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수능 공정성 강화 방안’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사교육 업체 모의고사와 유사한 문항이 출제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로 사교육업체로부터 문제지를 모두 제출받아 사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수능에서 학원 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수능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공정한 수능을 위한 방안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실효성·효율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작업이 될지 의문이 든다.
매년 수능이 치러진 후 접수되는 다양한 이의신청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지대한 관심도를 반영한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영어 23번 지문이 학원 일타 강사의 모의고사 지문과 같았다는 감사원 지적이 있었고 교사와 학원 간 카르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 나온 수능 공정성 강화 방안은 수능 문제와 연계될 가능성이 있는 학원가 카르텔 구조를 단칼에 끊어 내겠다는 교육부의 의지로 보인다.
우선 수능 문제가 사교육 업체의 문제집·모의고사와 같은 경우는 물론 비슷하기만 해도 수험생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수능이 끝난 후 문항 오류에 대해서 이의신청을 받아 교육당국이 심사를 해 왔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학원 등 사교육 업체가 만든 문제와 유사하다고 판단되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의가 제기된 해당 문제가 어느 정도 일치해야 그 유사성이 인정되고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는지 그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과목별로 그 일치 기준을 통일시키는 문제는 꽤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숫자만 다를 뿐 동일한 개념을 묻는 문제를 유사한 문제의 범주에 포함시킬 것인가. 마찬가지로 영어에서 단어가 몇 개 다르거나 문장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같은 주제를 다룬 문제를 유사 문제라고 볼 것인가.
사교육 카르텔과 관계없이 이런 문제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그래서 수험생이나 출제위원·학원이 억울한 경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인 등 파생되는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만약 이의를 받아들여 해당 문항이 무효 처리된다면 억울한 학생이 다수 발생할 것이고 소송이 남발될 수도 있다. 또 유사문제와 관련해 이의신청이 폭주할 것이 뻔한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문제다. 그러므로 실효성도 없으면서 자칫 수험생들의 혼란만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학원이 자체 개발한 문제를 수능 문제와 대조하도록 모두 제출하라는 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수능 출제자와 학원 일타 강사의 카르텔 고리를 끊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이 있어도 교육당국이 민간기업인 사교육 업체에 대해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 문제를 모두 제출하도록 명령할 권한은 없다. 학원에서는 강사들이 나름대로 입시 경향을 연구해 만들어 낸 모의고사 문제를 교육부가 무조건 제출하라고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제도 개선을 통해 수능 출제진과 사교육 간 카르텔을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외치는 것도 윤석열정부가 강조하는 사교육비 경감이 궁극적 목표다. 그렇다면 카르텔의 결과물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카르텔이라는 존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고리를 끊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이 될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수능 출제 공정성 강화 방안은 올해 치러지는 2025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부터 적용된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또다시 수험생의 혼란을 부추기는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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