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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기의 시사&이슈

코로나 백신의 생산과 배분-지식경제시대의 세계질서

지식경제시대 도래…낡은 사회주의 가치관 탈피 필요

교육 대개혁·선진국 동맹 통해 지식생산국 거듭나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12-17 09:27:35

▲ 최재기 공화주의 칼럼니스트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집권세력
 
미국 등에서 코로나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는 전망을 보이던 올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의 배분에 대해 낡은 ‘사회주의적’ 연설을 하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잘 통하던 그 연설은 세계적으로는 아무런 반향이 없어 혼자 떠드는 외침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치료제와 관련해 ‘국제모금을 통해 국제기구가 충분한 양의 백신을 선구매해 개발도상국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현지 시각) 개최된 ‘유엔 75주년 기념 고위급회의’에서 ‘(코로나) 백신·치료제의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선일보, 2020.9.21.)
 
‘국제모금을 통해’ ‘공평한 접근권 보장’ 등의 연설 문구는 국내에서라면 ‘감동적 연설’이라거나 ‘혁신적 구상’이라는 둥 칭송이 자자했을 것이다. 일부 방송·신문들과 집권세력을 지지하는 각종 외곽단체 성원들이 이런 가치관을 숭상하고 확대·재생산해 전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아무런 반향이 없었다.
 
오히려 그 시기에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백신의 선구매에 나섰고 지금 막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내년에 생산될 물량 전부 선구매자에게만 배분될 것이라 한다. 이에 일반 구매자들은 최소한 2022년 이후에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집권세력이 이런 ‘사회주의적’ 몽상에 빠져 있는 동안 대한민국은 검증된 백신을 사실상 한 병도 선구매하지 못했다.
 
낡은 사회주의 가치관으로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은 이 와중에도 자국이 개발한 백신을 활용해 국제적 영향력 확대의 지렛대로 삼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와 시노백 백신 우선 접근 협약을 체결했다. 양국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불황을 겪자 곧장 백신 실험에 돌입했다. WP는 멕시코 외무부를 인용해 중국이 백신 구입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국가에 10억달러(약 1조1050억원)의 대출을 지원했다고도 전했다. 이 같은 경제적 지원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중국이 미국과 벌이는 ‘백신 외교 전쟁’의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조선일보, 2020.11.28.)
 
효능은 확실하지만 구매비용이나 냉동 유통망이 부족해 선진국 백신을 사용하기 어려운 동남아나 중남미 아프리카 나라들을 상대로 중국은 돈을 빌려주는 대신 자국의 백신을 구매토록 하겠다는 구상을 펼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과 비슷하다.
 
그러나 아직 중국 백신은 임상 자료나 효능이 공개 검증되지 않았고 백신 구매 대출의 조건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으로 관련국들을 부채의 늪에 빠지게 하듯이 백신 대부 사업도 마찬가지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긴급조치로 팬데믹을 저지할 수 없다
 
지난 1년 간 세계인들을 괴롭혀온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대응하여 선진 각국은 자국의 지식생산자들을 모아 공공-민간 연합팀을 구성했다. 미국은 올해 5월 15일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라 부르는 공공-민간 연합기구를 만들어 늦어도 연말까지 백신과 치료제 및 진단 기구를 개발하기로 결정했고 그 성과로 화이자나 모더나가 불과 6개월만인 11월에 사실상 백신 개발을 끝낼 수 있었다.
 
예상대로 지식경제 강국인 미국과 영국 등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영국은 이달 8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 실용과 합리를 중시하는 나라답게 검증이 덜 된 자국의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아니라 검증이 끝난 미국의 화이자 백신을 수입해 접종하고 있다. 미국은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접종하되 올해 말까지 의료진과 고위험군 인구 약 2000만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긴급조치와 ‘우리식’ 따위의 미신이 아니라 자유로운 지식생산자들 간의 협업과 과학이 승리한 것이다. <아Q정전>식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선동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번 백신 개발은 산업자본주의나 현실 사회주의, 금융자본주의 시대를 지나 세계가 본격적으로 지식경제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선포한 사건이라 하겠다.
 
지식경제시대 가치의 생산과 배분 양식
 
지식경제시대에는 경제적 가치의 근원으로 지식체계 자체와 데이터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세계 각국은 지식생산자와 지식노동자 계층을 양성하고 지식생산자들의 생산 의욕을 자극할 인센티브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국가 대개조에 몰두하고 있다. 또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의 수집과 유통 비용을 낮추고 풍부한 지식과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생산하는 새로운 기업가들이 등장하기 쉽도록 경제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식이 경제재로 평가받지 못하고 지식과 기술의 진화가 느렸던 과거 산업자본주의 시절 통하던 노동가치설은 21세기에는 그 적실성을 잃었다. 노동가치설을 가장 정교하게 구사한 마르크스의 가치론(theory of value)은 노동자가 ‘착취’당한다는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잉여가치설’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론적 선동에 불과하다.
 
주지하듯이 20세기 초 잉여가치설과 계급착취 이론을 기반으로 공산주의자들은 인민들의 시기심을 자극하여 국가기구 전복을 선동했고 기존 국가권력을 타도하고 자신들이 정치권력을 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혁명의 명분으로 ‘계급착취 철폐’를 말했지만 처음부터 계급철폐에는 관심이 없었다. 공산주의자들은 ‘계급착취 철폐’를 선동해 국가권력을 쥔 후 곧바로 자신들이 ‘착취계급’이 되어 인민들을 착취하려고 하는 자들일 뿐이다.
 
