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의약품 전문 유통사 우정약품이 갑(甲)질 논란에 휩싸였다. 우정약품은 법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소재 한 빌딩에 입주한 세입자와 5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해당 빌딩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한 세입자는 건물주 측이 의도적으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우정약품 측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을 때만 거절의사를 밝혔다는 입장이다.
2세 경영 순항 부산 강소기업…5년째 이어지는 세입자와의 갈등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우정약품(구·우정메디칼)은 창업주 고 최민일 회장이 1991년 세운 우정메디칼이 모태다. 2005년 우정메디칼이 모기업인 우정약품을 흡수합병하면서 지금의 우정약품으로 상호가 바뀌었다.
고 최민일 회장 사망 후 형제인 고 최종식 회장이 기업 경영을 이어 받았다. 현재는 고 최종식 회장의 장남 최정규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정약품 최대주주는 최정규 대표이사로 지분의 80%를 소유하고 있다. 친인척인 최칠규 씨도 우정약품 주식 12.45%를 보유하고 있다.
우정약품은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2000여곳의 거래선을 보유한 중견 의약품 유통업체다. 지난해 2161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약국용 화장품, 신약 제작 및 유통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법인 소유 건물을 통해 임대업도 영위 중이다.
우정약품은 최근 부업이나 다름없는 임대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우정약품 소유 빌딩에 입주한 세입자와의 갈등이 갑질 논란의 발단이 됐다. 우정약품 본사가 입주한 해당 빌딩 1층에는 미용실·사진관·세탁전문점·핸드폰판매점·커피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상점들이 입점 해 있는 상태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해당 빌딩에 입주한 한 세입자가 건물주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을 쓴 세입자는 건물주 측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세입자를 거부하고 있다며 건물주의 갑질로 인한 금전적·심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젠 제발 나가고 싶다” 세입자의 눈물…회사 측 “법적으로 문제없다”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해당 글을 쓴 세입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당 세입자에 따르면 그는 2008년 우정약품 소유 빌딩에 입주해 옷장사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갈등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루는 건물주인 우정약품 측에서 가게를 빼라는 통보를 해왔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되던 시기라 본인의 사정을 잘 설명한 뒤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고 매년 계약 조건을 갱신하는 형태로 재계약을 하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합의를 보긴 했지만 한 번 나가라는 통보를 받은 기억도 있고 또 언제 비슷한 일이 발생할지 몰라 불안해하던 세입자는 권리금을 회수할 목적으로 직접 새로운 세입자를 구한 후 가게를 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건물주인 우정약품 측에서 계속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거나 아예 거부 의사를 밝혀 가게는 쉽게 빠지지 않았다. 2015년 핸드폰 가게, 커피테이크아웃 프랜차이즈 등의 새로운 세입자의 문의가 있었으나 결국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우정약품의 거부 이유는 다양했다. 동종업종이 같은 건물에 있다거나 음식점의 경우 위생 및 화기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 등을 들었다. 해당 세입자는 우정약품이 겉으로는 그럴싸하지만 사실상 이행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세입자는 “현재 내가 내고 있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60만원 수준에서 새로운 세입자를 찾았는데 새로 들어오려던 커피체인점 같은 경우에 계약 하루 전날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70만원으로 올려줘야 계약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며 “건물주 측이 사업계획서 등의 불필요한 서류를 요구하는 것까지도 들어줬는데 계약 하루 전날 기존보다 3배 가까이 월세를 올려 달라하니 결국 새로운 세입자가 ‘이런 데는 처음 봤다’며 엄청나게 화를 내며 계약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종업종이라 거부 했었다는 이유도 말이 안 되는 것이 현재 운영 중인 가게와 같은 업종인 옷가게가 들어오려 했을 때도 건물주 측이 이유를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은 채 거부해서 부동산 업자들이 그냥 돌아갔다”며 “건물주 측이 회사 대외비라며 보증금과 월세조차 알려주지 않아 부동산에 내놓을 때도 ‘현재 세는 이렇지만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른다’는 식으로 가게를 내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계약 후 5년이 넘을 경우 권리금의 회수기회를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 세입자 측은 건물주 측이 해당 법의 허점을 노리고 5년 이상 계약한 오래된 가게들이 나갈 때 마다 생떼에 가까운 갑질을 일삼는다고 주장했다. 만약 새로운 세입자가 권리금을 내지 않게 되면 건물주는 월세를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세입자가 받아야 할 권리금이 월세 형태로 건물주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해당 세입자는 “새로운 세입자에게 가게를 넘기려고 할 때마다 점포정리를 하다 보니 단골손님들에게 신뢰도 잃어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지금은 적금을 깨서 월세를 내고 있다”며 “이렇게 까지 새로운 세입자를 거부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내가 지쳐 나가떨어질 대까지 기다린 다음에 건물주가 직접 세를 놓고 새로운 세입자에게 권리금만큼의 이득을 월세로 더 받기 위해 이러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 “너무 힘들어서 그냥 손해를 보고 나갈까 했지만 이제는 하는 짓이 괘씸해서 못 나가겠다”며 “우정약품은 법적인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무팀이 존재하지만 상가임대차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소상공인으로서는 직접 법률자문을 구하러 발품을 팔면서 소송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세입자의 주장에 우정약품 측은 정당한 건물주의 권리를 주장했을 뿐 의도적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우정약품 관계자는 “본사건물이다 보니 외부 손님들도 많이 오가고 아무 가게나 입점 시킬 수 없다보니 꼼꼼히 따져서 세입자를 받고 있다”며 “(커피전문점 월세를 올린 것은)과거 선대 회장님의 경우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를 내준 것이고 현재는 합리적인 수준의 시세를 요구한 것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권리금은 세입자들 간의 문제기 때문에 전혀 우리와는 상관이 없으며 현재 피해를 주장하는 세입자가 권리금을 주변시세보다 많이 받으려하기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 찾기가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우정약품 측은 수년 전 2층을 창고로 사용하기 위해서 독서실을 내보내는 과정에서도 갈등을 빚은 것으로 파악됐다. 독서실을 운영했던 세입자는 “인테리어 비용만 3억원이상 들였던 곳이기 때문에 소송까지 진행했었으나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니 권리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그냥 나갈 수밖에 없어 거의 5억원 가량 손해를 봤다”며 “해당 빌딩은 문제가 많은 곳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우정약품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끝나서 나가달라 요청한 것으로 당시 회사가 물류창고로 쓸 만한 공간이 필요했었다”며 “옷가게 같은 경우엔 우리가 그 작은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 일부러 세입자를 거부하는 건 말이 안 되고 옷가게 측에서도 정식적으로 퇴거를 하겠다는 문서상의 요청이 그동안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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