률위반이자 고의성이 다분한 지연 전략이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대권주자들도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황교안 전 국민의힘 당대표는 “(연수을) 재검표 과정에서 설(設)로 떠돌던 문제적 표가 다수 확인됐다. 투표용지는 깨끗해야 하는데 배춧잎처럼 녹색으로 물든 표가 다수 나왔고 선거관리관 도장이 너무 뭉개져 (관리관)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도대체 이 투표용지들 정체가 무엇인지 특검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대법원·여권은 현재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정선거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는 시민단체까지 등장했다.
클린선거시민행동 측은 “괴(怪) 투표지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달 5일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을 고발하자 그는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선관위 개설 이래 상임위원이 임기를 마치지 않고 사퇴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고 말해싿. 이어 “문재인정권 출범과 재임 중 대선·지방선거·총선 등에서 투·개표 조작 의혹이 나왔는데 부정의 마각이 만천하에 드러날 날도 멀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부정선거 이슈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만한 중차대한 사안인만큼 사실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더 이상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라도 한 시가 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살인죄가 유죄로 판정될 때 현장이 영상에 담겨야 유죄 판결이 나는 게 아니다. 직‧간접적 증거들이 이미 살인죄를 입증하고 있다”며 “부정선거는 온 국민을 살해하는 범죄인데 사법당국은 아직 (관련자) 기소조차 안 하고 있다”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다년간 4‧15 부정선거 의혹을 추적한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도 드루킹은 여론조작에 나섰다. 4‧15 총선 의혹 규정은 거짓과 진실의 전쟁이다”며 차기 대선을 앞두고 신뢰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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