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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구로차량기지 광명시 이전
국토부의 탁상행정…“마을·정수장 한복판 차량기지라니”
구로구 개발 명분 앞세워 광명시 이전 강행…“정치권 입김 의심”
문용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6-05 12:34:10
풀뿌리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국민 개개인의 의견 역시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국민 개개인의 의견을 묵과하거나 무시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자체 주도의 개발 사업 과정에서 이러한 일들이 많다. 최근 서울 구로구, 금천구와 맞닿아 있는 경기도 광명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로 차량기지 이전’ 논란도 그 중 하나다. 광명시민들은 중앙 정부 예하 기관들이 추진하는 사업의 목적이 타당하지 않은데다 지역민의 목소리 조차 반영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광명 시민들은 “여의도 보다 불과 몇 배 큰 광명시에 자원순환시설(쓰레기 소각장), 차량기지 2개 등이 이미 있다”고 토로한다. 이는 단순히 사업 반대라기 보단 사업 추진 절차를 문제 삼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카이데일리가 구로 차량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각종 잡음과 이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 최근 집 앞의 산천초목이 절단돼 철도 기지창으로 변하게 된 광명시 밤일지구 전원 마을을 주민들은 중앙정부에서 불도저처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구로 차량기지 이전 부지 일원에 붙어있는 현수막 ⓒ스카이데일리
 
최근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개발 사업을 두고 반발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로 차량기지 이전을 두고 이전 예정지인 광명시 시민들은 지역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1세기에 나올 수 없는 행정 처리라는 수위 높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구로구에 위치했던 차량기지의 광명시 이전을 두고 현 정부·여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특히 지자체인 광명시가 공식적으로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다음절차를 진행하며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점은 의혹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마을 안까지 들어오는 차량기지…“현장 모른 채 그려진 설계도…명백한 탁상행정”
 
1974년 수도권 전철 개통 이후 40년 넘게 한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구로 차량기지는 면적이 축구장 35개 크기인 약 25만㎡(7만5625평)에 달한다. 최근 서울시는 이런 구로 차량기지 부지 중 15만2667㎡(약 4만6181평)를 ‘그림스마트 밸리’로 개발하는 도시관리계획안을 마련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해당 부지 일대는 최고 175m, 50층 높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게 될 계획이다.
 
서울시가 차량기지 이전과 기존 부지의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연스레 이전 지역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해당 차량기지 이전 예정지로 지목된 곳은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다. 이곳은 몇 해 전부터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연관 기관인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 천홍식 사무관에 따르면 예비타당성 조사 후 경제성을 뜻하는 B/C 값은 1.0을 기록했고 사업은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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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기지 이전과 관련된 자료에 따르면 사업목적은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위한 대체기지 건설 △철도교통 서비스 제공으로 주민 편의 증진 △전국 차량기지 현황분석 및 효율적 재분배 계획 수립 등이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순탄하게 진행되던 사업은 커다란 장벽에 부딪혀 난항 위기에 처했다. 이전 예정지인 광명시민들의 반발이 그것이다. 광명시민들은 차량기지 이전 자체 이슈 보다는 절차상의 오류를 문제 삼았다. 시민들은 사업 목적 자체에 공익성이 적고 어떻게 통과됐는지 의문이라는 말과 함께 중앙정부 관계자들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면서 단 한 차례도 해당 사안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 만난 박철희 구로차량기지이전 광명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차량기지 이전의 목적이 구로구민의 민원해결 때문이라는 소리를 듣고 강력하게 항의해 왔다”며 “가장 큰 문제는 차량기지가 이전하는 곳 바로 앞에 마을이 있고 이곳의 일부가 잘려나가는데도 주민들의 동의 없이 개발계획을 통과시켜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지금까지지 국토교통부는 관할 지자체와 제대로 된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강행해 왔다”며 “구로 차량기지가 과부화에 걸렸거나 포화 상태라면 이전을 고려해야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구로구 숙원사업, 민원해결 등의 목적으로 이곳에 온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이 진행될 경우 32만명이 넘는 광명시민이 이용하는 도덕산이 절단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온사동 일대에서 만난 평효숙(여·50대) 씨는 “차량기지가 이전할 부지 바로 인근에 노온정수장이 있다”며 “이곳은 광명시는 물론 부천, 시흥 등으로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곳으로 혹시 모를 오염원이 날아오거나 스며들 것을 대비해 일대 개발을 피하고 자연 속에 둬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설계도를 그린 사람들이 직접 ‘그리고 나서 펼쳐보니 마을 안에 들어와 있더라’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며 “명백한 탁상공론이다”고 주장했다.
 
‘노온정수장’은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2-1번지 일원에 위치하며 부지면적은 30만4245㎡(약 9만2034평)에 달한다. 광명시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정수장의 급수지역은 광명시 전체, 부천시 소사 본동, 괴안동, 엽공동, 번박동, 송내동, 상곡본동, 시흥시 신천동, 대야동, 은행동, 신현동, 하중동, 하상동, 내화동, 과림동, 은계택지개발지역 등이다.
 
광명시민 “구로 차량기지 이전 결사 반대” vs 국토부 “어떻게 될 지 몰라”
 
▲ 구로 차량기지 이전 예정지인 광명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주민들은 차량기지 이전을 원천 무효화 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차량기지 이전 예정지 인근에 자리한 노온정수장(위)과 공청회에 모인 광명 시민들 ⓒ스카이데일리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광명시민회관에서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지난 3월에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다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행사장 입구차단 등으로 취소된 바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공청회 현장을 찾았다. 공청회장은 그야말로 성토의 현장이었다. 광명시민들은 소음 등으로 이전을 계획했다면 돈을 더 써서라도 이전 부지에는 지하로 설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차량기지가 이전하면서 함께 조성될 3개의 역이 배차 간격이 길고 경전철 형식이기 때문에 교통망 확충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며 타 지역의 개발로 인한 희생을 반대한다고 성토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구로 차량기지 이전 공청회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 서울디지털대학교 김준환 교수는 “사업 목적 보고서를 보면 소음 분진 등 구로구에서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고 돼 있는데 그 혐오시설을 같은 사람이 사는 광명시로 옮긴 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음을 없앨 것 이였으면 주민들 말처럼 차량기지를 지하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됐어야 했다”며 “또한 이전을 한다고 해도 구로역에 열차는 계속 다니게 돼 차량기지 옮긴다고 소음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국토교통부 등 이해관계자들이 차량기지를 광명에 주면서 내 놓은 교통 정책을 살펴보면 출퇴근 시간에 배차 간격이 10분이 넘는 것으로 나오는데 사실상 누가 타겠냐”며 “이 사업은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추진할 사업이 아니다”며 “차라리 현재 기지창을 지하화 하는 게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청회 직후 앞으로의 사업 진행 방향에 대해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 천홍식 사무관은 “공청회는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며 “이런 공청회 자리는 법률 규정상으로는 없을 것이고 기본설계 때나 돼야 주민설명회가 있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주민들을 설득하고 관계기관들과 협의하는 수밖에 없다”며 “물론 관계 기관에서 진행 안하는 것으로 나올 수도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고 일축했다. 천 사무관은 “민원이 나오면 회신을 드리겠지만 이렇게 저렇게 진행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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