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원·하도급 구조와 잦은 분쟁으로 상생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던 건설업계가 최근 발표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실제로 단순한 수치뿐 아니라 상생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과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규모가 큰 기업에 집중된 데다 최근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 갈등이 증가세를 보여 향후 숙제가 남아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호실적’ 보인 건설업계… 상생 지표 높아져
9월21일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제71차 동반성장위원회를 열고 대·중견기업 215개사에 대한 ‘2021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2021년 평가결과에선 38개사가 최우수 등급을 부여받았으며, 이 중 건설사가 9곳이 포함돼 전체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별로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삼성엔지니어링 등 7개사는 전년도에 이어 올해도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여기에 포스코건설과 자이씨앤에이가 처음으로 최우수 등급에 합류했다. 자이씨앤에이는 GS건설의 자회사 자이에스앤디가 올해 3월 인수한 플랜트 계열사로, 과거 LG그룹 계열사 에스앤아이건설에서 사명이 변경됐다.
SK에코플랜트는 6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부여받아 건설업계 중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유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5년 연속, 현대건설이 4년 연속, DL이앤씨와 삼성물산이 각각 3년 연속으로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우수 등급을 받은 65개사 중 건설사는 13곳(롯데건설·호반건설·DL건설·한화건설·태영건설·중흥토건·계룡건설산업·두 산에너빌리티, 동부건설, 한신공영, KCC건설, 효성중공업, 한양)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과 KCC건설이 종전 등급에서 한 단계 상승했다.
매년 지난해 성과를 이듬해에 발표하는 동반성장지수는 동반위의 ‘동반성장 종합평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결과를 각각 표준점수화한 후 5대5 비율로 합산해 5개 등급(최우수·우수·양호·보통·미흡)으로 구분해 산정한다.
동반성장 종합평가에선 공정거래 여부(구두발주·거래제한·기술탈취 등 불법행위), 거래조건의 공정·적정성(납품단가 산정 등), 자금·연구개발·생산·판로 등 대기업과의 협력관계 등을 평가하는 ‘협력사 체감도 조사·설문’(80점)과, 인력개발 및 교류, 생산성 향상 지원, 임금 격차 해소 등 ‘대기업 실적평가(20점)’를 주로 평가한다. 이에 반하는 행위에는 감점이 적용된다.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선 계약 공정성, 법위반 예방 및 준수 노력, 상생협력 지원 등을 평가하며, 동반성장 종합평가에서 실시되는 ‘중소기업 대상 설문조사’ 없이 공정위의 기업별 평가로만 이뤄진다.
평가를 통해 최우수 또는 우수 등급을 획득하면 공정위 직권조사 면제, 중기부 수·위탁거래 실태조사 면제, 조달청의 공공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 가점 등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상생 중요성 강조… “업계 전반에 걸친 진정한 동반성장 이뤄야”
이처럼 매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우수, 우수 등급을 받는 건설사가 늘고 있는 현상은, 과거 대비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문화가 건설업계에도 점차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동반성장 종합평가에서 건설업은 평균 70.66점을 획득하며 제조, 식품, 가맹, 통신 등 전체 215개사의 평균 66.44점을 웃돌았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협력사 하도급대금을 조기에 지급했다. 협력사의 명절 자금난 완화를 위해 도입된 배려가 어느새 관행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 주도하에 최근 3년간 명절 이전에 조기지급된 하도급대금은 2020년 2조896억원에서 2021년 3조3798억원, 올해 3조988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도급계약 투명성 제고를 위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는 업체 비율 역시 올해 72.9%로 전년 69.5% 대비 늘었다. 대기업 지원을 받아 협력사가 채용한 인원과, 대기업이 협력사에 파견한 전문인력 등을 지원받은 협력사 인원도 2만258명으로 전년보다 14.6% 늘었다.
동반위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외환경을 고려하면 이제는 어느 기업도 혼자 잘 해서는 대응이 어렵다”면서 “공급망 관리, 협력사와의 관계 형성, 상생과 협력의 중요도가 높아졌고,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국 동반성장 활동들이 많은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규모가 큰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남은 과제다. 최우수 등급을 받은 건설사 9곳 중 삼성 계열사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 계열사 자이씨앤에이를 제외하면 모두 10대 건설사에 해당한다. 중견건설사는 우수·양호 등급에 대부분 포진돼 있었다.
최근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납품단가 갈등도 떠오르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사건접수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접수된 사건 369건 중 납품단가 관련은 5건에 불과한 1%대였으나, 올해 8월 기준 전체 접수된 사건 85건 중 13건을 차지해 15.3%로 증가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재값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범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일수록 납품단가 차이가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연동제 또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납품단가에 대한 원·하청간 갈등 사례가 더 많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동반위 관계자는 “중견기업들의 동반성장 활동이 활발해져야 1차 협력사를 넘어 2,3차 협력사 등 하나의 산업 전반에 상생이 전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저희 위원회는 대기업의 기존 활동을 독려를 하면서도 중견기업 활동 독려, 컨설팅, 노하우 전수 등 지속적으로 활동을 유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납품단가 조정 이슈에 대해서는 “기존 지표에 납품단가 관련 평가 항목이 있지만, 원자재값 상승 등 연동제에 대한 중요성이 최근 더 부각되고 있다”면서 “내년도 평가 발표를 올 4분기부터 검토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 기업들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게끔 평가 지표에 좀 더 구체적으로 반영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진정한 건설업계 상생·동반성장은 궁극적으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건설사 원·하청업체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부상 등 산업재해는 총 1519건으로,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데다 공사가 원청에서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안전감독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9월26일 열린 건설현장소장 간담회에서 “연간 400여명에 달하는 건설 사고사망자 감축을 위해서는 원청·본사의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 현장소장‧관리자의 철저한 위험요인 확인‧개선, 근로자의 안전의식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