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마저 불통, 갈 길 먼 집단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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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22 00:02:48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정부와 국민은 모두 방역망 구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들에겐 정부를 믿고 적극적인 백신접종을 당부했다. 그러나 악재가 잇따르면서 집단면역 목표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덩달아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도 추락하고 있다.

정부가 외치는 ‘K방역’의 위상이 높아지게 된 배경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진단키트와 국민들의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가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K방역이 긍정적인 의미보단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주요 국가들이 발빠르게 백신확보에 성공하면서 높은 접종률을 바탕으로 집단면역에 성공할 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국민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전 세계가 백신 수급에 눈에 불을 켤 때 우리 정부는 안전성·효과성이 답보돼야 한다며 수급을 망설인 탓이다.

이후 백신 품귀현상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자 정부는 현장 의료인들의 판단에 맡긴다며 1바이알 당 최대 접종을 할 수 있다며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를 언급했다. 그러나 뒤늦게 공개된 LDS 이물질 논란과 부진한 백신 수급에 야권에서는 ‘정부의 무능력함이 원인’이라며 비판했다.

당국의 ‘성난 국민 달래기’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백신 선구매 비판 당시에는 잇단 비판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백신 2000만명분 계약 성사를 발표해 민심을 잡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국내 제약사가 해외 승인 백신을 8월부터 위탁 생산한다는 ‘불투명한 정보’를 비공식적으로 내놓을 뿐이다.

근본적으로 백신 수급상황 자체에 대한 불신이 크다. 전국민을 케어할 수 있는 7900만명분의 백신을 선 구매 했다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백신은 200만명분도 안 된다. 더딘 접종률에도 ‘방역 잘하고 있다’, ‘협의중이다’는 대답만 되풀이할 뿐이다.

이 와중에 청와대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반대하고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낼 필요 없다는 어록을 남긴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방역기획관으로 기용했다. 타오르는 정부 불신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백신수급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 방역 방해 선봉대에 섰던 인물을 기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투명행정’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 당국은 국민 50만명이 이물질 논란이 된 LDS주사기로 AZ백신을 접종받았다고 뒤늦게 실토했다. 인류가 처음 겪는 감염병이니 만큼 방역이든 치료제·백신 개발에 성공과 실패가 동반될 수 있다. 그러나 매를 조금이라도 덜, 그리고 늦게 맞기 위해 국민과 소통을 단절하면서 정작 국민들에게는 당국을 믿고 접종에 응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신뢰를 주진 못하면서 무작정 신뢰해달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불투명하고 늦은 감염병 정보 전달이 반복된다면 코로나 방역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국민 희생만 강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만으로 코로나 확산을 막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호재든 악재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을 했다면 인정하고 바로잡는 게 그나마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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