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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들의 양극화 현상이 한국 사회가 처한 위기로 부상했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수십억원의 재산을 가진 자산가들의 장막 넘어 하루 한 끼를 간신히 해결하는 쪽방촌 노인들이 대한민국의 그늘 진 곳에서 연명하듯 숨을 쉬고 있다. 사진은 영등포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는 김상구(가명)씨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박소현 삼성생명 FC컨설턴트는 “은퇴한 자산가들의 경우 재산을 증식하는 것보다는 지키는 것을 선호해 주로 부동산에 70%, 금융에 30% 정도 자산배분을 한다”며 “부동산에서는 임대수익을 얻고, 30%의 금융자산을 통해서는 상속이나 증여시 완충의 역할을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절세를 위해 크게 종신보험·연금보험·저축보험 등 보험을 많이 가입하는 편”이라며 “ 종신보험·연금보험은 상속세와 증여세 절감을, 저축보험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절감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에 따르면 저금리 시대와 저축은행 파문 등을 경험한 자산가들은 최근 수익형 부동산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직접 중개한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70대 노부부의 사례를 통해 자산가들이 금융권에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넘어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들 부부는 지금까지 특별한 재테크 방법을 몰라서 은행 이자로 생활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저금리로 인해 이자가 연 5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지자 예금이자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유지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부부는 최근 은행에 예치했던 자금으로 역삼역 이면도로에 위치한 지하2층, 지상3층 건물을 구입했다”며 “ 34억8000만원에 구입한 이 건물은 매월 1400만원의 임대료가 나와 연간 1억4450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1%대의 저금리 기조로 인해 수익용 부동산의 취득을 통한 노후대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추후 상속을 위해 부모와 자녀가 공동으로 취득하거나 부부공동 명의로 취득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그는 “은행예금은 안전한 상품이지만 수익률이 낮아서 30억원이라는 거액을 예금해도 월 430만원 전후 이자를 받게 된다”면서 “그러나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리스크는 있지만 같은 30억원을 투자하면 매월 1000만원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대비를 목적으로 수익용 건물을 구입하려고 하는 경우 보유시기와 처분시기 그리고 향후 상권예측을 면밀히 분석하고나서 취득 전에 전문가와 상의를 한 후 취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된 노후수익, 10억원대 점포 또는 별도 아파트 임대료 수익 노려볼만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10억원 정도의 여윳돈을 갖고 있는 은퇴자들 중에서 카페 등을 창업하려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사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장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들에게 점포를 임대해서 창업하기보다는 점포 분양을 통해 다른 창업자에게 임대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압구정 이면도로 6~7평 점포 분양가는 13억원에서 14억원정도 한다”면서 “은퇴자들의 경우 대출을 끼고 점포를 분양받아 200~300만원 수준의 점포 임대료를 받거나 직접 점포를 운영하더라도 일단 월세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초구 반포동에서 거주하는 오석금(가명·85)씨는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를 제외하고 인근에 20평대 아파트를 추가로 소유하고 있다. 오씨는 이 아파트를 임대해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오씨는 “연금을 포함해 매달 200만원 가까운 수입이 있다”며 “풍족하진 않지만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 은행 마진이 줄어들자 시중 은행들이 부자 고객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한국씨티은행은 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진 고객들을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자산가를 대상으로 금융 상품을 설명하는 씨티은행 관계자. [사진=한국씨티은행]
거액 자산가들, 자신들 노후 대비 보다 증여·상속에 대비하는 투자 성향
저금리 기조로 인해 손님이 줄어들자 노후 은퇴 자산가들을 모시기 위한 은행권들의 서비스가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씨티은행은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씨티 프라이어리티(Citi Priority)’ 서비스를 시작했다. 씨티은행은 수신고를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군과 2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자산가군 등으로 나누어 고객관리를 하고 있다.
자산관리 전문가 황요섭 꿈마파이낸스 대표는 “재테크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렵다”라며 “노인 자산가는 증여세·상속세를 아껴서 상속 자산을 최대한 보존하는데 더 큰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오산에 거주하는 70대 부부에 대해 “이들 부부는 금융자산이 부족해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매월 1400만원의 임대소득이 나기 때문에 현금흐름은 좋은 편이다”라며 “그러나 건물을 상속 할 때의 상속세에 대비한 상속세 납부 재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한 오씨는 이미 고령이라 종신보험 가입은 불가능하며 현금자산의 부족으로 일시납 연금 상품 역시 가입이 쉽지 않다”며 “시세 5억원 가량의 아파트를 배우자에게 사전 증여하고,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자녀를 계약자로 하는 종신보험의 가입하거나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역모기지로 처분하는 것이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충분히 보유한 은퇴 자산가들은 자산을 불리기보다는 지키는데 관심을 둔다”면서 “종신보험 등의 보험에 가입한 뒤 원금보장형ELS 등 파생상품이나 채권형 펀드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 김상구씨 쪽방에서는 여름에 냉장고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사진은 왼쪽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씨가 거주하는 쪽방, 좁은 쪽방촌 복도, 거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세탁기 ⓒ스카이데일리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찬 월 20만원 영등포 쪽방촌 ‘예금은 꿈도 못 꿔’
노후자금을 확보해 여유롭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있는 반면에 한쪽에서는 국가와 자선단체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연명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김상구(가명·86)씨는 영등포역 쪽방촌에 거주하며 폐지 등을 줍고 살고 있다. 그는 보증금 없이 월세 20만원짜리 쪽방에 살고 있었다.
김씨는 “겨울에도 건물주가 기름보일러를 틀어주지 않아 인근 구호단체에서 얻어온 전기장판으로 간신히 몸을 녹인다”면서 “웃풍이 너무 심해서 문풍지로 창문을 틀어막아도 등만 간신히 따뜻하고 얼굴과 코는 차갑다”고 말했다.
그는 “생계비는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으로 받는 기초생계비와 기초연금 그리고 틈틈이 폐지를 주워서 버는 돈으로 충당한다”며 “합쳐서 6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5년 기준으로 1인 가구기준 최저 생계비는 61만원이지만, 김씨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갖고 생활하고 있었다. 김씨는 기초생활 보호제도가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되면서 과거보다 지급받는 금액이 더 적어졌다고 말했다.
2015년 3월 기준 개인 최대 20만2600원을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 역시 감액 사유가 많아 20만원2600원을 다 받기 힘든 상황이다. 원자재값 하락으로 폐지는 1kg에 100원 미만이 된 지 한참이 됐다. 하루 종일 주어도 5000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기 힘든 상황이다. 60만원도 되지 않는 생활비로 20만원을 방세로 내고 나면 남는 돈이 많지 않은 것이 김씨의 현실이다.
김씨는 “다행히 나라미(정부양곡미)가 두 달에 20kg씩 국가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밥을 굶지 않고 있다”며 “한 달에 두어번씩 인근 가게에서 반찬을 구입해서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옷도 살 돈이 없어 인근 병원이나 사회시설에서 나누어주는 헌 옷을 가져다가 입고 있으며 저축통장은 당연히 없다”고 말했다.
영등포 쪽방상담소의 강슬기 사회복지사는 “현재 영등포 쪽방촌에만 500여명의 노인들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월세 20만원 남짓의 쪽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계시는 노인분의 대다수가 기초생활 수급대상자”라며 “예금이나 저축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렵고 힘들게 살아간다”고 말했다.
한편 인근의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양정차(23)씨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지나치게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흙수저 금수저 등 양극화 현상은 젊은 층의 문제로만 여겼는데 노인 계층이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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