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먹는 하마 전락한 공기업, 이자 비용만 4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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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첫 완전자본잠식…대외 차입금 의존도 83% 육박
지난해 부채 18조6449억원, 자산 17조5040억원 크게 상회
부실·비 우량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실시 등 자구책 마련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20 14:20:41

▲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지난해 총 부채 규모는 18조6449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9년 18조1310억원보다 5139억원 늘어난 수치다. 사진은 한국석유공사.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한국석유공사의 부채 규모가 크게 늘면서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 차입금 의존도는 83%에 달해 이자 비용만 연간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부실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나 경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지난해 총 부채 규모는 18조6449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9년 18조1310억원보다 5139억원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자산 규모는 18조6618억원에서 17조5040억원으로 1조1578억원이나 줄었다.

석유공사의 부채는 2006년 3조5000억원대 수준이었으나 2011년 20조원대로 껑충 뛰어 올랐다. 2017~2018년에 17조원대로 소폭 감소하는 듯했으나 2019년 18조1000억원대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지난해 부채가 자산 규모를 넘어서게 됐다.

이자 부담 부채를 총 자산으로 나눈 차입금 의존도는 83%에 이르렀다.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부채는 14조6685억원으로 연간 이자 부담만 4000억원이 넘는다.

석유공사의 부채가 대폭 확대된 데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차입에 의존해 무리하게 벌인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실패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석유공사는 4조8000억원을 투입해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을 인수했다. 또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회간접자본(SOC) 연계 사업에도 1조원 가량을 투입했다.

석유공사는 “해외 석유 매장량 확보를 위해 해외 석유 개발 기업 인수합병(M&A)과 자산 인수를 확대하면서 이를 위한 외부 차입이 증가해 2008년 이후 이자 부담 부채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석유공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은 연평균 배럴당 42.29달러로 2019년의 63.53달러보다 33%나 하락했다. 이에 석유공사가 과거 배럴당 80~100달러대에 사들인 해외 유전 등의 자산 가치도 덩달아 낮아졌다.

업계는 석유공사의 부채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석유공사의 ‘2020~2024년 중장기 재무 관리 계획’에 따르면 부채 규모는 2024년에도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석유공사는 자구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실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 부채 규모를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석유공사는 올해 초 페루 석유회사 사비아페루 지주회사(OIG)의 지분 50%를 전량 매각했다. 앞서 석유공사는 콜롬비아 국영 석유사 에코페트롤과 함께 2009년 사비아페루를 인수하고 생산 유전 1곳과 탐사 광구 1곳을 개발해 왔다.

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들여 매입한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등 비우량 자산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17년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코람코에 2200억원에 매각한 울산 본사 사옥을 재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매각 당시부터 매년 85억2700만원씩 5년 간 약 426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코람코에 지불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높은 임대료를 주고 빌려 쓰기보다 본사 사옥을 재매입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와 현재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또 석유공사는 최근 2년에 걸쳐 인력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7월 활동을 시작한 ‘해외자원개발 혁신 2차 태스크포스(TF)’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는 약 9개월 간 석유공사를 비롯한 자원 공기업의 재무 상황과 해외 자원 사업 현황, 경제성 및 사업 유지 여부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권고안에는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기능 개편 방향, 정부 지원 원칙 등이 포괄적으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이르면 이달 중 권고안을 내는 것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TF 권고안에 석유공사의 자력 회생이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TF 권고안에서 공적자금 투입 여부와 같은 구체적인 지침은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며 “정부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권고가 나온다면 여러 해결책을 고민해 보겠지만 아직 공적자금 투입 여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석유공사의 이자 부담만 줄여줘도 회생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며 “당장은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지금과 같은 경영 상태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