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0년 가까이 1위를 유지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D램 점유율은 더욱 확대하고 HBM 점유율 차이는 줄이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메모리 트래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38%로 1위를 차지했다.
2025년 1분기와 2분기는 SK하이닉스가 1위를 차지했고 3분기에는 33%로 동률이었다가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4분기 4%p 차이였던 양사의 격차가 올해 1분기는 9%까지 늘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HBM의 경우 SK하이닉스가 58%로 1위를 차지했으나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69%에서 올해 1분기 58%로 떨어진 것이 눈에 띄었다. 특히 삼성전자가 HBM을 엔비디아에 납품하면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격차를 줄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이 엔비디아에 HBM4를 처음으로 납품함으로써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HBM4의 납품은 하반기 가시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12일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에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23일 기준 삼성전자가 출시 약 4개월 만에 판매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6월 말 기준 12억 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100억 달러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HBM용 D램 웨이퍼 월간 투입량 15만 장의 절반인 약 7만5000장을 HBM4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산업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AI 모델의 연산 병목을 해소하고 GPU 성능을 극대화하고 전력·발열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HBM의 성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HBM의 성능이 향상될수록 AI 데이터 센터의 효율이 향상된다.
이에 따라 HBM은 첨단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산업 중에서도 고성능 신제품의 중요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흐름이 최첨단 고부가 상품인 HBM으로,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스펙의 제품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최신 제품인 HBM4의 비중을 늘리며 HBM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그 근거는 삼성전자의 생산 능력이었다.
AI 열풍으로 전 세계에서 HBM 수요가 폭발한다면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생산 능력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AI 데이터 센터 수요가 증가하며 HBM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삼성전자의 생산 규모가 빛을 발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다.
카운터포인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은 2026년 전년 대비 4배 성장한 1500조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성장은 2026년으로 끝나지 않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7년 메모리 시장 규모가 2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수요의 급격한 성장은 AI 산업의 핵심 역할을 하는 데이터 서버가 꼽힌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서버용 제품 수요가 폭등하면서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57%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 컨설팅 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AI 데이터 시장은 2034년까지 연 평균 25.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 센터의 수요가 커진 시기에 삼성전자가 HBM4를 처음으로 양산하고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SK하이닉스가 지배하던 HBM 시장에 지각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세대 AI 메모리 HBM4E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5월29일 세계 최초로 HBM4E 12단 제품 샘플을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삼성전자는 HBM4E 공정의 수율과 양산성을 확보하고 고객사 일정에 맞춰 양산 공급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6월18일 계획을 앞당겨 HBM4E 12단 제품 샘플을 공급했다. 또다른 경쟁사 마이크론의 경우 2026년 하반기에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출하하고 내년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HBM 점유율을 따라가기 시작한 데에 이어 차세대 HBM 경쟁에서 선두를 점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행보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서 ‘패스트 무버’로의 전환을 천명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통한다.
삼성전자는 경쟁사가 개척한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모방 및 개선해 시장을 장악하느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빠르게 스마트폰 라인업 수축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며 ‘패스트 팔로워’ 전략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선점하는 ‘패스트 무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용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과 제품을 확보하라’라는 경영방침을 내세워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의 체질 개선을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면서 최첨단 기술을 선점할 수만 있다면 패스트 팔로워 전략과 퍼스트 무버 전략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23일 HBM을 생산하는 천안사업장 C1·C2 라인을 방문해 사업장 운영 현황과 생산 계획, HBM 기술 개발 진행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삼성전자의 현재 매출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HBM 공정을 직접 챙기면서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시장 경쟁력을 키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를 설계하는 브로드컴의 HBM4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으며 범용 D램에 해당하는 초소형 압축 탈부착 메모리 모듈(SOCAMM)2를 개발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HBM4 공급에 이어 또다른 대형 공급사를 확보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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