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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항동지구 서서울고속도로 지하터널 갈등

1.2만명 목숨 위협…이웅렬표 땅굴고속도로 논란

아파트·초등학교 밑으로 고속도로 공사…시행사 “노선변경 불가”

유은주기자(dwdwdw0720@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3-12 12: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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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숲세권 아파트’가 분양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미세먼지를 흡수해주는 산·공원 등이 인접한 곳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이 용이하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원하는 수요가 늘면서 서울 내 숲세권 아파트는 특히 인기가 높다. 서울 구로구 항동 공공택지지구 역시 ‘숲세권’으로 분류되면서 이곳 아파트는 분양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항동지구 인근에는 푸른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이곳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아파트 단지 아래로 고속도로 터널이 관통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노선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단지 아래로 터널이 관통되면서 주민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행사 측은 사업성을 이유로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주민과 시행사 간에 갈등국면으로 돌입한 광명~서울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취재했다.

▲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 내 아파트 단지 아래를 관통하는 민간고속도로 건립계획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단지 주민 등은 안전을 이유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집단 항의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공사가 진행 중인 항동지구 내 아파트 단지 ⓒ스카이데일리
 
아파트단지와 초등학교 등의 지하를 통과하는 민간고속도로 건립계획이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집단항의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정부·민간사업자 등 어느 곳으로부터도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자체적인 정보수집에 나선 상황이다.
 
논란이 불거진 지역은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SH)에서 시행하는 마지막 공동택지지구다. 총면적 66만2525㎡(약 20만414평) 부지 위에 총 5221세대 규모로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다. 세부적으로는 공동주택 4317세대, 도시형생활주택 875세대, 단독주택 29세대 등이다. 완공 시 약 1만2447명이 거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 지역 지하로는 터널 형식으로 고속도로가 관통할 예정이다. 평택~파주고속도로의 네 단계(△평택~화성 △수원~광명 △광명~서울 △서울~문산) 구간 중 하나인 광명~서울고속도로다. 앞서 개통된 평택~화성, 수원~광명고속도로에 이어 착공 예정인 이곳 도로는 총 길이 17.9km로 경기 광명시 가학동(가학IC)과 서울 강서구 방화동(방화IC)을 잇게 된다. 국토부는 지난달 20일 해당 공사 실시계획을 승인한다고 고시했다.
 
항동지구 지하통과 터널공사는 오는 5월 착공 예정이다. 사업 시행사는 서서울고속도로(주)다. 이곳은 코오롱글로벌이 대표주관사이자 최대주주(22.52%)다. SK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 등 11개 건설사들도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이번 민간고속도로 건립의 주체인 코오롱글로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자사 이익에 눈이 멀어 주민들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살은 코오롱그룹 총수인 이웅렬 회장을 향하고 있다.
 
항동지구 입주예정자들, 수천 세대 지하 관통하는 고속도로 건설반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광명~서울 고속도로 사업은 지난 2003년부터 추진 됐지만 노선이 통과하는 각 지자체와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더디게 진행됐다. 광명에서는 경우 생태파괴·도시단절 등을 이유로 지하화를 요구했으며 서울 강서구는 기존 도로가 확장되지 않은 채 개통될 경우 통행량 급증이 이뤄져 혼잡도가 가중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해왔다. 부천시는 녹지파괴 등 환경오염을 이유로 들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구로구 항동지구 주민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불편을 넘어 생명·안전과 직결돼 있어서다. 주거지·학교 등 지하를 관통하는 터널공사 과정에서 주민·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란 이유로 공사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해당 고속도로 건설반대 공동대책위원회에 항동지구 입주 예정자들도 최근 합류했다.
 
SH가 항동지구 조성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하지만 해당 터널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는 2014년이 마지막이었다. 항동지구와 경계선이 맞닿아 있는 250세대 규모의 서울수목원현대홈타운스위트아파트(이하·현대홈타운) 입주민들만이 터널이 뚫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 역시 반대의견을 피력했지만 세대수가 적은 탓에 번번이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2014년 이후 국토부 승인고시까지 별다른 설명회는 추가 개최되지 않았다.
 
