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 친노동 정책에 적극 발맞춰 온 LG전자가 ‘반노동’ 경영 행태로 내부 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시범 운영까지 펼치며 ‘주 52시간 근무제’에 적극 참여했던 LG전자가 실제로는 연장 근무를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의 중심에는 바로 최근 도입 된 ‘출퇴근 입력시간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주 52시간은커녕, 잠잘 시간조차 없다”…신제품 출시 앞둔 직원들 여전히 고된업무
하반기 LG전자 전략스마트폰 V40 출시를 앞두고 연구원들이 과도한 업무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LG전자 직원 등에 따르면 현재 연구·개발 직원들은 회의실이나 휴게실 의자를 붙여 쪽잠을 자며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 초 ‘스마트원’이란 제도가 사라졌지만 ‘출장자 사무실’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이전과 비슷한 형태로 개발시스템을 돌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스마트원’은 평택 LG디지털파크 내 복합동 러닝센터에서 LG전자 MC(모바일)사업부 연구·개발 직원들이 수개월 간 합숙을 하면서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3월 스카이데일리가 스마트원 실태에 대한 취재·보도한 후 LG전자 측은 스마트원 내에서 취침하는 인력을 비우도록 한 바 있다. LG전자의 발 빠른 조치도 보도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직원들의 밤샘근무가 시작된 사실이 최근에서야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LG전자 연구원은 “개발 초기에는 주 46~52시간, 개발 중반에는 60시간 넘게 일하는 것이 기본이다”며 “개발 막판에는 더 심하다고”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52시간을 넘지 말라고 지시를 하지만 인원은 줄어드는데 일이 줄지를 않으니 당연히 업무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포괄임금제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 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업무량은 그대론데 방 열쇠를 파트장급한테만 주다보니 오히려 복도나 의자에서 쪽잠을 자는 처지가 돼 오히려 전 보다 더 힘들어졌다”며 “PL(파트리더)들은 언론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서야 ‘출장자 사무실’을 이용하게끔 한다”고 귀띔했다.
LG전자, 직원 업무시간 12시간 이상 입력되지 않도록 시스템 변경 ‘꼼수’
지난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 중이다. 정부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정노동시간을 단축을 추진 중이다. 먼저 300인 이상의 대규모 기업부터 적용됐다.
LG전자는 정부 정책에 적극 발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시범운영까지 시행하며 ‘주 52시간 제도’를 환영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런데 최근 LG전자가 겉으로는 ‘주 52시간 근무’를 적극 시행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직원들을 연장근무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주 52시간 제도’ 운영의 근거만 남겼을 뿐 실상은 연장근무의 일상이라는 게 내부 직원들의 전언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출·퇴근 입력시스템을 변경했다. 하루 근무시간을 일정 시간 이상으로 입력할 수 없게끔 변경해놨다는 설명이다.
LG전자 내부 직원들에 따르면 기존에는 연장근무 시 하루에 12시간을 넘어도 입력이 가능했지만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시간 입력이 불가능하도록 변경됐다. 이를 두고 내부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회피 논란을 피하기 위란 ‘꼼수’라는 시각이 일고 있다.
이와 비슷한 지적이 다른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LG디스플레이 직원은 “HR 부서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며 “12시간 이상 입력이 되지 않도록 변경됐지만 ID카드 내역을 보면 실제 근무시간이 다 나올 텐데 회사에서 왜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미 LG그룹 전체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측에서 주52시간 근무 정착을 위한 노력이 아닌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 LG전자 직원은 “8시 30분에 출근하지만 근무시간을 맞추기 위해 입력은 10시 30분으로 하고 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후 출퇴근 시스템이 엉망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겉으로는 친노동을 표방하면서도 뒤로는 지속적으로 노동착취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를 적용해 법정 근무시간을 준수하고 있고 근무시간 초과를 위한 강요 및 각서는 없다”며 “1일 근무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1일 12시간 초과 근무에 대해 시스템상 입력을 차단하고 있는 것일 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만약 업무상 불가피한 사정 또는 긴급한 사정으로 1일 1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사내 게시판과 조직별 근태담당자를 통해 해당일 근무시간을 추후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은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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