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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hell)조선’은 희망이 전혀 없는 지옥 같은 한국 사회를 일컫는 신조어다. 헬조선에서는 많은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다. OECD가 최근 발표한 ‘2015년도 한 눈에 보는 연금’(Pension at a Glance 201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최하층 국민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국가이자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국가로 지목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취약계층의 평균 소득은 전체 평균의 6% 수준밖에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50%를 기록했다. 노인 두 명당 한 명이 빈곤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OECD 평균 13%의 4배 가까운 수치다. 실제로 한국의 노인들은 수입 측면에서도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수입이 적다보니 법정 은퇴 연령인 60세가 넘어서도 경비원이나 청소원으로 일하거나 쉬고 있으면 일하고 싶어하는 노인들이 많다. 반면 한국 남성의 평균 은퇴 연령은 무려 72.9세로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 여성의 평균 은퇴 연령은 70.6세로 여성이 70세 넘어서까지 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결국 한국 노인들은 그 누구보다 오래 일을 하면서도 빈곤하게 살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년째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70세 이상 노인 자살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카이데일리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한국 노년층의 삶을 ‘이슈 포커스’ 시리즈로 집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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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이라는 개포1동 구룡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연탄을 때고 있다. 구룡 마을에서 1km도 안 떨어진 곳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인 타워팰리스 등 고급 아파트 단지가 있다. 소득의 양극화 현상은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보편적 현상이지만 사회 보장정책이 취약한 한국의 노인들은 경제적 문제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위는 구룡마을에서 본 고급 아파트 단지, 아래는 구룡마을 전경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경기도 이천시에서 딸과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이정순(가명·83세)씨는 정부로부터 한달 기준 49만원의 지원금을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딸이 벌어오는 돈은 100만원도 안 되지만 만약 이런 사실이 발각되면 이씨는 그나마 수급자 자격을 박탈당한다.
이정순씨는 매달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만져본 일이 없다. 이 돈은 고스란히 3인 가족의 방세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혹시라도 잘못돼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할까봐 마음 졸이며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에서 탈락한 32만2610명 중 11.8%인 3만7999명이 부양의무자 기준 미달로 탈락했다.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기초연금은 노인만을 위한 대표적인 사회 안전장치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한국 국적을 가진 국내 거주하는 노인 중 가구 소득인정액이 선정 기준액 이하일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기준액은 단독가구는 93만원이고, 부부가구의 경우 148만8000원이다.
수급 대상자가 1인이면 최대 20만2600원을, 부부 가구라면 각각 16만2080원씩 총 32만4160원을 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을 수령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매월 60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 자료: 통계청 [도표=최은숙],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 ⓒ스카이데일리
죽지 못해 살아가는 노인대란 현실화…하루 100명 극한의 삶 몰려 황혼자살로
최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2015년 10월 전국 주택의 평균 월세가격은 56만원으로 조사됐다. 결국 60만원은 월세에 불과한 돈이다. 따라서 극빈층 노인들은 노후자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큰 병이 나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경제적 궁핍은 한국 노인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은 노인들이 경제적 문제로 장기간에 걸쳐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우울증에 걸리며, 심해지면 자살 충동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12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살 및 충동에 대한 이유를 보면 60세 이상의 37.4%가 자살충동 원인 1위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65세 이상의 경우 39.8%가 ‘신체적 정신적 질환, 장애’를 자살 충동 원인으로 꼽았지만, 이들 역시 그 다음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35.1%)을 거론했다. 결국 가난을 구제하지 않고서는 노인 자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국은 OECD 주요국 중에서 조사 이후 줄곧 10년간 노인 빈곤율 1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결국 가난에 내몰리고 질병에 시달린 노인들의 자살율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만명당 65세 이상 노인자살자 수가 지난 2000년 43.2명에서 2010년 80.3명으로 10년 동안 거의 두 배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사는 70세 이상 노인 10만명 당 116.2명이 자살했다. 다른 국가의 노인 자살율이 최소 5.8명에서 최대 42.3명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최대 20배 차이가 난다.
통계에 잡힌 것만 하루 20~30명의 노인들이 자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상당수 보고되지 않는 자살자수(독거노인의 불가피한 죽음 포함)까지 감안하면 하루 100명에 달한다는 추정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극한의 삶에 내몰린 노인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남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에 복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죽지 못해 사는 노인들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은 현대판 고려장이 자행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마저 나온다.
우리나라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한 의료보험 제도를 두고 있지만, 열 명 중 한명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병원을 가지 못한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가 발표한 ‘우리나라 성인의 미충족 의료 현황’을 보면 2012년 기준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한 노인은 11.4%였다.
▲ 서울시 영등포구 쪽방촌에 위치한 ‘요셉의원’은 서울대교구 소속의 서울카톨릭 사회복지회 부설 자선의료기관이다. 올해로 28년 째 정부지원 없이 카톨릭 신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요셉의원과 같은 소속의 ‘토마스의 집’은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급식소다. 사진은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요셉의원, 토마스의 집, 영등포 쪽방촌 골목 ⓒ스카이데일리
한 사례로 송인권(가명)씨는 보이스피싱 때문에 한순간에 전재산을 잃었다. 그는 피싱 사건 이후 가족들과도 헤어지고 심한 우울증을 앓게 됐다. 송씨는 건강에 문제가 생겨도 비싼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그는 다행히 요셉의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진료비와 약값이 전액 무료인 이곳에는 외국인 불법체류자, 보험료를 못내는 사람들,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환자 대부분은 극빈층의 노인들이다.
