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재원을 지낸 부친 탓에 유년기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김범석 쿠팡 대표는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모두를 미국에서 나왔다. 하버드 대학 재학 중인 1998년 ‘커런트’란 잡지를 창간한 그는 3년 간 이를 성장시켜 2001년 뉴스위크에 매각하기도 했다. 2002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입사해 근무했던 그는 이후에도 두 차례 회사를 설립해 성장시킨 뒤 매각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쿠팡을 창업했다. 앞서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쿠팡은 설립 후 줄곧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특히 ‘로켓배송’이란 독특한 쿠팡만의 콘텐츠가 성장의 근간이 됐다. 하지만 매출은 높아지지만 수익성면에서 다소 한계점을 드러내 온 쿠팡은 최근 각종 논란과 직원들의 이탈·반발 등을 사 내홍이 심화됐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쿠팡 내홍의 중심에 로켓배송이 자리했다고 평가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쿠팡을 둘러싼 내홍과 적자행진의 배경 등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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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쿠팡맨 새벽근무 강요…정부 비위맞추기, 배송물량 해소 ‘두 마리 토끼’
관련업계 및 쿠팡 내부직원 등에 따르면 최근 쿠팡 성장의 원동력으로 평가돼 온 빠른 배송시스템 ‘로켓배송’을 책임지는 이른바 ‘쿠팡맨’들은 일부 캠프를 중심으로 2교대 근무가 실시 중이다. ‘캠프’란 쿠팡의 배송을 관할하는 일종의 지사개념이다. 2교대는 오전(새벽) 2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12시 30분까지 근무하는 ‘1WAVE’와 정오부터 오후 11시까지 근무하는 ‘2WAVE’로 나뉜다.
직원들은 2교대 시행 배경을 두고 주 52시간을 맞추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했다. 그동안 주당 60시간 안팎의 근무를 해야 로켓배송 물량 소화가 가능했는데 관련법 개정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면 배송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쿠팡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로켓배송’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기존 낮 시간대에 이뤄지던 배송을 24시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2교대 하에서는 직원 1인당 하루 10시간을 근무하게 돼 주당 50시간 근무를 하게 된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묻지 않은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친노동 정책 이행’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직원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벽시간대 근무를 마주하게 된 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표면적으론 업무시간이 줄긴 하나 체감적으로 느끼는 업무 강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야가 어두워 낮 시간대 만큼 업무 효율이 나오지 않아 하루 배송 물량을 맞추려면 자발적인 추가근무 또한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쿠팡맨 A씨는 “업무일과를 마친 뒤 캠프 관리자가 직원들을 소집하더니 일방적으로 2교대 전환을 언급하더라”며 “근무시간대 교대는 3개월여에 한 번씩 이뤄진다고 하던데 100일 가까이 새벽에만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의 의견수렴은 철저히 무시됐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지방캠프에서 근무하는 쿠팡맨 B씨는 “서초캠프를 시작으로 수도권 일부 캠프에선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전국적으로 설명회가 속속 이뤄지고 있는데 이달 마지막 월요일인 30일부터 본격적으로 확대 실시돼 8월 초까지 전국에서 2교대 근무가 이뤄진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이 같은 취업규칙 변경을 위해선 절반 이상의 쿠팡맨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졸지에 정상적인 생활 사이클을 지킬 수 없게 된 탓에 직원들 대부분이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지만 쿠팡맨 대부분이 계약직이라 섣불리 반대 의사를 내비치기 어렵다”고 내부 상황과 사정 등을 설명했다.
다른 쿠팡맨 C씨는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고 자신이 들은 이번 2교대 실시배경을 밝혔다. 그는 “보통 쿠팡맨들은 오전 9시에 전에 출근해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를 해 왔다”면서 “2교대 근무가 1일 10시간으로 책정된 것은 주당 52시간 근무를 넘기지 않으려는 회사 측의 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벽시간대 근무가 의미하는 게 무엇이겠느냐”고 되물으며 “결국 자신이 일하는 새벽시간 모든 배송을 마치라는 이야기인데 낮 시간 때보다 임금은 더 챙겨주겠지만 모두가 잠든 시간에 발소리 내는 것 마저 조심스러워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매일 새벽에 일하면 가족들은 어떻게 돌보라는 말이냐”며 “김범석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켓배송에 목맨 쿠팡…“자본잠식·직원이탈 등 김범석의 과욕이 부른 참사” 분분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쿠팡을 둘러싼 이런저런 잡음의 근본적인 원인을 ‘로켓배송’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로켓배송 이행을 위한 대규모 투자→실적악화→소극적 채용→기존 쿠팡맨의 업무강도 상승 등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났다는 해석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은 원활한 로켓배송을 위해 물건을 직매입하는 방식을 취했다. 동시에 물류센터 고도화에 자금을 쏟아 부었다. 대규모 투자로 인해 덩치(매출)는 커졌지만 내실(순이익)은 빈약한 상황이 빚어졌다.
쿠팡은 2013년 47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래 해를 거듭할수록 급성장을 이뤄왔다. 이듬해 348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2015년에는 1조133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년여 만에 1조클럽에 가입했다. 2016년 1조9159억원 지난해에는 2조684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처음으로 2조원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매출이 상승할수록 적자폭 또한 커졌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1억원, 1215억원, 5470억원, 5662억원, 6735억원 등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3억원, 1194억원, 5261억원, 5617억원, 6735억원 등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특히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의 경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쿠팡 내부직원들에 따르면 사측은 그동안 적자 해소를 위해 비용감축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쿠팡맨을 비롯한 전체 직원들의 업무강도가 높아졌다. 그 과정에서도 임원들에 대한 처우는 후한 편이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 때문에 직원들의 이탈이 잦았다. 특히 이탈 직원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헤드헌터 업체 등을 통한 수시채용이 반복되면서 내부기강도 상당히 해이해졌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로켓배송’이라는 쿠팡만의 독보적 콘텐츠가 고객들에 큰 사랑을 받은 덕분에 기업 인지도가 올라가고 매출 규모도 대폭 개선됐지만 쿠팡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과욕을 부렸다”며 “결국 적자폭을 확대시켜 급기야 자본잠식 상황에 놓이게 됐고 나아가 조직의 균열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출범초기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등의 투자를 이끌어냈던 김범석 대표의 해법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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