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대학역량진단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경쟁력 하위그룹에 속한 대학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쟁력 하위그룹에 속할 경우 그간 정부로부터 받았던 신·편입생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대출 등의 재정적 지원을 받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력 평가 결과 중간그룹인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된 대학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로부터 조건부 지원을 받게되는 만큼 평가 결과를 수용하고 혁신방안을 마련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일부 대학에서는 결과 자체에 반발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293개 대학 중 역량강화대학 63곳…정원감축 및 재정지원 일부 제한 ‘패널티’
교육부 및 한국교육개발원 등에 따르면 이번에 실시된 ‘2018 대학역량진단평가’는 일반대학 187곳(산업대 2곳 포함)과 전문대학 136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대학별 경쟁력과 부정·비리 제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등 3그룹으로 분류했다.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못하고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될 경우 정원감축이 권고되고, 재정지원이 일부 또는 전면 제한된다. 평가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교육부가 이를 번복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종결과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이번에 실시된 대학역량진단평가는 지난 6월 발표된 1단계 진단 결과에서 2단계 진단대상으로 분류된 86개 일반·전문대학을 재평가해 나온 결과다. 지난 4월부터 실시된 1단계 진단에서는 전체 323개 대학 중 30개 대학을 제외한 293개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교육여건 및 대학운영 건전성, 교육과정 운영 및 성과 등 기본요소를 정량·정성평가해 실시한 결과 △자율개선대학은 일반대학 120교, 전문대학 87교 등 총 207교 △역량강화대학은 일반대학 30교, 전문대학 36교 등 총 66교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일반대학 10교, 전문대학 10교 등 총 20교 등이다.
1차 진단에서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됐던 수원대, 평택대, 목원대, 경인여대 등 4개 대학은 역량강화대학으로 변경됐고, 2단계 진단 대상 대학 중 1·2단계 점수가 가장 높았던 배재대, 우송대, 영산대, 한양여대가 자율개선대학으로 상향됐다.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되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인력을 감축할 필요도 없다. 반면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된 곳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정원감축이 권고되고 재정지원이 일부 혹은 전면 제한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권고한 정원 감축량은 약 1만 명 수준이다. 대학 캠퍼스별 정원 비중에 따라 감축 권고 수준은 달라진다. 교육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선에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정원 비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고심 깊어진 역량강화대학…조건부 재정지원안 두고 반응 제각각
특히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이 사실상 끊기게 되는 재정지원제한대학 그룹과 달리 정부로부터 조건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역량강화대학 그룹에 속한 대학들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된 덕성여대, 건양대, 목원대, 조선대 등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평가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장과 보직교수단이 사퇴하는 등 차후 대응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덕성여대는 이원복 총장이 사퇴하면서 대행체제로 운영 중이고, 건양대는 정연주 총장이 사퇴하고 그 자리에 이원묵 총장이 취임했다. 목원대 역시 박노권 총장과 학교법인 감리교학원 박영태 이사장이 동반 사퇴했다. 조선대도 보직교수들이 일괄적으로 사의 표명했다.
이와 함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먼저 조선대는 강동완 총장이 언급한 5대 원칙과 3대 혁신방안을 수립해 곧 발표할 계획이다. 양효술 조선대 홍보실장은 “총장 명의의 사과문이 나온 만큼 구체적인 개혁, 혁신 방안을 곧 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지전문대는 이번 평가결과를 수용하고 차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김경원 명지전문대 기획평가팀장은 “여러 차례 회의에서 1, 2차 진단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차기 진단에서 철저하게 준비하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1차 진단 이후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만큼, 다음 평가에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건양대 역시 이번 평가결과를 토대로 내실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백만석 건양대 홍보팀장은 “당장은 힘들지만 현실을 받아들여 뼈를 깎는 혁신과 변혁을 통해 내실있는 대학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평가결과에 반발하며 이의제기를 신청한 대학도 있었다. 덕성여대, 한국해양대, 순천대 등이 대표적이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지난 24일 이의신청 절차를 안내받았으며, 이를 토대로 이의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며 “3차 진단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TF와 위원회도 구성해 원인 분석과 대대적 대학 개혁도 추진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국해양대 역시 고심 끝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은정 홍보실장은 “대학역량진단과 관련해 이의신청을 하기로 했다”며 “10%의 정원감축 이외에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재정지원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데 입학예정자들에게 잘못 알려질까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순천대도 2단계 진단에 대한 이의신청 계획을 밝혔다. 앞서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 당시 선제적으로 정원을 10% 감축했던 순천대는 역량평가와 상관없이 정원감축을 이미 이행했음을 강조했다.
김행훈 기획부처장은 “정원 감축의 어려움을 이미 겪었던 만큼 선제적으로 그 사실을 언급했다”며 “구조조정이나 고강도 혁신 역시 차질 없이 수행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대학역량진단평가 결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학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평가와 지역별로 다른 평가 잣대를 적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강원권 모 대학 기획처장은 “천편일률적으로 모범답안을 내도록 했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는 세계적 대학과 경쟁하기 어렵다”며 “역량강화대학에 선정된 곳을 마치 나쁜 대학처럼 취급하는데,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은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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