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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서울시청 앞 ‘애국텐트’ 농성 르포
탄핵반대 애국주의, 끝내 자살까지 ‘그들의 분노’
엄동설한 텐트농성 사투 배수진…“촛불은 새빨간 거짓·목숨걸고 朴지킨다”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31 14:39:20
지난 설 연휴 중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6층에서 60대 남성이 투신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손에는 탄핵반대 집회서 사용되는 손 태극기 2개가 들려있었다. 태극기에는 ‘탄핵가결 헌재무효’라는 구호가 적혀있었다. 별다른 유서조차 남지 않았던 그의 죽음에 대해 경찰은 박사모 활동 때문에 가족들과 불화가 있었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탄기국)는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는 성명을 밝히며 30일부터 조 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탄기국은 지난 연말 발족됐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나라사랑국민운동본부 등 50여개 단체들이 주축이 됐다. 지난 21일 이들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 ‘애국텐트’를 설치하고 탄핵반대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탄핵을 찬성하는 광화문광장의 텐트들에 맞서 맞불농성을 진행 중인 셈이다.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이들의 집회와 시위는 대중적 지지를 얻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시 역시 광장점유가 무단점용임을 내세워 자진철거요청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탄기국 내 결속력은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가 이들이 왜 탄핵을 반대하는지 그리고 혹한의 강추위 속에서 서울광장 노숙을 택하게 됐는지 현장 취재했다.

 ▲ ‘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도로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이른바 ‘애국텐트’에는 점심시간이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연령층은 노년층이 대부분이었지만 30대 청년층도 보였다. 사진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건드리지 마라’
 
현재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이와 같은 문구를 내 걸은 28개의 텐트와 4개의 천막이 설치됐다. 이른바 ‘애국텐트’다.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탄기국) 소속 회원들이 머물고 있는 텐트들이다. 천막은 농성 본부와 식당·프레스룸 등으로 쓰이고 있다. 텐트는 노숙농성에 나선 이들이 잠을 자고 생활하는 곳이다. 외벽에는 현 시국의 주류세력과 사뭇 반대되는 주장들이 걸려 있었다.
 
‘대한민국 언론은 죽었다’, ‘광우병 촛불 새빨간 거짓말’, ‘탄핵 촛불 새빨간 거짓말’, ‘대통령님 힘내세요. 목숨 걸고 키지겠습니다’ 등 문구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정도로 강렬했다.
 
“최순실사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 옳지만은 않아”
 
텐트·천막 가운데 서너명의 사람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탄기국 집회 참가자들이었다. 이들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네고 기자임을 밝혔다. 짐짓 반기는 분위기로 “여기서 24시간 취재를 이어갈 것이냐”, “텐트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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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묻자 한 시위 참가자는 대뜸 베트남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베트남의 공산화 과정이 우리 현실에서도 엿보인다는 것이었다. 선동에 의한 촛불집회가 대통령탄핵까지 이어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최순실 사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부분일 뿐이다”며 “국민들이 들고 일어서면 정치인들이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덩달아 박근혜 대통령을 흠집 내고 대한민국을 뒤집어 망치고 있다”고 현 시국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곳 관계자의 소개로 비교적 젊은 세대인 윤채운(33·여) 씨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는 직장에 휴가를 낸 채 엄동설한의 날씨 속에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며 텐트에서 생활 중이었다.
   
 ▲ ‘애국텐트’에는 저마다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더불어 소유자 이름과 호수를 기재해 누구의 텐트인지 알 수 있게 했다. 텐트는 탄기국이 아닌 개인 소유였다. 사진은 보수단체 회원이 텐트에 새로운 현수막을 걸고 있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박사모 2030 청년포럼’ 소속이라는 그녀는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부모님 권유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찍었을 만큼 박근혜 지지자도 아니다”며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이건 아니다’는 생각을 갖게 돼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포털과 TV, 뉴스 등을 뒤져보다 박사모까지 오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근래다”며 “이를 악용해 나라의 존폐까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됐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텐트농성 시위에 참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내가 계엄령 선포 주장했다…전교조의 그릇된 교육이 근본적인 문제다”
 
자리를 옮겨 또 다른 천막을 방문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몸을 녹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노년의 남성 참가자가 대뜸 “내가 계엄령이 선포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우리가 바닥이 차다는 이유로 태극기를 찍고 깔고 앉았다고 주장하는 후안무치들이다”면서 계엄령 선포 주장을 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취지였다.
 
