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당초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권익을 드높이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민노총이 어느덧 권력의 최정점에 군림하는 거대 세력으로 변모해 설립 취지에 반하는 행보를 일삼고 있어서다.
특히 민노총이 선량한 노동자는 물론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청년에까지 피해를 끼쳐 대한민국 사회는 민노총과 반(反)민노총 세력으로 분열되고 있다. 이미 노동계 내부에선 반(反) 민노총 세력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민노총의 밥그릇 챙기기에 염증이 난 선량한 노동자들이 반감을 넘어 집단적으로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反민노총 세력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청년과 일반 국민까지 합세해 민노총 행보를 규탄하기에 이르렀다. 여론 일각에선 국민과 노동자로부터 외면 받는 민노총은 사실상 존립 이유가 사실상 사라진 것과 다름없다며 해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민노총에 일침 날린 스타벅스 청년직원 “우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굿즈(상품) 등을 활용한 마케팅 등으로 두터운 소비자층을 확보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최근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쉼 없이 이어지는 행사로 내부 직원들의 피로도가 쌓인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탓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청년층이 주를 이루는 스타벅스 직원들은 열악한 처우 개선과 인력난 해소를 요구하며 이달 7~8일 서울 도심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스타벅스 직원들의 반발을 지켜 본 민노총은 사태 개입을 시도했다. 민노총은 “스타벅스 직원들에게는 노조가 필요하다”며 “노조 결성 권유와 향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스타벅스 직원들의 반응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스타벅스 직원들은 “민노총의 개입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스타벅스 트럭 시위를 주도한 직원은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를 통해 “트럭 시위의 대표로서 공식 답변드린다”며 “민노총은 트럭 시위와 교섭을 시도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이어 “트럭 시위를 하는 이들은 노조가 아닐뿐더러 울는 민노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트럭 시위를 민노총 이익 추구를 위해 이용하고 변질시키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민노총이 일반 노동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사례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앞서 건보공단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올해 8월 건보공단에서 직원 1499명이 민노총 탈퇴를 주요 안건으로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했다가 반려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당시 건보공단 직원들은 임시총회 소집 요청서를 통해 △고객센터 직원 직고용 등 고용 전환 방식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현 건보공단 노조 위원장과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찬반 투표 △건보공단 상급 노조 단체인 민노총 탈퇴 찬반 투표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건보공단 노조 집행부는 “1500여명의 직원들이 제출한 소집 요청서가 총회 안건 성립·소집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임시총회를 소집하지 않고 반려했다. 그러면서 “민노총을 탈퇴하려면 하위 노조 단체인 공공운수노조를 먼저 탈퇴해야 하는데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규약·규정에 맞지 않는 빈번한 임시총회 소집 요청과 관련해 위원장 입장을 노조 게시판에 공지하고 현장 소통을 위해 각 본부별 간담회를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임시총회 소집이 불발되면서 직원들이 요구한 건보공단 노조의 민노총 탈퇴 움직임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한번 불붙은 노-노 갈등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제2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했다.
건보공단 직원 2500여명은 올해 6월 고객센터 직원 직고용을 지지하는 건보공단 기존 노조에 반발해 ‘공정가치연대’라는 이름의 새로운 노조 구성했다. 공정가치연대는 “고객센터 직원 직영화는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고객센터 직원 직고용을 지지하는 민노총에서 건보공단 노조를 탈퇴시키는 방안을 강구중이다”고 말했다.
MZ세대 중심 민주노총 반감 증폭…노동계 인사마저 “양아치 같은 노동귀족” 쓴소리
민노총에 대한 반감은 경제활동인구의 주축으로 편입되고 있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MZ세대의 경우 올해 초 사무·연구직 노조를 별도로 설립해 민노총이 미처 대변해주지 못한 권익을 스스로 확보하고 있다. 그 외 다른 기업에서도 MZ세대가 주축이 된 반민노총 노조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올해 6월 25일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간담회에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을 만난 사무·연구직 노조 대표들은 생산직 노조와의 역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이들은 “현재 사무·연구직 직원은 생산직 직원에 비해 임금과 근로 조건에서 홀대받고 있다”며 “게다가 사무·연구직은 생산직과 달리 기업의 고용 전략에 따라 40대 초·중반에 퇴사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한 사무·연구직 노조 위원장은 “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상급 단체 가입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입한다 하더라도 제3의 상급 단체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우리 노조는 노사 간 건전한 관계를 이어갈 대화 창구를 만들자는 취지일 뿐 민노총 산하 노조와 같이 쟁의나 투쟁으로 경영진에 타격을 줄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무·연구직 노조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직장인 역시 “생산직 직원들이 사무·연구직 직원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며 “민노총 산하 노조는 자신들의 조합원을 보호하는 수준으로 사무·연구직 직원들까지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김성진 씨(가명)는 동료 직원들과 권익을 지키겠다는 목표로 노조를 구성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상급 단체인 민노총 가입을 추진하다 중간에 마음을 접었다. 초심을 잃고 변절된 민노총의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외국계 회사에 있다 보니 이래저래 본사와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본사의 입김에 회사가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라 직원 처우나 근로 환경 등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직원들끼리 노조를 설립하기로 마음먹고 민노총에 가입하기 위해 상담을 진행했으나 엄청난 액수의 회비를 매달 낼 것을 요구했다”며 “설립 취지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던 민노총은 온데간데 없었다”고 허탈해 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택배업계 대리점 업주의 자살 사건에서도 보듯이 민노총은 자신의 권리만을 추구할 뿐 자신들로 하여금 다른 누군가가 피해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철저히 외면하는 것 같다”며 “민노총에 가입해 봤자 우리를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돼 상급 단체 가입을 과감히 포기했다”고 밝혔다.
과거 민노총과 뜻을 같이 했던 노동계 인사들마저 민노총을 향해 “양아치 같은 노동 귀족 주사파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용 국민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올해 8월 ‘끝없는 타락 노동운동, 해묵은 숙제 노동개혁’이라는 주제로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만민토론회에 참석해 “민노총은 입으로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지만 자본주의가 주는 온갖 혜택은 다 누리는 수혜자다”며 “비겁하고 불량스럽고 이익 다 챙기는 양아치 같은 노동귀족이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금 민노총에 전태일이 동생들을 감싸주던 따뜻함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느냐”며 한온시스템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대전에 한온시스템이라는 물류 회사가 있는데 (민노총 지침에 따르지 않았다가) 해직된 노동자 6명이 정문에서 철야 농성 중이다”며 “한 해직자의 중학생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법 위에 군림하는 민주노총을 해체시켜 주세요’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아이 눈에 비친 민노총의 횡포가 얼마나 심했으면 국민청원 글을 남겼겠느냐”며 “지금의 민노총은 생각이 다르면 같은 처지에 있는 노동자의 일자리도 빼앗는 무자비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 질타했다.
전문가들 역시 민노총의 무리한 권력 행보로 인해 심각한 사회 분열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 노동 운동을 하더라도 정부 지침에 협력하고 여론을 신경 써야 했는데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면서 국민에 신뢰를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노동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할 수 있는 게 시위밖에 없다’는 고립된 모습으로는 민주노총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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