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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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기득권’

문용균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16 00:02:35

4·7 재·보궐선거 이후 첫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3.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실시한 이달 1주차(5~9일) 주간 집계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 대비 1.2%p 내린 33.4%로 나타났다. 이전 최저치였던 지난달 3주차 34.1%보다 1.2%p 하락한 수치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0.5%p 오른 62.9%로 이전 최고치인 지난달 4주차 62.5%를 뛰어넘었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부정평가 차이는 29.5%p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격차를 보였다. ‘모름·무응답’은 3.7%p였다.

연령대별로는 여권 지지층으로 꼽혀왔던 20대와 40대에서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20대에서 8.5%p 내려간 24.5%를 기록했고, 40대에서 3.8%p 빠진 45.5%로 집계됐다. 60대에서는 3.1%p 빠져 20.2%, 30대에서 1.2%p 내린 38.9%를 기록하는 등 거의 전 연령대에서 하락 추세를 보였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지난주 대비 0.3%p 오른 39.4%로 출범 후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1.6%p 오른 30.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격차는 9.0%p로 국민의힘이 4주 연속 오차범위(±2.0%p)를 넘어서 앞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야기한 이유로 첫 손에 ‘부동산 정책 실패’가 꼽힌다. 분노는 식을 줄 모른다. 정부와 여당은 1년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듯 연일 부동산에 성난 민심을 잡기 위한 발언을 쏟아 낸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송영길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청년들이 (결혼할 때 받는) 축의금만 있으면 집을 갖게 만들어주겠다”며 “직장이 있다면 집값의 10%로 목돈 없이도 바로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돌아선 청년의 마음을 잡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언급한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까지 완화하겠다는 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또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도 “부동산 정책을 긴급 점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여당의 4·7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정부도 청년층 초기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고 50%인 현행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상향 조정하거나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만기 40년 정책모기지(주택담보대출비율)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청년층에 한해서 미래 예상 소득을 추가 반영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빠르면 이달 중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부동산 정책 개편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제스처다. 세금도 눈치 싸움이 시작된 모양새다.

거대 여당으로, 새로운 기득권으로 불리는 민주당의 최근 행보를 보며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생각을 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과 정부 지지를 표방했던 이들이 이미 거기에서 이탈하기 시작했고 또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뒤늦게 외양간을 수리한다고 민심이 다시 돌아설지 의문이다.

오히려 그간의 행보를 봤을 때 공수표로 끝나지 않을 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대선이 끝나면, 혹 힘을 가진 이들이 힘을 연장하는 상황이 되면 달라지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집 사는 것을 포기했다는 젊은 청년들의 절규를 보듬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수습이 중요하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문용균 ykm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