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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청년 혹은 노인으로 사는 것이 무척 고달프다. 청년은 일자리가 없어서, 노인은 백세 시대에 노후 자금이 없어서 모두가 빈곤에 시달린다. 청년들에겐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은 갈수록 커진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상황까지 장기화하면서 이들을 더 좌절하게 한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이유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긴축 경영에 초점을 맞춘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청년들은 속수무책으로 내팽개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까운 장래에 이런 분위기가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향후 5년에서 10년 중장기적으로 보면 인구절벽 시대의 본격화로 여건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기는 하지만 당장을 버텨야 하는 이들에게 참으로 고통스러운 날들의 연속이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정치권의 코로나 재난 지원 논의를 보더라도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차원에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선거의 표심과 연결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래저래 청년 취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시장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판세다. 기업은 위기를 견뎌내기 위해서 비용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양극화 시대에 잘나가는 업종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업종이 죽을 쑤고 있는 판이다. 고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의 순고용이 지난해에 6000명이나 줄었다. 이에 더해 중소 제조기업의 취업자는 무려 12만명이나 감소했다. 자영업자뿐만 아니고 국가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현장이 빠르게 고사당하고 있다. 대기업의 신입 사원 채용 방식도 정기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바뀌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필연적으로 채용 규모의 축소로 연결된다.
또한, 대졸 신입보다 경력이나 전문성을 더 강조한다. 코로나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일자리의 점진적 감소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현실이 이토록 각박해지고 있는데 사회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들의 스펙으로 이를 뚫고 나가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교는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고, 이런 현상에 대한 대비보다 줄어드는 학생 수로 자체 생존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판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안일한 대응이 가장 심각하다. 먹고사는 문제가 이 지경인데도 나라 전체가 정치 굿판에 휘말리면서 사태는 더 악화한다. 현 집권 세력은 현상에 대한 원인을 코로나로 돌리려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정권 초기부터 밀어붙인 잘못된 정책이 코로나의 급습으로 이제 헤어날 수 없을 정도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했다. 입만 뜨면 잘될 것이라고 호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정확하게 빗나가는 실패의 연속이다. 경제에 요행수는 없으며, 인과응보만 있을 뿐이다.
그나마 양심 있는 정무직 ‘늘공’들이 국가 장래를 걱정해 보지만 기형적으로 커져 버린 선출직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백기를 들기 일쑤다. 적어도 20년은 더 집권해야 한다면서 기고만장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한국판으로 재현될 수도 있다는 어두운 먹구름이 몰려온다. 이 기간 일본의 젊은이들을 두고 ‘잃어버린 세대’라고 한다. 일자리는 고사하고 결혼, 주택 등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미래가 없는 세월을 보낸 최대의 희생양이었다. 지금 우리 세태가 그 당시 일본의 모습과 너무 빼닮았다.
예측 불가능하고,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확신 부재가 절망으로 내몰아
더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배경이 사회 진입 출발 선상이 확연히 달라진다. 시험 하나로 운명이 결정되다 보니 부모의 경제력·정보력에 의해 자녀의 미래가 결정된다. 이러한 계층 사다리는 디지털로 상징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과도 거리가 멀다. 최근 ‘학력 스펙’보다는 ‘실무 능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기업 채용 방식을 전환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두루뭉실한 지식보다는 특정 분야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구태여 일류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학업과 현장에서 쌓은 전문 스펙이 주목을 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청년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예측 가능해야 하며,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는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1000만 동학 개미에 상당수의 청년이 ‘영끌’를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긍정적인 면이 있다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혹시 잘못돼 이들 상당수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청년 못지않게 이 시대를 어렵게 살아가는 또 하나의 부류가 노년층이다. 성장의 파이가 늘어나지 않으면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한 중년층과 그렇지 못한 청·노년층의 괴리가 커진다. 기대 수명이 길어진 만큼 노년층의 노후는 반비례 적으로 순탄치가 않다. OECD 국가 중에 노인 빈곤율이나 자살률이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이를 잘 대변한다. 암울한 시기의 일본에서도 노인 문제는 엄청난 사회적 충격파가 되기도 했다. 세대 간의 갈등이 국가 성장 동력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리 노년들에게도 양극화는 현저하다. 여유가 있는 층이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층도 많다. 노인을 무용지물로 내모는 것은 국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은퇴 세대들의 소득이 온전히 유지되면서 시니어들의 왕성한 경제 활동이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산업의 현장에서는 젊은이들이 꺼리는 노인 일자리도 수두룩하다. 성큼 다가온 인구절벽 시대에 노인의 역할과 비중이 새롭게 정의돼야 한다. 임기응변의 허드레 일자리로 과대하게 포장하는 것은 비겁하고 온당하지 못하다.
이처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은 갈수록 엄중해지고 있다. 국가 구성원 모두가 비생산적인 공론에 치우쳐 무서운 함정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때를 맞추어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줄을 잇는다. 백신 접종도 경쟁국 보다 뒤처지면서 한국 경제의 회복이 올해가 아닌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로 생겨나고 있는 뉴노멀 패러다임에 적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경련이 발표한 한국 신(新)산업의 미래 경쟁력 보고서는 가히 충격적이다.
현재도 하위권이지만 5년 후에도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민간의 활력은 실종되고, 정부는 비대해지면서 규제가 줄기는커녕 더 늘어난다. 자고 일어나면 희망이 없는 한국을 벗어나려는 기업들로 넘쳐난다. 한편으론 성과급을 두고 노사 간의 제 몫 챙기기가 불거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자리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청년이나 노인들에게 이들의 배부른 행동은 남의 나라 일같이 보인다. 비정상적인 국가에서 나타나는 해프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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