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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 심각한 하도급 대금 분쟁
건설업계 하도급 분쟁 ‘비일비재’… 불황 따른 대응방안 시급
대형사업장 하도급 대금 상생 정착 불구 중소사업장은 사각지대 놓여
미지급·정산 관련 분쟁 최다… “경영 악화·자금난에 불가피” 절반 이상
불황 장기화·원자재값 인상 따른 정산차이 등 피해 영세업체 보호절실
김재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30 14:20:00
▲ 중소사업장을 중심으로 하도급대금 지급 여부를 놓고 분쟁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건설현장의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 없음. ⓒ스카이데일리
 
 
하도급대금 지급 여부를 놓고 건설업계 내 분쟁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명절 이전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자리잡는 등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대금 관련 상생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에선 관련 분쟁과 제재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건설현장 최대 이슈인 원자재값·공사비 상승에 따라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도급대금을 둘러싼 분쟁 원인 파악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건설현장 하도급대금 분쟁, 미지급·정산 마찰이 가장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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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수급사업자(하청업체 등) 19개 업체가 받아야 할 하도급대금 등 62억 원을 지급하지 않은 다인건설에 최근 대금 및 지연이자 지급명령을 내렸다.
 
다인건설은 ‘로얄팰리스’라는 브랜드를 토대로 오피스텔·주상복합건물 등을 시공해오며 2019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순위 66위까지 올라갔던 중견건설기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다인건설은 17개 수급사업자에게 총 25건의 건설공사를 위탁한 후, 2017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각 공사의 목적물을 인수하고도 그에 대한 하도급대금 약 54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18개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의 일부를 목적물 인수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해 지급하는 과정에서 초과기간에 대한 지연이자 약 8억 원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인건설은 앞서 2021년에도 하도급대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약 3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하지만 2021년 1월 건설업 등록기준 미달(자본금 미달)로 토목건축공사업 등록이 말소된 후 신규 수주 없이 기 현장 잔여공사만 수행하고 있어 자금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접수된 건설하도급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총 1129건으로, 이 중 하도급대금 미지급과 관련된 유형이 787건으로 약 70%를 차지했다.
 
설계 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9.7%)·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4.4%)·부당 감액(3.0%)·서면 미발급(2.7%)·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2.2%)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하도급대금 미지급 관련 분쟁 조정 신청금액은 총 약 3868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수급사업자가 돌려받은 금액은 약 737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미지급 사유로는 원사업자의 경영악화·자금난이 50.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공사대금 정산 관련(38.6%)·공사 하자(3.3%) 등이 뒤를 이었다.
 
▲ 건설하도급 전체 분쟁 조정 신청 건수 중 절반 이상이 미지급 관련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 장기화에 폐업하는 건설사가 늘어나면서 다수의 영세업체 역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중소사업장 사각지대… 불황 속 미지 영세업체 증가 전망
 
하도급대금 관련 분쟁은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사업장에서 다수 발생했다.
 
올 1월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접수된 분쟁 조정 건수는 총 20건으로 전년 동월(13건) 대비 53.8% 증가했지만, 소규모 공사에서의 갈등 증가로 같은 기간 접수된 분쟁 조정신청 금액은 전년 동월(약 86억9414만 원)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약 35억8854만 원으로 나타났다.
 
명절 이전 하도급대금 지급 등 상생으로 지난해 동반성장지수 평가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모두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권 내 대형건설사였다.
 
건설업이 장기 불황에 빠진 올해는 주요 미지급 사유인 원사업자의 경영악화·자금난 심화로 하도급대금 미지급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3월 중순 기준 올해 문을 닫은 종합건설업체는 99개로 2018년 이후 같은 기간 60개 내외 업체가 폐업신고한 예년 대비 70%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들과 도급계약을 맺은 영세업체까지 고려하면 수백여 개의 중소건설사가 도산 위기에 놓인 셈이다.
 
앞서 다인건설의 사례 역시 자금난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매출액이 3576억 원이었던 다인건설은 2021년 185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여기에 원자재값 상승 등 공사비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단가도 일제히 상승하면서, 공사기일을 맞추기 위해 추가 공사 및 돌관공사(휴일·야간작업)를 진행한 뒤 대금을 정산하는 ‘선(先)시공 후(後)계약’ 과정에서의 원사업자-수급사업자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수급사업자 역시 도산 위기에 몰리게 된다”면서 “이에 원자재 및 인건비 인상 등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원사업자와 대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하도급법을 통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로부터 목적물 인수 시 인수일로부터 60일 이내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계약에 따른 서면교부 및 보존 의무·부당특약의 범위 확대·하도급대금의 부당감액 금지 등 수급사업자 보호를 위한 방지책을 마련해 놓았다. 또한 올 1월 하도급법 개정안을 통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하도급거래 시 대금 결제조건에 관한 사항을 공시하도록 강화했다.
 
그러나 하도급대금 분쟁이 중소사업장에서 다수 발생하고 상대적으로 ‘을’에 해당하는 수급사업자가 하도급계약에서 ‘갑’인 원사업자에게 이러한 권리를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 전체 공사가 끝나봐야 구체적인 공사비용을 산정할 수 있는 건설현장 특성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이견과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사업장의 하도급대금 관련 분쟁을 방지할 중심 기구 설립 및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아울러 수급사업자가 계약 관련 서류를 완비해놓았음에도 지리멸렬한 소송전이 불가피할 경우 장기간 자금이 공급되지 못해 도산하는 영세업체들을 임시보호 해줄 울타리도 부족한 상황이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집합건물분쟁조정위원회 등 정부 중재기구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 간 정보교류 미흡으로 건설 분쟁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기초 자료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다수의 건설 분쟁 조정 및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심 기구부터 설립해 분쟁 해소에 속도를 내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올 1월 시행된 하도급법 개정안에 이어 상생협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해 건설사업자 간 상생협력관계를 내실화하도록 했다.
 
현행법에선 국토부 장관이 위탁할 수 있는 사무를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간의 상생협력관계와 하도급·공동도급 등에 관한 상생협력관계의 유지발전을 위한 지도 업무로 한정하고 협력관계 이행실적 및 협력업자와의 협력관계 평가에 관한 세부 내용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개정안은 상생협력관계 평가업무의 위탁 근거를 법률로 규정하고 협력관계 평가를 위해 건설사업자·발주자 등이 상생협력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하청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원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시 및 관리·감독이 철저히 이행돼야 그보다 더 작은 기업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건설하도급 분쟁 창구를 일원화해 분쟁을 빠르게 조정하고 추가 공사에 대한 입증 자료 구체화 및 원가 산정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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