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01년부터 17년간 합계출산율이 1.3미만인 초저출산국가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무엇 보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열악한 보육환경 때문이라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노력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개선에 나섰다. 그동안 임금체불, 무급노동 등에 시달려 온 보육교사들의 휴식 시간을 보장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을 두고 정작 정책 수혜자인 보육교사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수의 보육 교사들은 단순 휴게 시간 보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보다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어린이집 보육교사 휴게 시간 의무화 대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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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복지개선책을 두고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육아정책을 담당하는 내달 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됨에 따라 보육교사 휴게시간을 의무화한 내용이 논란의 단초가 됐다.
그동안 휴게시간 특례업종(노사 협의한 경우 휴게시간 변경 운영 가능)으로 지정됐던 어린이집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육교사는 4시간을 근무 시 30분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교사들 “쉴 수 없는데 쉬라니”…학부모들 “교사 1명 당 아이 40명 웬 말”
하지만 당장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은 물론 해당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는 교사들조차 반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모들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정책이 업무 특성과 현실 여건을 고려치 않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 어린이집을 찾아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살폈다. 서울 강서구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지연(여·30·가명) 씨는 “쉴 곳도 없고 일이 산더미라 쉴 수도 없을뿐더러 보조교사가 오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결국 다 (담임)교사책임이다”며 “탁상행정에 너무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보조교사 필요 없으니 아동대 교사 비율을 줄여줬음 좋겠다”며 “차라리 교대로 한 시간 조기퇴근, 늦게 출근 등이 낫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보지 못한 사람이 대책을 세우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이 나온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관악구 한 어린이집에서 만난 학부모 김정연(여·39·가명) 씨는 “공문을 봤으나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의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 든다”며 “아이들 낮잠 시간에 교사가 제대로 쉴 수나 있겠냐”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나도 직장을 다녀봐서 아는데 절대 쉬는 시간이 지켜질 리가 없다”며 “결국 그 시간에도 일을 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질게 뻔하다”고 말했다.
일부 학무모 단체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학부모 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어제(2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보육교사 휴게시간 지침강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는 “보육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돼야 양질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보조교사 충원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고 휴게시간을 보장할 시 4세 이상 반은 교사 1명이 40명의 아동을 돌봐야하는데 이는 아동 방치를 조장하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 개정안 따르면 영유아의 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특정시간(낮잠시간 등)동안 교사들은 교대근무를 통해 휴게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교사 1명이 2개 반을 담당할 수 있도록 특정시간동안 교사 대 아동비율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등의 방식이다. 4세 이상 아동 1인당 보육교사는 최대 20명을 돌봐야했던 일반기준이 이번 개정으로 40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실제로 낮잠시간 동안 모든 아이들이 잠들지 않고 그 시간에는 보통 일지작성 등의 서류업무를 하게 된다는 게 현직 보육교사들의 반응이다. 어린이집 원장들도 난감한건 마찬가지다. 휴게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근로기준법을 어기게 될 처지이기 때문이다. 일과 중에 1시간의 휴게시간을 주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를 강요하는 사업주로 전락한다.
아이들의 일과 시간 중에 교사가 없어지고 교사 대 아동비율은 현재의 두 배로 높아지지만법을 지키고 부당한 사업주가 되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받아야 하는 돌봄의 권리를 빼앗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어린이집 원장들과 보육교사들 모두 휴게시간 없는 8시간 연속근로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선의’가 ‘악의’가 된 아이러니…전문가들 “현장·학계의견 반영 안 된 미봉책”
보건복지부의 전국 6000명의 보조교사 인력 충원 발표를 두고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원되는 보조교사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실성이 없는 정책 개선을 위해 최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냈다.
이곳 관계자는 “교사 인원수는 29만명이 넘어가는데 보조교사 6000명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며 “계속해서 교사가 바뀌면 교사들과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으며 원에서도 보조교사의 성향이나 인격을 일일이 파악하며 채용하는 것 역시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린이집이 12시간 운영되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예외법령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 보조교사가 아닌 종일제교사를 배치에 담임교사의 업무부담도 덜고 아이들에게도 보다 양질의 보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하는 엄마들’ 역시 복지부의 탁상행정이고 지적했다. 4세 아이를 둔 장하나 활동가는 “보육의 질은 CCTV를 달려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좋아질 수 있다”며 “한정된 예산 안에서 행정편의적인 대책을 내놓으니 이런 발상이 나오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이번 정부의 대책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유구종 강릉원주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선의로 정책을 시행했는데 오히려 부작용을 야기하게 된 것은 사전조사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며 “현장의 목소리와 유아교육학계 등의 전문가들의 의견, 재원확보 등 이 세 가지 모두 반영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국회에서 급하게 정해진 예산에 따라 정책이 시행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원래는 1000억원이 필요한 일인데 200억 내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내놓은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고 부연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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