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구검식의 천안함 폭침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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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구검식의 천안함 폭침 음모론

한대의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06 00:02:30

11년 전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폭침된 이후 우리는 조국의 바다를 지키던 46명의 용사들을 비통함 속에 떠나보냈다. 차디찬 바다 위에서 젊음을 바쳐 산화한 이들의 영웅적 희생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 22분, 서해 백령도 앞바다를 순찰 중이던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은 북한 잠수함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의해 폭침됐다. 당시 천안함 승조원은 104명, 이 가운데 58명은 현장에서 구조됐지만 46명은 실종됐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천안함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진행됐다. 이 조사에는 특히 미국과 영국, 스웨덴, 호주 등 여러 나라 민간인 전문가들과 군이 참여하는 국제조사단까지 참여했다. 그리고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로 결과는 나왔다.

이러한 명백한 결과에도 2021년 4월, 우리는 또 다시 천안함 생존 장병들과 피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나라를 지킨 청년 영웅들의 희생을 더럽히려는 온갖 음로론자들의 무분별한 난도질이 자행됐기 때문이다.

사연인 즉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가 지난해 9월 ‘천안함 좌초설’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신상철 씨의 재조사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신 씨는 애초에 진정인 요건에 충족되지도 않았다. 신 씨는 천안함 폭침 생존장병들의 직접적인 증언이 아닌 진술서를 토대로 규명위에 진정했고 규명위는 이러한 신 씨의 요구를 들어 의결에 붙여 천안함 재조사 결론까지 내려 했었다.

신 씨가 제출한 문제의 진정서에는 △천안함 좌초설을 비롯해 △국방부 증거인멸설 △북한어뢰설 등 11년 전 주장했던 음모론들이 그대로 반복돼 담겨 있었다. 또한 전사 대신 사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희생자들이 해난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 사망한 것과 군 경계업무에 실패하여 적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의 차이는 대단히 큰 것이다”고 하며 북한 어뢰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해난 사고’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공분했다. 그러자 규명위는 이 안건이 재조사와 관련한 것인 줄 모른 채 통과시켰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발뺌을 했다. 비판적인 여론은 커져갔고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분노했다.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 전준영씨는 지난 1일 규명위의 천안함 관련 조사 소식을 접한 뒤 “나라가 미쳤다. 46명 사망 원인을 다시 밝힌단다”며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분노했다.

천안함 함장 출신의 최원일 예비역 대령도 “대통령 직속 기관이 음모론자의 진정을 받아들여 진상조사를 결정했다는데 위원회를 방문해 대통령이 말한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에 반대되는 결정을 한 이유를 듣고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음모론들의 발단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그 진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 마주하고 있는 진실은 전 세계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조사했고 그 결과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숨길수도 없으며 조작할 수도 없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보고도 모르는가. 각주구검(刻舟求劍)식의 어리석은 판단을 이젠 그만두길 바란다.

한대의 du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