현대홈타운 주민들과 항동지구 입주예정인들이 지하터널 건립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다. 터널굴착 공사 과정에서 지반 위에 건립된 아파트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지반침하현상 발생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설될 항동초등학교 바로 밑을 터널이 지나갈 예정이어서 반발의 강도는 더욱 거센 상황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주를 앞둔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조직해 이를 기반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시행사 및 관계당국에 민원을 넣는 식으로 항의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대책위원회 측 관계자는 “주거단지와 초등학교 바로 밑에 터널이 지나가는데 안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롯데월드타워 공사가 시작된 후 잠실 주변에서는 원인 모를 싱크홀이 여럿 발견된 사례도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입주 예정자들에 동의를 구하지 않았을 뿐더러 평생 살아야 할 집일지도 모르는데 계속 안전에 대한 불안함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다른 지역의 반대가 워낙 심하니 아직 입주조차 하지 않은 항동지역부터 공사에 들어가려 하는 것 같은데 주민불편은 고사하고 수익만 추구하는 기업들의 이기적인 행태다”고 지적했다.
 
주민들 “만에 하나가 목숨과 직결” vs 시행사 측 “안전하게 공사하겠다”
 
항동지구 입주민 및 입주 예정자들은 서서울고속도로 측이 검토한 안전성 연구 용역 역시 100%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비슷한 일로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삼두아파트에서는 터널 공사 후 지반침하 및 건물균열 등의 현상이 발견돼 아파트 시공사와 고속도로 시공사와의 책임공방이 발생했다. 양측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주민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현대홈타운 이희면 입주자 대표는 “2014년 설명회 당시 주민들에게 돌린 안전성검토에 대한 연구용역 보고서가 있긴 하지만 전문용어로 가득한 데 일반인인 우리가 어떻게 안전한 지 알 수 있겠냐”며 “만약 연구 상 안전하다고 나왔다 하더라도 공사기간에 아파트의 균열 및 지반침하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지, 만약 공사가 진행될 시 주민대표가 감시를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 항동지구 입주 예정자들은 만약 터널 공사 후 아파트 단지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공사와 터널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항동초등학교 설립 예정 부지 ⓒ스카이데일리
 
항동 우남퍼스트빌 입주예정자 강선임(48·여)씨는 “만약 이대로 터널이 생긴다면 아파트 시공사와 서서울고속도로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점도 문제다”며 “콘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인천 삼두아파트도 터널공사 후 균열 문제가 불거졌는데 거기에서도 아파트 시공사와 고속도로 시공사 간에 책임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며 “이미 우남퍼스트빌 현장소장 관계자는 ‘승인고시 나기 전 우남이 공사를 먼저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공사와 고속도로공사가 같이 진행돼 문제가 생긴다면 서서울고속도로가 안정성 조사연구를 하고,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고 말하는 등 벌써부터 책임 떠넘기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역시 입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서서울고속도로가 처리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성은 이미 검토됐고 반대가 일어나는 것은 논리적인 문제가 아닌 주민들의 정서적인 문제다”며 “노선이 변경될 만한 변경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현 계획안이 수 년 간의 검토를 거친 최적의 노선이기에 오히려 왜 (고속도로)사업이 진행이 안되냐는 민원들도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안전성 검토에 대한 신뢰성 하락이 이러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박창근 카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원래 터널을 뚫고 나서 그 위에 아파트를 짓는 것이 좋지만 순서가 바뀌게 되면 입주민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발주처 입맛에 맞춘 연구용역은 진짜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민들이 지정한 기관에서 안전성 평가를 해 설득력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박 교수는 “발파할 때 아마도 ‘나틈(NATM)’공법을 사용할 텐데 민감한 사람의 경우 조금만 울려도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에 아마 민원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며 “공사시작 전에 진동이 발생할 때의 보상 및 피해산정 등에 대한 충분한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부연했다. ‘나틈공법’이란 지하에서 흙·암석 등을 발파·굴착 등으로 뚫은 뒤 무너지기 전에 콘크리트를 벽에 뿌려 굳히는 공법이다.
 
항동지구 안팎에서 대두되는 우려에 대해 서서울고속도로 관계자는 신뢰도 있는 기관에서 진행한 연구 용역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에 의뢰해 연구를 진행했고 주민들의 불편함을 감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안전한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할 것이다”며 “노선변경은 사업성을 고려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그는 “항동지구가 택지 조성되기 이전부터 원래 이곳을 지나가는 것이 최적의 노선으로 정해져 있었다”며 “이미 10년 넘게 사업이 늦춰지면서 손해를 많이 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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