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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고객자산을 포함해 두 거래소의 자산총액을 산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산총액은 대기업 지정 기준인 5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금융회사처럼 고객 자산을 제외하고 산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원화예수금만 따져도 업비트는 5조원 넘어
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가상자산거래소가 대규모기업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기준에 충족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 대상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빗썸코리아다. 공정위는 최근 두 거래소에 대기업집단 지정 심사를 위한 재무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각 기업집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전년도 말 재무자료를 분석∙검토해 매년 5월 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그룹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기존보다 더 많은 규제를 받게 된다.
자산총액 5조~10조원 기업은 기업집단 현황, 비상장사 주요사항, 대규모 내부거래 등 공시의무를 지켜야 한다. 자산총액 10조원을 넘을 경우에는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 보증 금지, 금융 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규제가 추가된다.
두나무와 빗썸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지 여부는 공정위가 가상자산거래소의 ‘고객자산’을 그룹의 자산으로 인정할 지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만 보면 두 거래소는 모두 5조원 미만이지만 예치금(고객예수금)을 포함할 경우 최대 ‘상호출자제한기업(자산총액 10조원 이상)’으로 분류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8월말 기준 업비트와 빗썸의 전체 고객예수금(원화+코인)은 각각 42조9674억원, 11조6275억원으로 집계됐다. 원화예수금만 따로 놓고 봐도 업비트는 5조8313억원, 빗썸은 1조44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했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객예수금은 이보다 더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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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이는 기존 금융권과는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는 있어 보인다. 공정위는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대기업집단 지정 여부를 결정할 때 총 금융자산에서 고객자산을 제외한 총액을 평가한다. 하지만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서는 별도 금융투자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은 만큼 고객예수금을 포함해 자산을 집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화와 코인을 모두 합칠지 원화만 따로 계산할지 여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각 기업집단으로부터 해당 자료를 제출받지 않은 상황"이라며 "따라서 두나무와 빗썸을 대규모 기업집단에 지정할지 여부는 결정된 바 없으며, 최종 제출 자료와 법리 검토 등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융∙보험업 같은 경우 자본총액이나 자본금 중 가장 큰 것을 보지만 가상화폐는 어떻게 할지 고민해봐야 될 것 같다"면서 "업비트의 고객예수금이 40조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코인 특성상 시세 크게 오르내려… 대기업 분류 어려워”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가상자산거래소 자산총액을 평가할 때 다른 금융회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가상자산 특성상 하루에도 시세가 크게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특정일을 정해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명확한 기준을 확립한 뒤 대기업집단 지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한국핀테크학회장)는 “고객예수금을 가상자산거래소 자산으로 산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예컨대 소규모 은행이 5조원 넘는 고객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대기업으로 분류하는 것과 같다”면서 “업비트 등 가상자산거래소 자산총액을 계산할 때 고객자산을 뺀 ‘공정자산’만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특임교수는 이어 “자산을 평가할 때 가격은 고정적이어야 하는데 고객이 예치한 코인 가격은 코인 값이 오르면 올라가고 내리면 내려간다”면서 “이렇게 되면 코인 가격이 비쌀 때는 대기업이었다가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중소기업으로 바뀔 수 있기에 코인을 기준으로 하는 고객예수금을 고정자산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려면 미리 기준을 제시해야 된다. 기준에 대해서 아무 설명 없이 무차별적으로 대기업집단에 포함하겠다는 건 옳지 못하다”면서 “관련법이라든지 지정 기준을 미리 제시해야 가상자산거래소는 거기에 맞춰 준비할 수 있다. 공정위가 가상화폐에 대해서 이해하고 지금부터 제대로 된 기준을 정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업비트∙빗썸 대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가상자산 기업도 벤처기업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 형평성을 이룬 다음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뒤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디지털 자산 산업 종합 계획’을 수립해 이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후 KDA 회장은 “가상자산 기업을 벤처기업 업종에 포함하는 등 제도적인 부분을 정비한 후 다른 산업과 동등하게 대기업집단을 지정해야 한다”며 “현재는 유흥주점, 도박장, 카바레 등과 같은 벤처기업 제외 업종으로 지정된 상태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개정하고 나서 다른 산업과 형평성을 이뤘을 때 지정하는 것이다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특히 “가상자산이라는 신사업에 대해 초기 어떤 육성책도 없이 규제만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적 현실을 봤을 때 손해다. 싹부터 잘라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금 신사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분야로 뾰족하게 나와 있는 게 없다. 가상자산은 모처럼 한국에게 다가온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특정한 분야”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길어도 4~5년 내 시기는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신사업 기회가 왔을 때 규제보다는 육성을 통해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인터넷 강국이지 플랫폼 강국은 아니다. 업비트∙빗썸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외국인 고객을 늘리면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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