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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장애인도우미 휴게시간 부여
“중증장애인 방치한 나홀로 휴식 마음아파 못해요”
쉴 수도 일할수도 없는 책상머리 정책…장애인·도우미 한숨 푹푹
남승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05 13:28:53
지난 2월 국회는 주당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개정으로 26개에서 5개로 축소된 노동시간 특례업종 중 사회복지서비스업이 제외돼 장애인활동보조인들은 4시간 근무 시 30분의 휴게시간을 갖게 됐다. 주당 근무시간도 최대 52시간까지만 가능하다. 인당 근로시간을 줄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스트레스 직업군인 이들의 피로를 덜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지만 정작 정책 수혜자인 관련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 인력 투입, 휴게시간 임금 미책정 등의 문제들이 예상돼 장애인·장애인활동보조인·중개기관 모두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장애인활동보조인 근로시간 단축과 휴게시간 보장 등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반응과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현장취재했다.

▲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두고 장애인·장애인활동보조인 모두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장애인활동보조인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수입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사지마비 장애인을 돕고 있는 장애인활동보조인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신체·정신적 장애로 일상·사회생활이 불가한 중증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지원서비스를 두고 일선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사회복지사들의 처우 개선책을 두고 이해관계자들 모두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전형적인 졸속행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보조인들이 속한 사회복지서비스업도 주 52시간의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 업종에서 제외됐다.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다만, 이달부터 이들은 4시간마다 30분의 휴게시간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정책 이해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양한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반응이다.
 
“지금도 낮은 임금, 52시간 시행되면 더 떨어질 것…추가 인력 수급은 어떻게”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활동보조인들의 급여는 시간당 평일 1만760원, 심야·공휴일 1만6140원이다. 중개기관에서 25%를 떼면 평일과 심야·공휴일 시급은 각각 8070원, 1만2105원 등으로 현재 법정 최저시급 수준에 근접해 있다. 주당 208시간을 채워 근무해도 15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 셈이다.
 
현재 활동보조인들은 하루 8시간에서 최장 20시간 장애인들의 손발이 돼주고 있다. 1명의 활동보조인이 1명의 장애인들 돌봐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최소 2~3명의 활동보조인이 나눠서 1명의 장애인을 돌보게 된다. 이 경우 자연스레 추가 인력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이들 인력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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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에서 하루 10시간 정도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이금주(53·여) 씨는 “활동보조인을 하고 싶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니라 각 센터에서 5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이 과정이 끝나면 비로소 장애인들과 연결이 시작된다”며 “신변처리 등의 다소 고된 업무 때문에 시작하자마자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기존 1명의 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1인의 장애인활동보조인들이 필요하던 현장에 최대 3인이 투입돼야 한다. 이들은 5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장애인과 연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당장 현장에 투입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사진은 보건복지부의 희망e든카드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결제가 가능한 스마트폰 ⓒ스카이데일리
 
사지마비 중증장애인 김재호(남·45) 씨는 “혼자서는 이동도 할 수 없을뿐더러 신변처리를 못하기 때문에 한 달 700여 시간 중 600여 시간을 활동도우미에게 의존하고 있다”며 “대·소변 처리 등 보여주기 부끄러운 부분을 1명이 아닌 3명씩이나 되는 활동도우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니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활동보조인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더 낮은 임금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활동지원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사업기관이 뽑은 활동보조인 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로 급여인상이 37.7%로 가장 많았다. 활동보조 전문성 악화 원인으로는 열악한 처우에 기인한 높은 이직률로 인해 경력자 부족이라는 응답이 64.1%나 됐다.
 
전북의 한 장애인자활센터 관계자는 “낮은 급여 때문에 지금도 1년 이상 이 일을 하는 사람이 5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며 “교육을 이수해도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게 아니라 장애인과 연결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4시간 마다 30분 무급 휴식…“장애인 방치 사실상 불가”
 
일선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제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점으로 휴게시간 보장을 꼽았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는 활동보조인들도 제조업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4시간마다 30분씩 휴식을 취하도록 했지만 현실 여건 상 지켜지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혹시나 모를 사고 발생 우려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근육장애로 호흡기 이용이 필수적이거나 용변조차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장애인들도 여럿 존재한다.
 
휴게시간은 근로 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해 급여 또한 받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활동보조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일을 해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서는 추가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마저도 활동보조인이 적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현장에서는 이달부터 4시간 근로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게시간에 대해서서 불만을 표했다. 장애인활동보조인들은 장애인들에게 벌어질 사고를 우려해 이들을 눈 밖에 둘 수 없는 실정이지만 법은 휴식을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휴게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아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사진은 고용노동부 ⓒ스카이데일리
 
관련업계에서는 휴게시간을 보장하려면 현재 6만3000여명의 인력을 최소 15만명까지 늘려야 된다고 내다봤다. 결국 추가 인력이 수급되지 않을 경우 활동보조인들의 선택지는 두 개로 나뉜다. 불법으로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거짓으로 휴식을 취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 등이다.
 
서대문햇살아래장애인자립센터 오문영(62·남) 소장은 “내가 아는 한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집 밖을 나와 쉬고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며 “이 일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돈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들과 정이 들고 진정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하는데 정부에서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30분의 휴게시간은 아마 활동보조인들의 식사시간을 보장하려는 정부의 의도 같은데 이는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며 “식사도 힘든 장애인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활동보조인들은 같이 밥을 먹으면서 장애인들을 도와준다”고 말했다.
 
김영이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회장은 “복지부가 현장으로 배포한 휴게시간 세부지원방안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를 완전히 역행하고 있다”며 “실제 노동시간이 늘어나거나 임금이 줄어드는 결과 외에 실제 휴게시간 보장 효과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남승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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