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난치병 아동·청소년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재단이다. 국내 유일 개별 정서 지원 재단이기도 하다. 사진은 문유란 간사(사진 왼쪽), 김유경 부장(가운데), 손주연 간사(오른쪽) ⓒ스카이데일리
“특별한 소원, 때로는 기적이 됩니다”
1980년 7세였던 소년 크리스토퍼 그레이셔스(Christopher Greicius)는 경찰관을 꿈꿨다.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백혈병에 걸려 투병 중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애리조나주 경찰은 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명예경찰관으로 임명해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사흘 후 그레이셔스는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난치병 아동을 돕는 메이크어위시(Make-A-Wish) 재단이 탄생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 중이며 약 34만명 이상의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우리나라서에는 지난 2002년 창립됐다. 현재 이곳은 국내 유일 난치병 아동에게 정서적인 지원을 행하는 단체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김유경 부장은 “치료비 지원이 아닌 아이들을 응원하고 함께 울고 웃으며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곳이다”고 소개했다.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소원’이라는 도구를 쓰는 거에요. 난치병에 걸린 아이가 목표를 갖게 해 희망을 제시해 주는 거죠. 아이가 희망을 갖는 모습을 보면서 곁에 있는 부모도 봉사자들도 후원자도 모두 함께 성장해 사회의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재단의 목표입니다”
만 3~18세 ‘아동’ 환자들 대상…불치를 난치로 바꾸기까지
소원 신청이 가능한 대상자는 난치병과 싸우고 있는 만 3세부터 18세 사이의 아동·청소년들이다. 타 기관의 도움으로 소원을 이뤘거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아동, 의료진에게 완치 판결을 받은 아동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청대상이 되는 질환은 백혈병, 뇌종양, 림프종, 골육종 등 모든 종류의 소아암과 근육병, 담도폐쇄증 등 조혈모세포이식을 포함한 각종 이식수술이 필요한 질환이다.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희귀 난치성 질환일 경우 재단 내 의료분과위원회를 통해 심사를 거친 뒤 신청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이곳은 창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난치병 환자들에 대한 인식개선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과거 고칠 수 없다는 의미의 ‘불치병’이란 단어가 일반적으로 쓰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이를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이라는 뜻의 ‘난치병’이 통용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 김유경 부장(사진)은 인식개선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창립 초기 ‘불치병’이란 단어를 ‘난치병’으로 불리도록 노력했다. 김 부장은 인식개선에 대한 활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다. ⓒ스카이데일리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창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인식개선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불치병’ 대신 ‘난치병’이란 용어가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가장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치료가 불가능한 게 아니라 치료가 어려울 뿐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일이었다. 김 부장은 개선의 노력이 얼마나 고됐는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가 2004년이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난치병이란 단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던 시기였어요. 이를 바꾸기 위해 숱하게 홍보했었죠. 방송촬영이나 인터뷰 같은 것을 하게 되면 PD·기자·작가들에게 불치병이 아닌 난치병이란 단어를 사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일쑤였죠”
난치병이란 용어를 홍보하는데 매스컴은 좋은 수단이었으나 한 편으로는 불편한 감정 역시 적지 않았다고 이곳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방송을 통해서 아이들이 아파하고 눈물 나는 모습들이 조명됐다. 하지만 재단 측이 원했던 것은 항상 웃는 밝은 모습들이 나가길 원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촬영 방향을 두고 다투기도 많이 했죠. 병마와 싸우는 아픈 아이들의 희망적인 미소를 보여주고 싶었었기 때문이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저희가 제작하는 팸플릿 등에도 늘 웃는 모습이 전면에 그려져 있습니다”
“죽어가는 아이들 왜 도와줘” 태도·인식 여전히 부족…소원성취 대기아동만 100명 이상
이들의 활동을 곱지 않게 보는 이들도 더러 있다. 같은 사회복지사들 사이에서도 “아들이게 치료비 말고 더 중요한 것이 뭐가 있느냐”는 지적을 받을 때도 있다. 심할 때는 “곧 죽을 아이를 왜 도와줘야 하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한 번은 병원에 있는 의료사회복지사와 함께 일을 할 때였어요. 그가 차라리 아이들에게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이 있는지 설문조사를 한 뒤 여럿에게 한 번에 주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제게 묻기도 했어요”
“저희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희망과 추억이에요. 아이들과 교감하면서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소원을 도출해내고 짧은 시간이라 할지라도 간접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이루게 해 주는 거죠. 단순히 선물을 주는 것과는 다른 방법이에요. 사실 이런 점에 있어 여전히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 문유란 간사(사진 왼쪽)는 “아이의 소원마다 색깔이 있다”고 말했다. 손주연 간사(오른쪽)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어 지난 3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스카이데일리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아동에게 정서적 지원을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방식의 지원을 행하는 단체는 이곳이 유일하다. 기부자와 수혜자 같은 양분된 개념이 아닌 ‘위시 메이커(Wish Maker)’로서 소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임인 셈이다.
