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신 대신 인덕을 왜왕으로 봉한 호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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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식민지 왕 봉해진 인덕, 응신 아들 아닌 것으로 추정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3-16 11:50:55

영락 10년(400) 호태왕이 보낸 5만의 고구리 보·기병의 공격에 80~90%가 괴멸되자 왜가 나라를 들어 항복한 건 제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이 미국에게 무조건 항복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항복 후 맥아더 원수는 일본의 원활한 통치를 위해 일왕을 처벌하지 않았다. 반면 호태왕은 백제 아신왕과 사돈관계를 맺고 신라를 침략했던 응신을 왜왕에서 끌어내리고 인덕을 식민지의 새로운 왜왕으로 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는 아래 <고구리사초략>의 영락 12년과 13년 기록에 있다.

“12년(402) 임인 9월, 동명대제(東明大祭)를 거행했다. 왜·신라·진(秦)·연(燕)·진(晉)·맥(㹮)·백제·가야의 여덟 나라 여인들이 춤사위를 올리고 곡을 불어 바쳤다. 나라가 있어 온 이래 처음으로 있었던 성대한 의식이었다.

상이 왜의 사자에게 ‘너희 나라는 멀리 해중(海中)에 있으면서도 성심으로 공물을 가져오기를 백년이 지났음에도 한 점 변함이 없으니 충성스럽다 할 것이며 오늘 춤사위 밟는 것으로 보아 너희 나라 풍속도 알 만하다. 돌아가거든 너희 왕에게 딸을 후궁으로 바치고 아들을 보내 학문하게 하며 영원한 신민이 돼 너희나라에 짐의 교화가 널리 미치게 하라고 일러라.

뿐만 아니라 (신라왕) 보금(宝金)은 짐이 가장 신임하는 신하이고 그의 처가 짐의 딸이다. 너희 왕(응신)이 아신과 서로 혼인해 보금을 도모했던 일은 결단코 불가하니 오늘 이후로는 보금과 화친하며 서로 혼인해도 좋다’고 했더니 왜가 겨우 10살인 미해(美海)를 사위로 삼고 화친했다”

호태왕에 의해 새로운 왜왕으로 봉해진 인덕이 올린 서신의 내용이 <고구리사초략>에 기록돼있다. “13년(403) 계묘 3월, 왜주(倭主)가 아들 맥수(麥穗)를 보내 딸을 호송해 후궁으로 바치며 ‘신 인덕(仁德)은 멀리 바다 가운데에서 태양과 더불어 같이 있고 아직 황상(호태왕)의 교화에 젖지 않아 오래도록 마음속엔 모자람이 있었습니다.

언뜻 듣자오니 황제 폐하께선 성덕이 3황(三皇)을 능가하고 공(功)은 5제(五帝)를 넘으시어 5부(五部)·8맥(八㹮)의 자손들이 찾아와 첩을 살고 남쪽 땅을 복속해 삼한(三韓) 땅을 가지시고 서쪽으론 두 진(東晋･後晋) 땅을 진압했다 하옵고

신에겐 명하시길 딸을 바치고서 신의 땅에서 영원토록 임금을 하라시면서 대대로 가까이 지내자고 하셨다니 신은 두렵기도 하지만 기쁜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르겠습니다. 삼가 규전을 따라 감히 두 딸을 바칩니다. 예의를 차리며 애교를 떨지 못하여도 실은 부끄러워하는 섬의 습속 탓이오니 저버리지 않으시면 다행이겠습니다’고 아뢰었다”

위 두 기록을 볼 때 아래와 같이 정리된다.

첫째, 야마토(大和)왜를 세운 응신왕의 재위기간은 390~400년이다. <일본서기>의 기록에는 270~320년이지만 여기에 가공의 역사 120년을 더하면 390~440년이 된다. 많은 학자들은 응신의 실제 퇴위연도를 400~420년 사이로 보았는데, 400년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서기>의 기록에 가공의 역사 120년이 추가되었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응신 3년조 기사에 “백제 진사왕이 천황에게 무례했음을 책하자 백제국이 진사왕을 죽여 사죄해 아신을 왕으로 세우고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해가 바로 392년이다.

“(응신) 8년 봄 3월, 백제기에서 말하길 아신이 왕이 되어 무례해 동한(東韓) 땅을 빼앗으니 왕자 전지(腆支)를 보내 선왕과의 우호를 다시 맺었다”는 기록이 397년이다.

또한 “(응신) 16년 백제 아신왕이 죽었다. 천황은 전지왕을 불러 ‘그대는 본국에 돌아가 왕위를 계승하시오’라고 말하며 동한 땅을 줘 보냈다”는 기록이 있는데 아신왕이 죽은 해가 405년이기 때문이다.

둘째. <일본서기>에는 응신왕이 죽자 4째 아들 인덕(仁德)이 왕위를 물려받아 313~399년간 재위했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에 가공의 역사 120년을 더하면 433~519년이 되는데 그게 아니라 400년부터 왕이 되었던 것이다. 인덕왕이 86년간 재위에 있었다고 하는데 만일 그랬다면 그의 세 아들이 어떻게 이후 50년간 재위에 있을 수 있었겠는가.

셋째. 인덕은 응신왕의 아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호태왕이 왜왕을 교체하면서 응신의 아들을 다음 왜왕으로 봉했을 리가 없다. 그랬다면 인덕은 당연히 부왕의 복수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아신이 항복 후에도 계속 도발했던 배신을 경험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현재 일왕가의 선조가 되는 백제계 29대 흠명(欽明)왕의 부왕인 26대 계체(繼體)왕은 응신왕의 5대손이다. 15대 응신왕은 백제계로 분류하면서 아들이라는 16대 인덕왕 이후 25대 무열왕까지를 백제계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는 인덕이 응신의 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이러한 일들이 있고 채 몇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왜가 고구리 대방을 침략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인덕이 백제 아신왕처럼 배반한 건 아닌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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