요셉의원은 내과·외과 진료 외에도 정신질환 상담, 치과 진료 등이 가능하지만, 고가 장비인 MRI와 CT촬영실이 없어 중증치료나 수술은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요셉의원에서는 중증환자와 수술환자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으로 보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책정한 환자 지원 예산은 제한이 있기 때문에 모든 중증 환자들을 보낼 수 없는 처지다. 환자를 더 보내기 위해서는 요셉의원이 수술비 전액을 부담해야하는데 후원금만으로 이들을 모두 감당해내기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 요셉의원 관계자의 입장이다.
극빈층 노인 문제는 비단 영등포 쪽방촌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주택들이 밀집한 강남구에도 기초수급대상자가 150여 가구가 몰려 있는 동네가 있다.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이라는 개포1동 구룡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연탄을 때고 있다.
정부에서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보일러 시설은 지원해주지만 정작 중요한 연탄이나 기름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매년 연탄 기부 행렬이 이어지는 곳이다. 반면 구룡마을과 불과 1km 정도 거리에는 대한민국 상위 1% 안에 드는 부자들이 산다는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있다.
호텔식 서비스·의료진 상시 대기…시니어타운 들어가면 10년 수명 연장
강남 등에 사는 부자들은 은퇴 후 시니어타운에 입주해 제2의 인생을 즐기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에 있는 시니어타운에 거주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자손들을 편리하게 만날 수 있고, 호텔 수준의 최고급 시설과 서비스를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에서는 건국대학교 재단이 만든 ‘더클래식500’이 대표적인 시니어타운이다. 보증금 8억원 이상, 한달 관리비 200만원 이상이지만 대기를 해야 입주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삼성노블카운티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시니어타운이다. 주거는 물론 첨단 의료서비스와 요양, 문화, 스포츠가 어우러진 선진국형 노년 주거 시설로 상류층 사이에서 각광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거 만족도가 높아 입주민들 사이에는 노블카운티에 입주하면 10년은 더 살 수 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내과 외과 등 5개 과목이 개설된 클리닉이 있고 20여명의 간호사가 24시간 입주민들을 보살피고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노블카운티에는 매일 서울 삼성의료원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운행중이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노인들은 최고의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 자료: 통계청. 2012년 기준. ⓒ스카이데일리
최근 은퇴자들 사이에서 시니어타운만큼 유행하고 있는 것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다. 박스권에서 정체된 증시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은퇴자들이 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김선정씨(가명·71)는 상위 1% 안에 드는 자산가다. 김씨는 올해 부인 정모씨(67)와 두 명의 아들과 함께 압구정역 3번 출구 이면도로의 빌딩을 가족 공동명의로 구입했다.
빌딩 매입 가격은 55억원이었다. 대지면적 331㎡(약 100평)에 지상 4층 건물로 음식점과 학원이 임차해 들어와 있다. 현재 보증금 4억원에 월세 1800만원을 받고 있어, 보증금을 제외 연간 2억1600만원의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은행권에 대출을 받으면서 매월 375만원씩 연간 4500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지만, 이자 제외 1억7000만원가량의 순수익이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평균은 3240만원이었고, 연봉 1억원 이상은 상위 3%밖에 없다.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부동산 투자로 김씨가 받는 임대수익은 다른 노인들뿐만 아니라 월급생활자들의 부러움을 사기에도 충분한 돈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노인 양극화…OECD “한국 사회안전망 지출 늘려야” 권고
헬조선에서는 한쪽에서는 병원비가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노인들이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건강한 상태로 평균 수명 이상을 살고 있는 노인들이 공존한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 ‘한국의 부의 불평등, 2000-2013’는 국내 상위 1%, 10%, 하위 50% 등 각 계층의 순자산(자산-부채)을 분석한 첫 연구 사례로 알려져 있다.
상속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청의 세금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국내 상위 10%의 재산이 전체의 66.4%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50%의 재산은 1.9%에 불과했다. 국내 상위 1% 부자들의 평균 순자산은 24억3700만원으로, 자산 상위 10% 계층의 평균 순자산은 6억2400만원가량으로 조사됐다.
▲ 자료: OECD. 2014년 기준.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상위 10%가 보유한 재산 비중은 2000~2007년 평균 63.2%에서 2010~2013년 평균 66.4%로 3.2%포인트 증가한 반면 하위 50%의 재산 비중은 2000년 2.6%에서 2013년 1.9%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은퇴 후 노인들의 삶이 극단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해결책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병수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은 “노인 인구의 60%가 연금이 없는 등 소득이 취약하고, 같은 계층 간 불평등도 노인층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선진복지국가처럼 노인에 대한 특별공공부조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자살은 개인의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복지제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OECD 역시 ‘2015년도 한 눈에 보는 연금’ 보고서를 통해 한국 등 일부 OECD 국가의 연금 액수는 낮아 연금 수급자들이 상대적으로 빈곤에 처할 위험은 높고 경고했다. 또한 한국이 사회안전망에 대한 지출을 늘릴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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