“한 명 한 명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죠. 각자의 입장이 다르고 이들 각각이 갖고 있는 소원들 역시 다르지만 모든 아이들과 아이들의 꿈은 소중한 것이니까요. 모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죠”
재단은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소원을 이뤄주는 과정을 ‘소원여행(Wish Journey)’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한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소원이 이뤄지는 과정 모두가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지는 것이다.
“한 어머니는 저희와 함께 ‘소원여행’을 거친 후 아이 병이 나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어요. 어머니께서는 단순히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사주는 것에만 그치는데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정성이 모여 아이의 소원을 이뤄준다는 점 때문이었죠”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문유란 간사는 소원여행에 앞서 봉사자들은 아이들에게 보통 세 가지 정도의 소원을 묻는다고 한다. 소원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정말 간절한 것을 고르라 하기 위함이다. 또한 원활한 실행을 위해서 현실적인면도 생각해야하기 때문이다.
“접수하고 보면 비슷한 소원들도 분명 존재하죠. ‘경찰관이 되고 싶다’ 혹은 ‘어디어디에 가고 싶다’는 식이죠. 하지만 아이들과 소원여행에 앞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똑같은 소원이란 없단 것을 알게 되죠. 어린 아이들이지만 저마다의 색깔이 분명하기 때문이에요”
문 간사의 이 같은 이야기에 옆에 있던 손주연 간사가 거들었다. 같은 체험일지라도 아이들입장에서 받아들이는데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방에 사는 중증질환을 가졌던 한 아이가 있었어요. 서울로 병원을 다녀야 하는데 비행기를 타고 다녔나 봐요. 그래서 이 아이에게 ‘비행기 타러가자’는 곧 병원가자는 의미였던 것이었죠. 이 친구가 제주도 가는 것을 소원으로 꼽았어요. 훗날 아이 어머니께 들은 얘긴데 여행 후 아이에게 비행기는 병원이 아닌 여행 혹은 추억의 이미지로 기억한다고 해요”
▲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 재단 측은 유형에 대해 ‘되고 싶어요’, ‘갖고 싶어요’, ‘하고 싶어요’, ‘만나고 싶어요’, ‘가고 싶어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은 메이크어위시를 통해 이승엽 야구 선수를 만나고 있는 난치병 아동 [사진=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현재 한국메이크어위시가 접수받은 소원성취 대기 아동은 100명이 넘은 상황이다. 난치병에 걸린 아이들의 건강문제로 대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방의 경우 봉사자들이 부족해 더욱 대기가 길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유경 부장은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격심사·보호자상담 등을 마친 후 인력부족으로 소원성취를 못하고 있는 아이들도 상당해요. 문제는 대기하다 하늘나라로 가는 아이들이 있다는 점이죠. 후원자와 봉사자들을 더욱 발굴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문 간사와 손 간사도 봉사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봉사자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후원금을 내는 것 이상의 성취감과 자부심까지 생길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봉사활동의 경우 대개 짜인 틀에 맞춰진 활동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는 봉사자들이 병마와 싸워가는 아이들의 꿈을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보다 능동적인 봉사활동인 셈이죠. 더 많은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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