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이후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대부분이 지방직인 소방공무원의 특성상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인적·장비 구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소방공무원과 시민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을 해결하고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하며 국가직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98.7% 지방직…지역마다 다른 환경에 국가직 전환 필요성 대두
각종 사고와 재난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구조·구급활동을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은 군·경찰과 달리 대부분 지방직 공무원으로 각 광역단체에 소속돼 있다. 현재 전체 소방공무원 수는 지난해 지난 7월 기준으로 5만 170명이다. 이중 지방직은 4만 9539명으로 전체의 98.7%에 달한다.
소방공무원들의 소속이 다르다 보니 근무환경 역시 천차만별이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인력과 소방장비에 차이가 나면서 격무에 시달리거나 충분한 장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일부 지역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용 장갑을 자비로 구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등 열악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그동안 소방공무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직 전환이 거론돼 왔다. 국가직으로 전환될 경우 전체 인원에 대한 인사업무 관리를 통해 지역 및 환경 특성에 맞는 인력 구축·배치가 가능해지며 소방헬기 등 고가·핵심장비와 시설의 관리·활용도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훈련·교육체제의 합리적 운용으로 관련 기술과 지식의 공유와 전파가 수월해지는 것은 물론 대형재난 발생 시 현장지휘체계가 확립되고 명령체계가 작동되면서 단일지휘계통에 따른 현장지휘관 직무수행의 효율성까지 보장된다.
물론 일부 한계점도 있다. 소방서비스가 표준화·획일화돼 재난대응체계 측면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재난관리체계 구축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게다가 대형재난 이외의 주민의 생활안전 서비스 등 지역주민 밀착 활동에 대한 관심이나 대응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장·단점을 고려해 신분은 국가직으로 전환하되 시·도지사의 인사·지휘권은 유지하는 방안으로 국가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률 등 총 4가지 법률 개정안이 정족수 미달로 의결되지 못하면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좌절됐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문제는 강원도 산불의 성공적 수습으로 다시 공론화됐다. 전국의 소방인력들이 화재 지역에 투입돼 화재 진압 및 피해 수습에 기여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소방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9일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협조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뿐만 아니라 인력과 장비 등에 대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어 올해 7월부터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요청 드린다”고 당부했다.
“생명 지키는 영웅에 대한 예우” 시민들 지지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이견 차
시민들 역시 이번 산불 대응 이후 소방공무원들의 여건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국가직 전환에 지지를 보냈다. 대학생 정지민(21) 씨는 “산불 진압을 돕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소방관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처우 개선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도 소방관들의 어려움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 강인섭(54) 씨는 “처우 개선은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영웅들에 대한 기본적 예우인데 이런 문제를 두고 정치권에서 왈가왈부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산불 수습을 계기로 여론이 모아진 만큼 조속한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5일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역시 9일 오후 10시 기준 23만명을 돌파하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현직에 종사 중인 소방공무원들도 국가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흥복 성남소방서 예방대책팀장은 “수도권처럼 재정이 좋은 곳은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지만 지방은 지자체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중앙에 소방청이 있어도 명령 일원화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국가직 전환을 통해 이러한 애로사항을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초반엔 복지나 처우 혜택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소방공무원들이 복지도 나아진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며 “국민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이번에는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직 전환이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논의가 오갔지만 여야는 절차상의 문제를 두고 의견 차를 보였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부 부처 간의 의견조율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국가직 전환에 앞서 관계당국과 지자체 및 정부 간 협의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행안위 간사는 “지금까지 소방관의 국가직화 문제를 놓고 행안부와 소방청,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 등의 의견 조율이 굉장히 미흡했다”며 “국가직으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와 정부 간 업무 영역·역할 등도 아직까지 제대로 규명이 안 됐기 때문에 전체적인 틀에 대한 공감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번 법안심사소위에서 토론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절차만 거치면 된다”며 “행안위원장은 각 당 간사에게 4월 중 소방 국가직화를 포함한 소방기본법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다짐을 받아달라”고 촉구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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