지금 세계는 급속도로 노동가치설의 허구를 직접 증명하는 지식경제 시대로 진입했다.
 
코로나 백신의 개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사는 구체적 현실은 변했다. 그러나 낡은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정치권력을 잡은 세력들이 물러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의 변화와 지배적 정치권력의 불일치로 세계 여러 나라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공산주의 정권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세계인의 질곡이 된 지 오래됐다.
 
지식경제시대의 세계 질서는 과거 산업자본주의 시대와 많이 다를 것이다. 유형의 재화 중심의 과거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노동이 상당히 중요한 가치의 원천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노동의 숙련도를 중심으로 여러 단계의 국내 및 국제 분업, 그에 따른 국제적 가치배분구조가 형성됐다. 세계적 공급망(supply chain)은 이런 수준의 생산력을 배경으로 탄생한 국제거래 질서라 할 수 있다.
 
신식민지이론이나 종속이론, 기타 ‘우리식 사회주의’ 등과 같은 각종 사회주의 이념들은 이를 근거로 탄생한 것이다.
 
그에 비해 지식경제재인 백신의 생산과 배분의 질서는 전혀 다르게 작동할 것이다. 지식생산자를 많이 보유하고 지식재산권 제도를 잘 갖춘 나라에서 먼저 백신을 생산할 것이다. 이어 생산한 나라에서 백신의 가격과 배분 방법, 지식재산권의 행사방법 등을 결정할 것이다. 지식을 직접 생산하지는 못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춘 노동력을 많이 보유한 나라에서 지식재화의 생산을 담당할 것이다.
 
지식경제시대 국제적 가치의 배분은 지식능력을 갖춘 이런 상위 몇 개국 간에 이루어지고 다른 나라들은 소비국으로서 정해진 룰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 전 호주 콴타스 항공은 내년 특정 시점부터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은 태우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c이에 내년 봄쯤에는 주요 선진국들 모두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이런 정책을 따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백신 접종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이 눈에 띠게 구분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선진국 국민이든 후진국 국민이든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목숨 앞에 백신 제국주의니 백신 신식민지 따위의 좌파적 선동 슬로건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식경제시대 국가 생존 전략 
 
근본적으로는 대한민국도 지식생산국이 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지식생산자와 지식노동자를 양성하려면 가장 시급한 것이 교육을 대개혁하는 일이다. 교육과정을 수학, 과학, 컴퓨터의 언어인 코딩과 전 세계 지식의 85~90% 이상 표기되고 저장되는 영어, 모국어인 국어, 그리고 다가올 머신러닝 시대에 인간이 누구인지를 탐구하는 철학 등 6개 과목을 중심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 또 평균주의 교육이 아니라 수월성 교육체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교사가 만족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학생이 특정 등급의 교육을 이수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그만한 역량을 인정받아 그 수준의 보수를 받을 수 있어야 성공한 교육제도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정을 바꾸더라도 수준 높은 지식생산자를 단시간 내에 양성할 수는 없다. 유학을 가서 직접 참여하거나 수준 높은 연구자 팀을 구성해 선진 지식생산자들과 협업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식생산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수학·과학·영어·코딩을 능숙하게 다루어야 세계 시장에 직접 도전할 수 있을 것인데, 지금 서두르더라도 대략 15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학계나 연구자 세계에서 연고주의나 관료주의를 철저히 몰아내고 객관적 평가에 기초한 성과-보상의 기풍을 정립해야 한다. 또 연구자들 스스로는 정치가 과학계에 관여하거나 과학을 정치에 종속시키려는 세력을 철저히 타도해야 한다.    
 
교육과정을 전면 재편하고 수월성 교육을 전면화하는 데는 교사나 교수들이 가장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본다. 이들은 현행 교육행정 제도의 뒤에 숨어서 변화에 저항할 것이다.
 
직접 지식을 생산하지 못하더라도 나라의 전반적 교육수준을 끌어올려 지식노동자들을 많이 양성해 지식 재화의 생산을 담당하면 국제적 가치배분에 참여할 수 있다. 가령 백신 지식체계를 직접 생산하지 않더라도 그 지식체계를 관리할 수 있는 노동력으로 백신이나 치료제 생산 공장을 운영할 수 있으면 상당한 국제적 가치배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지식경제시대에 우리는 지식 선진국과 동맹해야 한다.
 
신 냉전이 본격화할 것이다. 현재의 지식과 기술 수준을 기준으로 세계 GDP의 몇 %라는 것은 앞으로 가치의 원천이 달라지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가령 세계 총 생산가치 중 지금의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머신러닝의 지식과 기술을 본격 적용했을 때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노동의 가치는 갈수록 줄어들고 지식의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식경제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전체주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해킹이나 스파이 등을 이용하여 선진국의 지식과 데이터를 훔치거나 기업탈취 등의 방식으로 기술을 강제이전 받으려 할 것이다. 이럴 때 우리가 선진국으로부터 이전받은 지식체계를 지켜낼 의지와 역량을 보여줘야 앞으로도 계속 지식과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5월 의회에 제출된 <미국의 대중국전략> 보고서에서도 밝혔듯이, 민간 기술이라도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기술을 적국에 넘기지 않고 보호할 능력이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앞으로 고급의 지식과 기술은 이전받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에서 탈락한 근본 이유도 바로 우리가 미국의 항공기술의 적국 유출을 막고 지킬 수 있을 것인지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처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어정쩡한 입장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무조건 지식 선진국들과 동맹을 맺고 지식생산능력을 키워야 국민들의 생명도 지키고 먹고 살길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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