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숙원사업인 현대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건립 관련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지난달 13일 조건부 동의로 통과됐다. 앞으로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건축심의, 굴토심의 등 3개 절차가 남았지만 본위원회 심의는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을 지을 때 해당 건축사업이 일조권·조망권 등 주민 생활환경과 주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예측·평가하는 절차로 건축 인허가 심의 전에 거치게 돼 있다.
그동안 GBC 건립 환경영향평가에서 발목을 잡았던 주요 요인은 일조권 문제였다. 인근에 위치한 조계종 봉은사는 GBC가 건립되면 봉은사 일조권이 침해돼 수행환경이 훼손되고 문화재 손상이 우려된다면서 극렬하게 반대해 왔다.
일조권 분쟁은 GBC 같은 초고층 건물뿐만 아니라 재건축 아파트 신축현장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건축공사 자체를 중지해달라는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올해 2월 서울 송파 동부센트레빌아파트 54가구 소유자들은 바로 앞에 지어지는 가락시영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조합(헬리오시티)을 상대로 일조권이 침해됐다면서 일정 층수를 초과하는 일체의 신축 공사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헬리오시티 1개 동 2개 라인에 대해 각 10층을 초과하는 신축 공사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 ‘개나리6차아파트’의 재건축사업장에서 제기된 일조권 침해 관련한 재판에서 재판부는 조합과 GS건설에게 6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0월 인천에서는 한 신축 오피스텔 인근 주민들 낸 일조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소유자 10명에게 각각 900여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오피스텔 건축주에게 명령했다.
법원이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이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법원에서는 시행사나 재건축조합이 일조 침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조권에 대한 문제가 소송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일조권 보호를 위한 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일조권 보호를 위한 규정은 현행 건축법령에서 일조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높이 제한만을 두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합계 총 4시간 이상 그리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연속해 2시간 이상의 일조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일조 침해가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건축법과 판례가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혼선이 일고 있는 셈이다. 승소 판례가 늘어남에 따라 일조에 대한 권리를 찾으려는 주민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재판은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불필요한 소모전이다.
지금이라도 건축법령을 정비해 일조권 침해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는 전국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법적인 기준을 만들어 예고된 일조권 분쟁을 막아야 한다.
[길해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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