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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유명 해수욕장들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청춘 남녀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한 여름 밤의 백사장 풍경은 낮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태양이 내리쬐는 낮의 파라솔은 일제히 사라지고 그 대신 백사장은 삼삼오오 어울린 남녀들이 돗자리를 편 채 술판을 벌이는 장소로 변한다. 남녀 청춘들은 게임을 하며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한 스킨십을 과감히 벌이기도 한다. 친숙한 연인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이들 대부분은 만난 지 얼마 안됐다. 백사장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이른바 ‘헌팅’이라 불리는 즉석만남을 통해 자리를 함께했다. 여름철 늦은 밤이면 전국 어느 유명 해수욕장을 가더라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진다. 이러한 여름철 백사장 풍속들은 여러 면에서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음주 소란, 풍기 문란, 폭행·시비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눈총을 사기 일쑤다. 하지만 이러한 청춘 남녀들의 즉석만남 풍속은 어느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스카이데일리가 강릉시의 경포대 해수욕장을 찾아가 낮보다 더 뜨거운 심야 해수욕장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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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돌입한 8월의 첫 주말, 유명 해수욕장 중 하나인 경포대 해수욕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청춘 남녀들로 북적였다. 백사장은 밤이 되자 파라솔이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술판이 벌어졌다. ⓒ스카이데일리
전국적으로 연일 30도 안팎을 넘나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자는 본격적인 휴가철에 돌입한 8월 첫 주말에 경포대 해수욕장을 찾았다. 도착 시간은 지난 1일 토요일 밤 8시30분 경이었다. 기자는 쉽사리 해수욕장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부터 이미 수많은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운 상태였다.
도로는 수많은 차들이 일렬로 길게 늘어서며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교통경찰들의 분주한 호각소리에도 도로를 점령한 차들은 정체로 인해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흡사 명절 귀성길의 고속도로 정체를 보는 듯했다.
경포대 입구에서 흥겨운 음악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그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들이 보였고 여름철 피서지 특유의 들뜬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경포대 입구 광장에 들어서자 수많은 인파가 한눈에 들어왔다. 광장 가운데 위치한 분수대 주변은 사람들로 붐벼서 동해 바다의 풍경이 가려질 정도였다. 인파를 뚫고 경포대 백사장으로 걸음을 옮기자 이내 탁 트인 바다가 보였다. 그러면서 백사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돗자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래사장 돗자리 위에는 남녀들이 한데 어울려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 밤 경포대를 찾은 사람들의 연령대는 20~30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종종 40~50대 연령층도 보였다.
맘에 드는 이성 상대 즉석만남 성행…백사장서 정장에 하이힐까지
▲ 경포대 입구 광장을 비롯해 백사장은 즉석 만남 이른바 ‘헌팅’을 하기위한 청춘남녀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먼저 말을 걸어 즉석만남 제안을 하면 여성이 이를 수락하거나 거절하는 식이다. ⓒ스카이데일리
경포대 입구 광장을 비롯한 백사장은 즉석 만남을 하기위한 청춘남녀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로 남성 무리 중 일부가 여성 무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성 측에서 남성 측의 제안을 수락하면 주변 백사장이나 인근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식이다.
친구 2명과 휴가차 경포대 해수욕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성모씨(28)는 “작년에는 경포대에서 즉석만남을 통해 만난 이성과 함께 2박3일 동안 같이 놀기도 했다”며 “술자리 분위기만 조성되면 숙소 등으로 자리를 옮겨 밤새 술자리가 이어진다”고 말하며 즉석만남 경험에 대해 털어놨다.
옆에 있던 친구 강모씨(28)는 “남자들이 주로 먼저 말을 걸어 즉석만남을 시도하지만 막상 술자리가 이어지면 오히려 여자들이 더 적극적인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즉석 만남을 위해 꽃단장은 필수다. 강릉은 전날 폭염주의보가 해제됐지만 여전히 후덥지근한 날씨를 이어갔다. 간간히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를 식혀줬지만 덥기는 매한가지였다. 습한 더위에도 몇몇 남성은 정장을 차려입고 다니며 여성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긴팔 정장을 빼입고 구두까지 신은 채 백사장을 배회했다. 기자가 보기에는 더운 날씨에 다소 과하다싶을 정도로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한껏 차려 입은 것은 여성들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남성들보다 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깊은 밤이지만 진한 화장은 기본이었다. 거기다 하이힐에 짧은 치마, 몸에 쫙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는가 하면 가슴이 훤히 보일 정도의 과감한 노출패션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모습으로 백사장을 배회했다.
즉석만남 술자리에 진한 스킨십은 기본…숙박업소로 이어지기도
경기도에서 친구 4명과 함께 경포대에 놀러왔다는 이십대 여성은 “여자들끼리도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은연중에 펼쳐지는 신경전이 대단하다”며 “해변에서 남자들로부터 헌팅을 못 받으면 그게 더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러 남자들로부터 헌팅을 받기위해 야하게 입는 여자들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수위 높은 노출 패션은 뭇 남성들의 시선을 뺏으면서 자신을 어필하는 수단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과감한 노출패션을 한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여러 차례 즉석만남 제의를 받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 경포대를 찾은 여성들은 남성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깊은 밤이지만 진한 화장은 기본이고 하이힐에 짧은 치마, 몸에 쫙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었다. 어떤 여성들은 가슴골이 훤히 보일정도의 과감한 노출패션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백사장과 광장에 모인 인파는 오히려 더 늘어난 모양새다. 인근 편의점은 술과 안주거리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졌다. 주변 횟집을 비롯한 식당은 문전성시다. 밤이 깊어갈수록 경포대의 밤은 오히려 활기를 띄었다.
경포대 입구와 가장 가까운 한 횟집은 주위 횟집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창가 쪽의 테이블에는 얼큰하게 취한 남녀 2명씩 총 4명이 짝지어 앉아있었다. 게임 벌칙이라며 러브샷, 키스 등 진한 스킨십을 연출했다.
일행 가운데 한명인 장모씨(남·29)는 “(함께한 여성들이) 오늘 경포대에서 처음 본 사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가차 경포대에 놀러왔다가 마음에 들어서 먼저 말을 걸었다”며 “평상시에는 (헌팅을) 잘 못하는데 해변에 놀러 온 만큼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한 김모씨(여·26)는 “헌팅을 못한다는 사람치고 말을 너무 잘하는 것 아니냐”며 큰 웃음을 지었다. 4명의 남녀는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들의 술자리는 약 1시간여정도 더 이어졌다. 계산을 하고 일어서는 그들은 이제 어디로 갈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가 묵고 있는 숙박시설에서 한잔 더 할 생각”이라며 이내 자리를 떠났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 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경포대는 하늘을 수놓는 폭죽과 인근 가게들의 조명으로 더 밝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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