이 참가자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아이들이 기본적인 역사조차 모른 채 성장하고 있다”면서 “전교조가 고조선을 인정하지 않자 아이들이 고조선을 인정하지 않은 채 성장하게 됐다”며 그릇된 역사관이 심어지고 있음을 주장했다.
 
또 그는 “나라를 생각하는 우리 같은 노인더러 ‘보수꼴통’이라고 폄하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참 생각이 짧다. 분명 그렇게 폄하하는 이들도 부모가 있을 텐데, 우리를 욕하는 것은 자신들 부모를 존경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 아니겠느냐. 가정교육이 뭔가 잘못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해외에서 건너온 시위 참가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탄기국 관계자에 따르면 기자가 방문한 날 오전에도 미국과 키르기스스탄에서 귀국해 곧바로 시청광장으로 달려와 농성에 합류했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 텐트 농성에 참가한 한 참여자는 “촛불시위에 참여한 젊은 사람들이 태극기를 찢고 깔고 앉았다”며 탄기국 농성에 참여한 계기를 말했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못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탄기국 농성 참가자가 전교조 문제를 지적하고(위) 젊은 사람들이 태극기를 찢는다며 종이를 찢어보이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뉴질랜드에서 왔다고 밝힌 한 남성 참가자는 “국외동포들의 시각은 탄핵되면 큰일 난다는 시각이 많았다”며 “최순실사태 초기부터 박 대통령에 힘을 내라는 의견들도 많았는데 본격적으로 지지하려는 이들이 모인다는 소식에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은 해외거주 동포들의 구심점과 같은 인물이다”면서 “정말 이유도 안 되는 걸로 탄핵을 하게 되면 나라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박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을 것이다”며 “박 대통령이 흔들리면 국가에 위험이 닥친다”고 강조했다.
 
언론불신 팽배…“우리는 박 대통령 지지 아닌 나라를 진정 걱정하는 사람들”
 
정오가 지나 해가 기울수록 이들의 지지세력들이 광화문으로 집결하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광장은 속속 붐비기 시작했다. 텐트 안에 있던 참가자들도 속속 모여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흥분한 듯 목소리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라고 밝힌 박용복(62·남) 씨는 “손석희(JTBC 보도담당 사장)는 악마며 젊은이들이 촛불시위에 나가려 하는 것은 전교조의 세뇌 때문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 여기지만 북한은 좋은나라라는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인천 부평에서 왔다는 이재준(66·남) 씨는 탄기국 내 특정 단체 소속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3000시간 이상 봉사활동한 경력을 기자에 직접 보여주며 “정치성향이 없는 내가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자리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언론은 촛불시위 인원을 부풀리고 우리 시위 참가규모를 축소하는 등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언론은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사실 그대로만 보도해야 하는 소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서 이를 지켜듣던 일부 여성들이 “맞습니다”고 맞장구를 쳤다.
 
 ▲ 서울시청 앞 광장 탄기국 농성 현장에는 다양한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여러 군데 걸려 있다. 본부 역할을 하는 천막에는 각종 물품이 기부되고 있었다. 본부 천막 안에는 모금함이 설치돼 현금 기부를 받고 있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어느덧 10명가량이 기자를 에워 싼 채 저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세월호 이야기가 나왔다. 한 참가자가 “단순 해상사고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주변에서 “사고 날 때마다 대통령이 쫓아다니지 않으면 아무도 못 구하는 것이냐”고 덧붙였고 주위는 호응했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하는 말이 이어졌다. 말을 꺼낸 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목소리를 높여갔다. 그가 들고 있던 일회용 종이컵 안의 커피는 심하게 흔들렸고 넘쳐흐르기까지 했다.
 
이들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박근혜 대통령을 언제부터 지지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순간 정적이 이어졌다. 2~3명의 사람들이 나서 “단순한 지지가 시위에 나선 이유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단순히 대통령을 향한 호불호를 떠나 특정 세력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마음이 모여 서울광장을 찾게 된 것이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어 한 참가자는 “사회주의가 답이고 혁명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전교조 교사들이 ‘북한이 우리의 미래다’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도대체 나라꼴이 이게 뭐냐”고 인상을 찌푸린 채 말을 보탰다. 주위에서는 그를 향해 “말씀 잘하신다”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본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라면박스가 속속 천막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기자에 이곳 관계자는 “우리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이 이렇게 필요한 물품 등을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관계자의 어깨 너머로 한 방문객이 본부 한 편에 마련된 모금함에 5만원짜리 지폐를 넣었다.
 
탄기국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되지 않는다면 결국 이 나라는 대혼란이 올 것이고 이내 뒤집어지고 말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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